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미다스북스

2012.04.25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학창시절에 한번은 들어봤을 마르크주의의 창시자 마르크스.

자본주의 발전과정에 관한 책을 읽거나 경제학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마르크스 사상에 관한 내용이 꼭 나온다. 그러나 역시 마르크스의 평전과 그의 직접 저술한 사상서는 읽어보지 않았다.

단지 교과서와 일부 책 속에 등장하는 한 부분으로서 그의 삶과 사상을 엿보았을 뿐이다.

 

이사야 벌린이 쓴 칼 마르크스의 평전은 마르크스가 살던 초기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시대의 상황과 그 시대의 사상변천과정의 흐름을 보여주며 그 속에 살았던 마르크스의 삶을 그의 사상을 통해 조명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세한 유년시절과 가족관계 등의 사생활, 교유관계, 결혼생활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자유주의자인 마르크스는 유년시절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정도만 알 뿐이다. 보통 자식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어머니에 대한 부분은 의도적으로 배제하였는지 언급이 없다.

좌절과 억압을 겪지 않고 비교적 유복한 유년기를 보낸 칼 마르크스가 집요하게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해 평생을 바친 혁명가란 사실이 조금 의아스럽다. 단지 행복했던 유년시절은 불안하고 고독한 망명 생활 속에서도 가족을 결속시키며 비교적 안락하고 충만한 말년의 생애를 보낼 수 있었으며 평생지기 엥겔스와의 지지와 우정을 나누게 할 수 있는 원천이 아니었을까 추측할 뿐이다.

 

 이사야 벌린의 격렬하고 웅변적인 글을 통해 마르크스의 사상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철학파트에선 마르크스가 영향을 받고 발전시킨 헤겔 철학이 중심을 이루는데 대단히 관념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다. 역사와 사회에 관한 마르크스의 이론은 구조와 기본 개념은 헤겔 청년 헤겔주의자들에게서 동적 원리는 생시몽을 통해, 물질의 우위에 대한 믿음은 포이어바흐에게서 프롤레타리아에 관한 견해는 프랑스의 공산주의 전통에서 유래하였는데(p227)각각의 사상을 융합하여 개별적이었던 사상 속에서 그의 사상의 핵심인 역사적 유물론이 탄생하는 과정과 이론을 잘 설명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초인 상품, 노동력, 잉여가치의 관계를 규명하고 자본주주의에서 만들어진 제도의 속성과 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자본주의 체제의 종말을 고하는데 이사야 벌린을 통해 압축적으로 설명한 자본론의 핵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인간적으로 바라 본 마르크스는 날카롭고 격정적인 논쟁가이며 언어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점이다. 선동가적 자질은 별로 없었고 한정된 사람들하고만 친분을 쌓고 자신을 찬양하는 사람한테 호의적이다. 자신은 냉혹하고 무자비한 비판가이면서도 자신을 찬양한 사람을 좋아하는 모순성을 갖고 있다.

또한 지독한 공부벌레의 모습을 본다면 그의 방대한 연구와 저술은 천부적인 능력 이상의 조직적인 노력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부르주아 학문과 문화를 배척했던 거만하고 음울한 사람으로 묘사(p 400)되던 마르크스가 시를 좋아해 고전의 장시들과 세익스피어 문학을 좋아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이 평전에 아쉬움이 있다면 마르크스의 추종자이면서 경제적 후원자였으며 마르크스 사상에 함께했으며 자신도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엥겔스의 목소리와 생각이 간접적으로만 들어난 점이다.

  

19세기에 살았던 마르크스가 21세기를 보면 뭐라고 말할까?

자본가들의 자본증식은 세계화를 통해 초기 자본주의 시대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 부를 독점하고 있다. 자기의 노동력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는 프롤레타리아 계급도 그 계급이 구매하는 일상적인 상품을 통해 더 빈곤한 나라의 노동자의 몫을 수탈하고 있다. 노동자끼리도 착취와 수탈의 이중 구조를 갖는 시대가 되었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시민과 소비자라는 무계급의 또 다른 이름들 속에 자신들의 계급성이 희석화 되어간다.

운명적으로 소멸해야 할 자본주의는 아직도 건재하고 농민과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속의 그 계급의 운명을 무기력하게 내면화한다. 오늘날의 노동자들을 마르크스는 뭐라고 할까? 소비와 자본에 타락했다고 말할까?

자본주의는 소멸하지 않고 경제적 위기가 체제를 위협할 때 대중들의 이해에 맞는 물질적 복지와 제도를 반영하여 변형되고 수정되면서 더욱더 발전되어 왔다. 자본주의 체제 이후의 모습이 마르크스가 예견한 사회와 일치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더 공평한 세계- 모두가 먹고 살아갈 것이 충분하고, 자유와 안전, 존중과 사랑을 누릴 수 있는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선 의식적인 정치적 참여와 반란 행동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므로 여전히 마르크스의 사상은 아직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엥겔스가 마르크의 묘지 앞에서 추모 연설의 일부를 인용하고 마칠까 한다.

 그는 프롤레타리아가 자신들의 지위와 필요에 관해, 그리고 자유를 얻기 위한 조건에 관해 의식하게 만든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엥겔스의 추모 연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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