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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베 - 나는 어떻게 투명인간이 되었나? ㅣ 산하세계문학 1
에르베 부샤르 지음, 자니스 나도 그림, 배블링 북스 옮김 / 산하 / 2012년 2월
평점 :
산하세계문학 01 |
2012.0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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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르 베 |
캐나다의 퀘백이란 도시를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아파트가 즐비한 한국의 보편적인 도시의 풍경과는 달리 주택들이 듬성듬성 있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시기의 도시는 다소 황량해 보인다. 동생 깡땡보다도 머리 하나는 작아서 동생한테 옷을 늘 물려받는 아르베에게 봄은 ‘진흙으로 무거워진 장화 때문에 발걸음이 느려지는 계절’로 느낀다.
무거워진 느낌을 아주 아주 길게 늘어진 아르베의 우스꽝스런 팔로 표현하였다.
어린 아이답지 않게 세상을 현실적으로 다소 우울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된다.
친구들과 도랑에 이쑤시개 배를 띄워 보트 경주를 하고 돌아오다가 아르베 집 앞에 구급차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아르베를 바라보는 동네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아르베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급성 심장병으로 구급차에 실려나간 아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빠를 찾는 아이들.
엄마는 달팽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이젠 어떡하지’ 중얼거린다.
위층침대를 받치는 나뭇결에서 한 점을 발견하고 흑백영화의 주인공 스콧캐리라고 생각하는 아르베.
영화 속 주인공인 탐험가 스콧 캐리는 어느 날 갑자기 점점 작아져 아이의 인형 집에 들어가거나 아내의 손가방안에도 들어간다. 스콧 캐리는 자기보다 열 배나 큰 거미와 싸워 이기기도 하고 점점 작아져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아버지의 부재를 스콧캐리를 통해 표현한 것일까?
언제나 함께 했던 아빠는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졌다. 스콧캐리처럼 점점 작아져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소멸될 것이다.
아빠의 장례식 날 아르베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기분이 이상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모부에게 앉긴 아르베는 점점 투명인간이 되며 이 책은 끝을 맺는다.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을 담담하고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르베는 슬프고 가슴 아프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슴이 뻥 뚫린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으면 아르베와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된다.
죽음을 대하는 모습이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처리되어 아르베 가족의 고통이 강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왜 스콧 캐리처럼 투명인간이 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가슴이 뻥 뚫릴 만큼 강한 슬픔으로 고통을 처리하기 위해 투명인간이 되어 버린 것일까?
살아가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