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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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제가 이제 길고양이를 만나면 수줍게 '안녕' 인사하는 수준까지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북폴리오의 고양이 책을 접한 덕분인 듯 싶어요. 고양이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무렵 소중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용한 작가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공동 집필한 캣맘과 애묘인을 위한 길고양이 가이드북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입니다. 이 책의 수익금 일부는 길고양이 구조・치료 지원에 쓰인다고 하니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들이 책을 읽는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듯 싶네요.

 

 

길고양이를 떠올리면 쓰레기봉투를 찢어 음식을 먹는 일명 도둑고양이의 모습이 먼저 생각납니다. 국어사전에는 길고양이 대신 도둑고양이가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고 그 의미 또한 "주인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로 정의되어 있을 정도로 말이죠. 사실 길고양이는 사람들이 버린 음식쓰레기를 먹고 누군가 내놓은 사료를 먹을 뿐인데 말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이해 부족이 오해를 낳고, 길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우리의 선입관으로 인해 길고양의 삶은 유난히 힘겹기만 합니다. 고양이는 어쩔 수 없이 도심 생태계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는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책이 그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겠네요.

 

 

간혹 책이나 TV프로그램을 통해 보게되는 다른 나라에서는 고양이와의 공존이 생활의 일부처럼 보여집니다. 그에 반면 우리나라는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길고양의 천적이자 포식자는 우리 사람이지요. 최근 몇 년간에도 길고양이 혐로오 인한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났었습니다. 포항에서는 고양이가 총상을 당했으며, 충주의 한 휴게소에서는 고양이 일곱 마리가 독극물로 살해되었으며, 동두천에서는 길고양이 열두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마포구 망원동과 서교동 일대에서는 길고양이가 잇따라 사체로 발견되었었죠. 대구에서는 3개월간 20여 마리가 넘는 길고양이가 독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경남에서는 무려 600여 마리의 길고양이를 불법 포획해 도살한 뒤 건강원에 팔아넘긴 포획업자가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이렇게 한국에서 길고양이의 삶은 하루하루가 삶과 죽음의 갈림길 위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에 대해서도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길고양이가 수난을 당하는 만큼 길고양이를 지키려는 활동이 활발한 나라도 우리나라라고 하네요. 바로 그 최선전에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캣대디가 있답니다.

 

요즘 캣맘의 역할은 단순히 고양이 밥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캣헬퍼의 의미처럼 길고양이를 보살피고 관리 및 보호하는 일도 겸하며, 주민과의 마찰이 없도록 사람과 고양이의 가교 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TNR을 통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거나, 급식소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등의 자발적인 봉사에 나서는 캣맘도 늘고 있다. 사실상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전에 바로 이들, 캣맘과 캣대디가 있다. (본문 63p)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캣맘 캣대디를 이해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며, 캣맘과 캣대디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책입니다. 책 전반에 걸쳐 길고양이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길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에서 벗어나 상생을 이야기하지요.

 

 

길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고급 사료가 아니라 마음이 담긴 한 끼이며, 매일같이 자기를 위해 찾아오는 캣맘의 발자국 소리와 따뜻한 눈맞춤이다. 그것들이야말로 길고양이들에겐 더없이 큰 힘이자 위안이 될 것이다. (본문 66p)

 

집고양이가 평균적으로 15년 안팎을 사는 반면, 길고양이의 수명은 그것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이는 무엇보다 길고양이가 당면한 현실 때문입니다.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길고양이 학대와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캣맘, 캣대디가 될 수는 없지만 길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이 바로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공존하는 법을 배우게 되기에 꼭 읽어보시길 권해봅니다.

 

 

지구는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경리 작가는 유명한 캣맘이기도 했는데, 평소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한다. "너도 먹고, 나도 먹고, 같이 먹고 살아야지." 이제는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삶을 생각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가진 인간이 더 많이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 (본문 29p)

 

 

 

(이미지출처: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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