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개 라임 청소년 문학 26
윤해연 지음 / 라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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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 자신에 대한 위로의 말로 '그까짓'이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합니다. '그까짓'이란 말은 상대방 혹은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부합된 단어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그까짓이라 치부하려 했던 것들이 자꾸만 신경쓰이고 내 인생에 개입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라임 청소년 문학 26번째 이야기 《그까짓 개》의 주인공 필중이가 겪게 되는 사건처럼 말이죠.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중학교 1학년의 봉필중이 싫어하는 건 수학, 엄마 잔소리, 잘난 척하는 동생 필서, 무진장 바빠 아빠, 옆집 재동이 형, 세상의 온갖 소음 등입니다. 그중 단연코 싫은 건 어제부로 집에 오게 된 똥개 참치입니다. 참치를 좋아한다고 참치가 된 그까짓 개는 필중이네 옥상에서 살게 되었어요. 참치 산책, 밥 주기, 똥 치우는 일까지 필중이와 필서가 나눠서 하게 되었으니 필중이가 싫어할 만도 합니다. 참치가 온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아빠지요. 지난 주까지 보험을 팔던 아빠는 회사를 그만둔 후로 엄마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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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중이네 건물 2층에는 돼지갈빗집 '시집 못 간 돼지네'가 있습니다. 여름에 창문도 열 수 없을 정도의 갈비 냄새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기도 하지만 계단에 늘어놓은 쓰레기봉투며 채소들과 퀴퀴한 냄새도 나고 가끔 쥐도 볼 수 있어요. 쥐가 참치 밥을 먹는 것을 보고 엄마가 화가 나 아저씨와 싸우는 일도 생겨났습니다. 필서가 영재 캠프에 간 동안 필중의 몫이 된 참치를 나몰라라했을 땐 계단을 무서워하는 참치는 배고픔에 2층 식당 쓰레기를 뒤지기도 했지요. 그러다 참치가 쥐약에 의해 죽는 일이 생겨났습니다. 참치의 죽음은 필중이에게는 그까짓 개였으나 필서에게는 그렇치 않았나 봅니다. 2층 아저씨를 의심하여 식당 문에 '나쁜 새끼'라고 적어 놓았지요. 그러다 필서는 아빠가 참치를 죽였다는 증거를 포착하게 됩니다. 그 일로 인한 필서의 가출, 아빠의 실직과 부모님의  잦은 다툼 등은 필중이로 하여금 그동안 보지 못했던 타인의 아픔을 보게 되지요. 그리고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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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중이에게는 그저 그까짓 개였던 참치가 필중이의 삶에 끼여들면서 필중이의 하루는 그전과는 달라집니다. 그까짓으로 치부했던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처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비밀을 알게 되지요. 처음 예상과 달리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도 서로 전하지 못했던 각자의 비밀이 가족과의 관계에 작은 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과 마주하면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가족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더군다나 '그까짓 개'라고 치부했던 참치가 가지고 있던 진가가 드러나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네요. 우리는 그동안 그까짓이라 치부하면서 외면했던 것들이 참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그 사람만이, 그 상황만이 가지고 있는 진가가 있음을 우리는 참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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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개》는 주인공 필중이를 통해서 허투로 보았던 것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함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그까짓 것이라 생각하며 하찮게 여기는 모든 것들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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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그까짓 개'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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