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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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모델 이소라편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한 때 유명했던 모델이자 방송인이었으며 이국적인 외모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녀였기에 굉장히 화려한 생활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녀의 집을 엿보니 넓은 거실에 작은 쇼파와 탁자 그리고 오래된 CD 플레이어가 전부였고, 모델이었던 그녀의 옷방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간소했습니다. 방송 관계자가 그녀에게 가구가 너무 없는거 아니냐는 질문을 했자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건 다 있어요'. 그 대답을 듣고는 저희 집을 둘러보았습니다. 좁은 집에 그녀보다 더 많은 가구를 갖고 있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사실 얼마전 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도 다 필요한 것이라며 나름의 위안을 삼으며 애써 이를 부인해왔는데 TV를 시청하면서 정신이 번뜩 났지요. 그리하여 뭔가 대책이 필요한 제가 읽어보게 된 책이 바로 북폴리오 《오늘도 비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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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신미경은 패션에 심취했던 20대에는 쇼퍼홀릭이자 워커홀릭으로 살았고, 구두로 사회·문화적 이야기를 풀어낸 《슈즈 시크릿》을 집필하기도 했었으나 현재는 쇼퍼홀릭 라이프를 청산하고 미니멀 라이프에 입문한지 4년 차가 된 칼럼니스트입니다. 저자는 삶을 우아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시도와 생각을 담은 글을 개인 블로그인 '우아한 탐구생활' 및 슬로누유스 '가볍게 살기' 칼럼을 통해 소개하며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책《오늘도 비움》을 통해 물건은 비우고 취향을 채우면서 가볍게 우아하게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 담아낸 기록은 이렇게 저자가 오늘도 비움을 실천하며 찾아낸, 취향껏 일상을 즐기는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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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는 삶을 실천한 사람들의 조언 중 '여백이 많은 삶이 우아하다'는 이야기에 크게 공감해 하루에 하나씩 불필요한 소지품과 생각을 비워내며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집만 깨끗해진 것이 아니라 비움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거절하는 법을 배우게 했고,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으며, 마음속으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본문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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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차림, 미용, 식생활 등을 통해 무조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목표를 두고 무엇을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며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어요. 집안 일을 적게 해도 되는 작은 집, 가볍고 몸에 편한 옷, 생활과 관계 모두에서 불편함을 주는 것들과 헤어지고 홀가분한 마음을 최고의 보상으로 받게 된 것이지요. 그녀는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산다는 것의 첫 시작은 데일리 백에서 시작했습니다. 삶의 무게처럼 느껴지던 '도라에몽 주머니'인 가방의 무게를 덜어낸 것이지요. 남들 앞에서 우쭐대고 싶은 허영심이 담긴 명품 백, 옷가게에서 한눈에 반해 집으로 데려온 옷, 키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구매한 100켤레가 넘는 구두,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추천을 일상에 더해 엄청난 제품에 파묻히게 된 미용제품들, 손톱의 칠이 벗겨질까 전전긍긍하며 공주처럼 굴게 되었던 다양한 브랜드의 네일 에나멜 등 그녀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만을 소유하며, 불편하고 내세우기 급급했던 물건들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이를 실천하는 용기와 노력이 우아한 미니멀 라이프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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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많은 물질에 집착하고,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내 한 몸보다 중요했던 청춘의 시기가 지났다. 이제 그럴 듯한 겉모습이 아닌 진짜 잘사는 것에 집중한다. (본문 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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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자 하는 욕망은 참 많은 것을 소유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소유는 스트레스를, 불편함을, 버거움을 야기하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소유하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 가지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가진 것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그저 단순히 덜어내고자 하는 생각이 아닌 자신만의 생활철학을 소유해야 할 듯 합니다. 물건을 버리되 생활철학은 소유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저는 그녀의 생활철학을 엿보며 나만의 생활철학을 만들어가기 위해 애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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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물건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소한 물건 하나 사는 방법이 달라지자 삶 전체를 대하는 태도 또한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에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선택의 순간이 오면 천천히 생각한다. 나는 그대로이고, 급할 것은 없다. (본문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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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할 뒷정리 부담 줄이기, 기억과 기념을 강요하지 않기'라는 큰 줄기로 매년 생일날 유언장을 쓴다는 저자는 가볍다는 것은 물건이 아닌 삶 전체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하네요. 참 많은 것을 소유하고도 부족한 것을 생각하고 욕심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내내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겨울옷들이 계속 눈에 밟히네요. 무거운 가방, 불필요한 물건들처럼 삶의 무게도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저자의 실천하는 삶에서 배우고 반성하고 느끼게 됩니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해봐야 겠습니다. 비좁은 집을 불평만 했는데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다보면 집도 자연히 넓어질 듯 싶네요. 저자처럼 저의 통장의 잔고도 덤으로 늘어나겠지요? 이제는 불안함, 버거움, 불편함이 아닌 편안함으로 살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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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불안함을 느끼면 그에 대비하는 물건이나 행동이 불안의 크기만큼 늘어난다. 불안은 느긋한 생활을 방해한다. 가정법으로 만들어진 미래에 사로잡혀 사는 것은 지금을 살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니까 여분의 공식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아닌 지금의 편안함으로 계산한다. (본문 161,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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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오늘도 비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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