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잇 스노우
존 그린.로렌 미라클.모린 존슨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눈이 오는 것이 참 귀찮고 번거로워진다. 헌데 얼마 전 뜻밖에 내린 첫눈에 살짝 설레임을 느꼈다. 생각지도 못했던 첫 눈이 정말 반가웠나보다. 때마침 외출할 일이 있었음에도 우산을 들고 가는 길이 전혀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전 드라마 몰아보기로 <구르미 그린 달빛>을 시청했다. 박보검의 웃는 모습에 설레였다가 막상 드라마를 다 보고나니 마음이 헛헛해졌는데 그 마음을 채워주는 책 한 권을 만나보게 되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작가 존 그린과 청소년 로맨스 소설 <키싱 게이트>를 집필하여 북리스트 선정 신인작가 TOP 10에 이름을 올린 로렌 미라클,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인 모린 존슨, 세 작가가 모여 쓴 <<렛 잇 스노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에 담긴 세 편의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린 폭설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로맨스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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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는 모린 존슨의 [주빌레 익스프레스]로 세 편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이브 주빌레는 남자친구인 노아네 가족의 연례행사인 스모가스보드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노아는 주빌레보다 한 살 많았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데다 학생회 간부까지 한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로 주빌레는 노아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노아가 스모가스보드에 초대한 뒤 둘은 연인이 되면서 주빌레에게 크리스마스이브는 그저 평범한 날이 아니었다. 그런데 주빌레의 부모님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리는 플로비 전시회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플로비 산타 모형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 경찰에 붙잡혀 유치장에 갇히게 되면서 주빌레는 노아네 스모가스보드가 아닌 플로리다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주빌레는 노아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걸지만 노아는 바쁜 탓에 주빌레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고, 주빌레는 혼자 기차를 타고 할아버지 댁으로 향한다. 주빌레는 기차 안에서 자신 몰래 바람을 피운 애인과 전화 연락이 안되서 어쩌지 못하는 잘생긴 젭과 열네 명의 릿지 치어 리딩팀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기차가 멈추면서 주빌레는 폭설을 둟고 길 건너편 와플 하우스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스튜어트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가게 된다. 주빌레는 노아에게 위로 받고 싶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노아는 주빌레와의 통화를 거부한다. 그런 주빌레의 사정을 아는 스튜어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남자친구와 헤어지라고 말한다. 노아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울던 주빌레는 자신을 위로하는 스튜어트와 입을 맞추게 되고 부끄러움과 절망으로 스튜어트 집에서 도망치지만 기차역으로 가는 길을 몰라 헤매는 주빌레 앞에 스튜어트가 다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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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진짜 진짜 사랑해." 내가 대답했다.

"오." 듀크가 대꾸했다.

"좋은 뜻이야?" 내가 물었다.

"아주 좋은 뜻이지." 듀크가 대답했다.

나는 라떼가 든 컵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내 인생 최고의 모험과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본문 1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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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까? 노아와 헤어진지 23분만에 다시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스튜어트 덕분에 노아같은 남자친구를 뻥 차버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어쩌면 더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주빌레에게는 더없이 멋진 크리스마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두 번째 이야기 존 그린의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친구처럼 지내던 듀크와 토빈이 여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와플 하우스에서 일을 하는 던큰은 기차가 멈춘 탓에 오게 된 치어리더와 함께 밤을 보내자며 토빈의 집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듀크와 토빈 그리고 JP에게 전화를 건다. 폭설로 움직이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토빈과 JP는 설레는 마음으로 가기 싫다는 듀크와 함께 눈을 뚫고 와플하우스로 가려한다. 폭설을 뚫고가는 아슬아슬한 모험 속에서 토빈은 듀크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세 번째 이야기 로렌 미라클의 [돼지들의 수호신]은 주빌레가 기차에서 만난 젭의 여자친구였던 애디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때문에 젭에 불만을 가졌던 애디가 자신의 잘못으로 젭과 헤어진 뒤 우울해한다. 이 단편은 이기적인 애디가 변해가는 과정이 예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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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기적과도 같은 세 편의 이야기가 참 예쁘게 그려져 있는 <<렛 잇 스노우>>는 2017년 영화화가 확정된 작품으로 스토리와 더불어 눈 덮인 배경이 얼마나 예쁘게 담겨질지 기대를 모은다. 주인공들이 청소년이니만큼 아무래도 또래 청소년들이 설레임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까지 절망과 상실감에 빠진 이 시국에 이 소설이 조금이나마 힘들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겨울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소설로 읽는 이의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 채워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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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렛 잇 스노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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