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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발 카페 휴먼어린이 저학년 문고 1
김미희 지음, 정문주 그림 / 휴먼어린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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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출간된 책들을 살펴보던 중 재미있는 책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고발 카페>>라니요? 사실 책 제목이 재미있어서라기보다 누군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이런 카페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도 카페에 가입해서 엄마의 잘못을 고발했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숙제해라, 씻어라, 책 읽어라, 빨리빨리 해라…… 등 매일같이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기본이요, 아이들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으면서 엄마인 내 실수는 한 마디의 사과없이 얼렁뚱땅 넘기는 일도 다반사이고, 직장을 핑계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도 못하고 있으니까요. 혹시 저자가 우리 집을 모델로 써놓은 것은 아닐까 싶어 책을 읽기도 전에 괜시리 걱정부터 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초등2학년인 이분홍입니다. 동생의 이름은 여섯 살 이빨강이고 엄마의 이름은 금보라네요. 예쁜 색으로 지어진 정말 예쁜 이름이군요. 분홍이는 엊그제 숙제를 하면서 '엄마 고발 카페', 줄여서 '엄고카'를 알게 되었어요. 회원 수가 무려 2015명이나 되었지요. 분홍이가 큰맘 먹고 카페에 가입하자 카페지기에게 가입 축하 쪽지가 왔습니다. 글 세 개를 엄선해 올리면 정회원으로 등업이 되고, 정회원이 되면 캉캉 캐시 5000점을, 정회원부터는 글 한 개 올릴 때마다 팡팡 캐시 1000점씩을 준다네요. 이 캐시면 가상 쇼핑몰에서 모델 꾸밀 아이템을 열 개는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분홍이는 눈이 동그래졌지요. 분홍이는 글을 쓰기에 앞서 게시판에 어떤 글이 올라와 있는지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엄마의 건망증을 고발한 글, 엄마 때문에 제라늄들이 임종을 맞이한 일들이 재미있게 쓰여져 있었지요.

 

 

 

분홍이는 학원에서 돌아와 엄마가 빨강이 유치원 엄마들 모임에 간 사이에 엄마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일요일이면서 삼일절이었던 날, 엄마 아빠는 늦잠을 자고 있었지요. 분홍이는 친구들과 교회에서 만나 아침밥을 먹기로 약속했기에 빨강이와 함께 교회로 갔습니다. 여느 휴일처럼 늦게 일어난 엄마는 아이들이 어디 갔는지 몰라 걱정하다가 초등학생이 유괴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철렁해 아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아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자 구둣주걱으로 손바닥을 때리셨죠. 아침밥도 안주고 늦잠을 잔 엄마이면 말이에요. 아이들이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자 엄마가 방에 들어왔고, 분홍이는 때리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아 자는 척을 했습니다. 엄마는 분홍이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일기장을 들춰 읽었지요. 그동안 안 읽은 척 연기하더니 딱 걸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일기를 읽으면 엄마도 느끼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에 분홍이는 눈감아 주기로 했지요.

 

 

 

분홍이는 댓글을 확인하고 2탄을 쓰기로 했습니다. 빨강이와 전화놀이를 하면서 놀았던 일이었지요. 그 날 저녁은 할머니가 오셔서 아이들 방에서 같이 잤답니다. 헌데 엄마는 그날도 또 분홍이의 일기장을 훔쳐보았고, 그것도 모자라 할머니한테까지 보여드렸지요. 하지만 일기를 읽으시더니 할아버지가 보고싶어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에게 엄마는 아이들이 전화 놀이를 하듯 할머니를 달래주시네요. 사실 이 사건은 흉을 본다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글이 아닐까 싶네요. 분홍이 엄마는 정말 너무 착~한 엄마가 아닌가요. 왠지 저는 분홍이가 엄마 칭찬을 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어쨌거나, '인형 패션모델 선발 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진 분홍이는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려던 이야기를 3탄으로 올리게 됩니다. 분홍이와 빨강이가 싸우자 엄마는《공주들은 다 모인 공주 백과사전》에 나오는 '한 몸 왕국'의 공주처럼 빨강이와 분홍이의 등을 맞대어 세운 후 허리에 목도리를 친친 감아 묶어버렸답니다. 한 몸이 되자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고, 분홍이는 이 날의 일들도 일기장에 기록했습니다. 헌데 그날 쓴 일기는 엄마가 아닌 아빠가 읽었네요. '사생활 침해'를 외치는 아빠가 말이에요. 세 개의 글을 올림으로써 분홍이는 이제 정회원으로 등급되었지요. 헌데 이상합니다. 엄마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이 스스르 풀어졌네요.

 

 

 

여러분도 보셨지만 우리 엄마랑 같이 산다면 열 개 채우는 거야 뭐 어렵겠어요?

하지만 다른 엄마를 고르면 지금 우리 엄마는 어떡해요? 솔직히 우리 엄마가 좋을 때도 많거든요. 엄마를 바꾸는 건 간단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여러분, 엄마 때문에 속상하죠? 여기 오면 엄마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어질 거예요.

그럼, 엄마 고발 카페에서 만나요! (본문 96p)

 

분홍이는 이렇게 '엄마 고발 카페'에서 엄마 흉을 마음껏 본답니다. 헌데 이상하게도 엄마 흉을 보는 것 같지가 않네요. 분홍이의 글 속에서 엄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타인에게 화가 나고, 속상할 때 폭풍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 새 화가 풀려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카페나 혹은 일기장에 엄마 흉을 보다보면 어느 새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는 것이죠. 언제였을까요? 큰 아이와 말다툼을 한 뒤 아이가 친구와 함께 엄마 흉을 보는 걸 우연히 듣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런 딸이 너무 미웠지요. 헌데 이 동화책을 읽다보니 아이가 단순히 엄마가 밉기만 해서 흉을 본 것만은 아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잠시나마 아이를 미워한 제가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졌습니다. 이렇듯 이 책은 '엄마 고발 카페'라는 재미있는 소재로 엄마에게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속시원한 통쾌함을 주고 있네요. 그렇게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또 확인하게 됩니다.

 

 

 

엄마를 흉보기 위한 공간이었던 <<엄마 고발 카페>>는 분홍이에게 엄마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공간이 되었네요. 이런 공간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엄마인 저는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다짐하게 됩니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이 어렵고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이죠. 저의 잘못과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이 동화책을 읽기가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또 이렇게 배워나가고 고쳐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네요. 아이들에게 유쾌상쾌통쾌함을 느끼게 해줄 <<엄마 고발 카페>>였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이미지출처: '엄마 고발 카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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