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 더듬이 입니다 - 201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마음이 자라는 나무 6
빈스 바터 지음, 김선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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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시리즈 006번째 이야기는 201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인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더듬이입니다>>로, 60여 년간 말더듬이로 살아온 저자 빈스 바터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합니다. 저자는 비록 말더듬증을 고치지는 못했지만 극복해 가며 즐겁게 살고 있기에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냈다고 하네요.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때는 오랜 노력 끝에 말더듬증을 고쳤다는 이야기일거라 지레짐작을 했었드랬죠. 헌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 책은 말더듬증을 고치는 것보다 더 큰 무언가를 담아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유가 이 책을 더 끌리게 했지요.

 

6학년 마지막 날, 빅터가 던진 강속구에 맞아 래트의 아랫입술이 터진 일로 빅터는 여름 방학인 7월 내내 래트 대신 신문을 배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동안 래트가 멤피스 교외에 있는 할아버지네 농장에 놀러 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빅터가 신문을 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 때문에 입술이 터졌으니 뭔가 해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래트의 원래 이름은 '아트'이지만 빅터가 수백 번을 더듬어도 좀처럼 '아'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래트가 부르게 되었지요. 빅터는 말더듬이여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또렷하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트는 자신을 래트라고 불러도 좋다고 해주었고, 빅터는 래트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래트 외에도 빅터가 좋아하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빅터가 여섯 살 때 미시시피를 떠나 이곳 멤피스로 오면서부터 빅터를 돌보며 함께 살고 있는 넬리 아벤트이지요. 마찬가지로 빅터는 '넬'소리가 입에서 잘 나오지 않아 넬리 아줌마를 '맘'이라 부르고 있지요.

 

눈 두 개에 팔 두 개, 다리 두 개, 짧게 깍은 머리. 나는 정말로 평범하다. 첫눈에는 나도 그저 평범한 아이일 뿐인데 입을 여는 순간 다른 존재로 변해 버린다. 그래서 낯선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다. 그들은 대부분 내 입장에서는 눈곱만치도 생각해 보지 않고 그냥 좀 모자란 아이겠거니 하고 어서 꺼져 주길 바란다. (본문 11p)

 

이제 빅터의 신문배달이 시작되었습니다. 빅터에게 골목은 마치 말을 걸지 않아도 되는 친구 같았지요. 빅터는 신문을 현관에 한 부씩 던질 때마다 'ㅂ'이나 'ㅍ'이 들어가는 어려운 낱말을 하나씩 말해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받아라.'라며 외치고 던진 신문 때문에 워싱턴 부인을 알게 되었고, 배달 구역 가운데서 가장 먼 곳인 밴스 가에 있는 어느 작은 집에 사는 스피로 아저씨를 알게 되었고, 매일 텔레비전만 보는 폴도 알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고물을 줍는 아라티 아저씨에게 칼날을 갈아달라고 건넨 칼과 5센트 동전 때문에 그와의 악연도 시작되었지만 말입니다. 말더듬인 탓에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스스로 멀어졌던 빅터는 신문 배달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워싱텅 부인, 텔레비전만 보는 TV보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청각장애인 폴, 그리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었던 맘까지……. 빅터는 TV보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빅터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말더듬이여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또렷하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말보다는 타자기로 쳐서 마음을 전했던 빅터는 이제 말과 말 사이마다 엄청나게 오래 쉬고, 단어 사이사이에 숨도 많이 내 쉬기는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말하는 소년이 되었습니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하지 않았지요. 그러면서 빅터는 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뭘 말하느냐라는 것을.

 

"학교는 어땠어?"

"조-좋았어. 오늘 뭘 아-알았는지 마-말해 줄까?"

"뭔데?"
"주-중요한 건 뭘 마-말하느냐야. 어-어떻게 말하느냐가 아-아니라."

"맞았어, 작은 신사."

"그-그리고 내 영혼은 말을 아-안 더듬어." (본문 239p)

 

이 책을 읽다보면 스피로 아저씨에게 주목하게 됩니다. 많은 어른들은 빅터가 말하려는 것을 지레 짐작하거나 먼저 말하기도 하고, 혹은 빅터를 없는 셈 치기도 했지만, 스피로 아저씨는 빅터가 하려는 말을 끝까지 기다려주고 들어주었으니까요. 맘이나 스피로 아저씨는 있는 그대로의 빅터를 봐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특별하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장애는 남보다 열등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의 하나일 뿐(출판사 서평 中)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단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을 뿐 보통 사람들이나 똑같이 똑똑하다고 덧붙였다. (본문 176p)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더듬이입니다>>는 상처를 딛고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던 빅터가 타자기 대신 느리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하게 되는 성장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한계에 절망하기보다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는 빅터의 모습은 청소년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 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청소년들은 자신이 처한 한계로 인해 절망하게 됩니다. 그것이 가난일 수도, 장애일 수도 있겠지요. 그 한계를 인정하고 극복한다면 그 한계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닐 수 있습니다. 빅터는 그것을 보여주고 있네요. 더불어 우리의 잘못된 시선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성장해가는 빅터의 모습에서 저는 희망과 감동을 선물받은 듯 했습니다. 이 감동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꼭 권해보고 싶은 책입니다.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더듬이입니다>>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조금씩 극복해 가는 열세 살 소년의 성장 소설이다. 말더듬증 때문에 모자란 아이 취급을 받곤 하는 빅터는 사람들과 대면하기가 겁난다. 그래도 친구를 대신해서 한 달 동안 신문을 배달하기로 한다. 매주 금요일마다 신문값을 받으러 다니며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 가고, 그 속에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겼다. (표지 中)

 

(이미지출처: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더듬이입니다'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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