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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집 보는 날 책 읽는 우리 집 12
모리 요코 글.그림,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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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읽었는데도 왠지 마음이 찡합니다. 문득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너무 많이 필요한 작은 아이를 두고 직장을 다니게 된 때가 생각난 탓입니다. 유치원을 다니지만 끝나면 혼자 집에 있어야 했던 작은 아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도 엄마인 저도 두려움과 불안함 때문에 1분이 1시간 같았지요. 퇴근시간이 되면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와 마치 이산가족 상봉을 하듯 아이와 만나곤 했습니다. 울지않고 무사히 혼자 잘 있어준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말이죠. 엄마는 아이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혼자 무섭지는 않을까?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준 건 아니겠지? 혹시 무서워 울고 있지는 않을까? 등등 정말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도 엄마를 기다리며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무서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 익숙해지면서 두려움도 불안함도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지요. 오늘 처음으로 혼자 집에 있게 된 아짱이라는 여자아이를 만났습니다. 혼자 집에 있게 되면서 불안한 아이의 심리 상태가 너무도 잘 표현되어 있어서인지 왠지 그 시절, 혼자였던 아이의 마음을 지금에야 온전히 이해해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짱이 간식을 먹고 있을 때, 할머니가 몸이 편찮으시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는 할머니가 어떠신지 잠깐 보고 오겠다고 하시네요. 엄마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혼자 있을 수 있냐고 묻지만 아짱은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사실 아짱 혼자서 집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엄마가 나가자 집 안은 갑자기 조용해진 듯 했어요. 할 수 있었지만 막상 엄마가 없으니 두려워진 듯 하네요.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왜이리 안쓰러운지, 괜시리 저까지 울적해지는군요.

 

 

아짱은 간식을 먹고, 인형과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엄마는 아직입니다. 아짱은 엄마가 언제 오는지, 할머니는 괜찮으신지 걱정이 되네요. 아짱은 점점 목이 마르자 물을 마시려고 주방으로 갔어요. 주방은 어둡고 왠지 더 썰렁한 듯 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딸그락 하는 소리가 나고, 마루가 삐걱하고 울리네요. 똑-하고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주방 도구와 채소들이 일제히 눈을 떴어요. 아짱이 놀라서 탁자 속으로 기어들어가자 와르르-하고 큰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아짱은 무서움에 잠깐 동안 몸을 숨긴 채 가만히 있었어요. 딸그락, 탕탕 여러 가지 소리가 들려오자, 아짱은 무슨 소리지? 라며 조용힌 혼잣말을 했지요. 그러자 곰 인형이 주방 도구들은 녹슬지 않기 위해서, 채소들은 더 맛있어지기 위해서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체조를 하는 거라고 대답해주네요. 마트료시카 인형의 제일 바깥쪽 뚜껑이 맞다고 말하자, 안쪽의 인형들도 순서대로 퐁퐁 튀어나오면서 맞다고 말해줍니다. 아짱은 탁자를 덮고 있는 담요를 살며시 들어 올리고 밖을 살펴 보았어요.

 

 

주방에서 주방 도구들과 채소들이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들고 통통 튕기기도 하면서 즐겁게 움직이고 있었지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 아짱도 탁자 아래서에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고, 다 같이 노래 부르고, 탁자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는데, 찰카닥- 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제자리로 되돌아갔네요. 엄마가 돌아온 것입니다.

엄마는 아짱이 배고플까봐 서둘러 식사 준비자 마치 엄마의 손에 맞춰 움직이기라도 하듯 주방 도구들이 척척 움직이고, 냄비 군도 보글보글 말하기 시작했지요.

 

 

무엇이든 '처음'은 설레이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혼자 집에 있게 된 아짱 역시, 두려웠습니다. 시간은 느릿느릿 천천히 흘러가고, 집안은 조용하기만 했지요. 어디선가 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무섭기만 합니다. 아짱은 두려움에 탁자 속으로 숨었지만 용기를 내었어요. 그렇게 혼자 두려웠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지요.

 

<<혼자 집 보는 날>>은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는 아이의 그 마음이 너무도 잘 표현된 그림책이 아니었나 싶네요. 누구에게나 엄마와 떨어져 혼자 집을 보게 되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처음이기에 아이들은 더 두렵고 불안할거에요. 하지만 아짱이 있어 함께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짱이 냄비와 채소들로 인해 두려움이 사라졌듯이, 우리 아이들은 아짱으로 인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거에요. 그 두려운 시간을 극복하고 이제는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혼자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작은 아이가 너무도 대견해지네요.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 봅니다. 이제는 다 컸다며 늘 자신있게 혼자 있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엄마인 저에게는 아직 어린 아이처럼만 보이네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제 한 뼘 성장한 아이가 고마울 뿐입니다. 아짱 덕분에 아이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미지출처: '혼자 집 보는 날' 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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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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