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백화점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0
알렉스 쉬어러 지음, 김호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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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흔히 '슈퍼마켓이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놀이동산이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 등등의 푸념을 늘어놓는다. 먹고 싶은 건 많은데 엄마는 늘 한 개만..이라고 하거나, 밤 늦도록 놀고 싶은데 엄마는 이제 집에 가자며 재촉하는 탓에 아이들은 이런 투정섞인 푸념한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며, 예쁘고 멋진 물건들이 가득한 백화점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장난감과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한 탓에 백화점은 아이들의 또다른 푸념 대상이 된다. 백화점이 우리 집이었으면....

하긴, 어린시절의 나 역시도 과자가 많은 슈퍼가 우리집이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었으니, 아이들의 이런 푸념은 귀엽기만 하다.

그런데 여기, 이런 바램으로만 그쳤던 일을 직접 경험한 가족이 있다. 백화점이 올리비아, 동생 앤젤린 그리고 엄마가 함께 사는 세 식구의 멋진 집이 된 것이다. 그런데 백화점이 집인 리비(올리비아의 애칭)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일만은 아닌가 보다.

상상해보라. 먹을 것과 장난감, 너무도 멋진 옷과 보석 그리고 가구들이 가득한 백화점에서 사는 일이 얼마나 멋진가를.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리비는 이 행복한 일을 만끽하지 못했던 걸까?

 

<<두근두근 백화점>>은 올리비아 윌리엄스가 베로니카 클라크 경사에게 자신이 경험한 일을 진술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리비의 자세한 설명은 백화점에서 일들을 상상할 수 있을만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번엔 엄마가 사고를 제대로 쳤네. 진짜 너무해.' (본문 41p)

 

15분이 지나면 백화점이 문닫을 시간이지만 엄마는 스코틀리 백화점에서 꼭 침대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리비네 가족은 백화점에서 침대를 살 정도의 형편이 안된다. 리비는 저녁 시간이라는 것, 침대를 사러 간 것, 엄마가 여행가방을 들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마음에 걸렸다. 더군다나 백화점에서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도 엄마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곧 리비가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되었다. 리비네 가족은 엄마가 생활비 때문에 힘들어했고, 직장을 자주 옮겨야 한 탓에 이사를 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디든 가리지 않고 고장난 버스, 구급차, 낡은 열차 안에서 살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코틀리 백화점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잠을 잘 수 있는 따뜻한 침대도 있고, 장난감도 절대 부족하지 않았지만, 리비는 남의 집에 사는 생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는 우리를 위해 엄청난 일을 해준 거예요. 우리를 스코틀리 백화점에 데려가서 살게 해줬고, 따뜻한 식사도 할 수 있게 해줬잖아요. 사실 다른 엄마들은 대부분 기가 막혀 할 거예요......엄마는 엄마 방식대로 우리를 돌봐줬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본문 74,75p)

 

리비는 밤마다 순찰을 도는 경비원때문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고, 주말동안 청소하러 온 아줌마들 때문에 불편했지만, 엄마는 그때마다 위기를 잘 넘겼다. 엄마는 백화점에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고, 유통기한이 임박해 버리게 될 음식을 골라 먹도록 했으며, 혹 값을 치뤄야 하는 일은 그만큼 백화점을 청소하는 일로 대신했다. 집을 구하지 못해 4주동안 더 백화점에서 지내야한다는 사실이 리비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잡힐까 봐 겁이 났고, 숨이 막혔다.

하지만 어느새 스코틀리 백화점이 우리 집처럼 느껴졌으며 다른 사람의 방해도 받지 않았으며 가족들만의 일과도 생겨났다.

그러나 백화점을 오고 갈때마다 자신들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도어맨 콧수염 아저씨는 리비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설상가상 백화점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미스터리 아저씨까지 더해졌으니 리비의 걱정은 자꾸만 쌓여갔다.

그렇게 백화점에서의 1주일을 보낸 어느 날, 급기야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고야 마는데, 바로 리비네 가족 외에 백화점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바로 도둑들이었는데, 신고를 하면 리비네 가족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백화점에서 일주일을 살아가는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백화점에 도둑이 들었다니! 백화점과 리비네 가족의 한판 승부는 더더욱 흥미롭기만 하다.

<<두근두근 백화점>>은 백화점이 우리 집이라면...이라는 상상이 현실이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그 속에 '가족의 사랑''의미'를 녹아낸 작품이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혼자 동분서주했던 엄마는 아이들이 좋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생각해낸 것이 바로 백화점이었던 것. 돈을 잘 벌지 못했던 엄마였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최고였다.

 

"......솔직히 말하면 우린 그러면 안되는 거였어. 그건 모두 엄마 생각이었어. 우리가 이곳으로 온 건 모두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엄마가 돈을 잘 벌지 못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엄마는 너희들을 사랑해.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많이 너희들을 사랑해. 하지만 엄마는..........좋은 엄마가 아닌가 봐." (본문 288p)

".........우리한텐 가족이 있잖아요. 엄마랑 나랑 앤젤린요. 우리 셋만 함께 있으면 돼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우리끼리 알아서 살아갈 수 있어요. 괜찮을 거예요." (본문 291p)

 

뉴스에는 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에 관한 소식들을 전한다. 그에 비하면 비록 능력이 없어 백화점에서 생쥐처럼 살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고픈 리비 엄마의 마음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가족의 해체와 붕괴로 인해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은 너무도 안타깝기만 하다. 그에 반해 함께하고픈 리비네 가족의 끈끈함은 가족의 모습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에서의 모험이 끝난 1년 후, 이야기는 리비의 일기로 끝이 난다. 조금은 성장한 리비 그리고 더 멋진 가족이 된 리비네 가족의 이야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함께하기에 더 행복한 그 이름, 가족. 기발한 상상력 속에 담아낸 리비네 가족의 모험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 뜻깊은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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