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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와 나는 매일이 전쟁이다. 엄마 말에 무조건 오케이 해주었으면 하는 나의 바램과 달리, 딸은 엄마 말이 틀렸다고 반기를 든다. 물론 가끔은 내가 '어른'이라는 권력을 내세워 내 아이들에게 억지스러움을 강요한적도 있지만, 나는 그 억지에 '내 아이들을 위함'이 내포되어 있다고 떳떳하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이 떳떳함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나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바로 <<우리들의 7일 전쟁>>에 등장하는 중학교 1학년인 내 딸과의 동갑내기 아이들이다.
이 녀석들을 당돌하다고 해야할까? 주관이 뚜렷하다고 해야할까? 커서 자신의 몫을 단단히 할 재목들이라고 해야할까? 한마디로 단정하자면,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조그만 교실에 50개가 넘는 책상과 의자가 조금의 틈도 없이 빼곡히 자리잡은 곳에서 우정보다는 경쟁을 배우고, 성적순으로 행복의 척도를 가늠하던 그때, 밖에서는 대학생 언니오빠들의 함성과 최루탄이 사방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세상을 향한 그들의 투쟁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의 도량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엄마의 말씀에 오케이만 할 줄 아는 세상물정도 모르는, 내 삶이 내 것이라는 것 조차도 모르는 바보같은 아이었다. 느즈막히 내 삶이 내가 주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난 뒤에야 나의 학창시절에 대한 미련함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온전한 나로서 살기위해 많은 시간과 갈등을 필요로 해야했다.
사람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이런 시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들에게 나의 후회의 시간들을 물려주려한다.
그 일에 내가 앞장서 있음을 이제야 느낀 듯 섬뜩해진다. 그럼에도 적절히 현 사회와 타협을 권할 수 밖에 없는 내 위선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매일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중략)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 가사 중의 일부이다. 그렇다. <<우리들의 7일 전쟁>> 속 아이들은 이제 답답한 교실과 규칙 그리고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잔소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좋아하는 축구를 못하게 하는 엄마로부터, 엄마의 과보호로부터, 아빠의 위선으로부터, 선생님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해방구'를 만들었다.
1학기 종업식날, 체육 교사 사카이에게 '필살 공주 매달리기' 벌칙을 받다가 허리를 다쳐 학교를 가지 못한 사토루를 제외한 1학년 2반 남학생 21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유괴되었다고 걱정했지만, 이들은 한 달 전에 문 닫은 공장을 자신들의 요새로 만들고, 일주일전부터 음식을 비축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자신들의 요새를 만들어왔다.
허리를 다친 사토루는 '일렉킹'이라는 별명답게 이들이 해방구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한편, 여학생 준코와 함께 어른들의 동태를 살펴서 보고하는 임무를 맡는다.
헌데, 종업식날 함께하기로 한 나오키가 진짜 유괴되는 상황이 발생되고, 아이들은 나오키를 직접 구해낼 작전을 짠다. 

"넌 꼰대들이나 부모나, 뭐 그런 어른들이 하는 일에 만족해? 하고 싶은 말 없어?"
"하고 싶은 말이야 무지 많지. 그래도.........."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으면 포기하는 거야?"
"그렇지만 우린 애들이잖아."
"애들은 무조건 어른이 하는 말을 다 들어야 해?""우리도 힘을 합치면 어른들이랑 싸울 수 있어."
"그럴까?"
"그래. 해방구는 우리의 성(城)이야."
"거기서 뭘 하는데?"
"아이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거지." (본문 29,30p)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우리들끼리 사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매일 해방구 방송을 내보내며, 선생님과 어른들의 잘못된 점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꾸짖는다.
1968년 5월, 약 2000명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와 불평등한 군사 동맹의 개정을 요구하며 '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 투쟁을 시작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확실히 변해가는 것을 느꼈으며 열정에 사로잡혔다. 아이들의 리더격인 도루의 부모님은 그 시절 전공투에 가담했던 대학생이었다. 이제 그들의 아이들이 자신들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회유와 협박에 맞서 싸우게 되는데, 방송국에 연락을 하는가 하면, 시장 사전 선거 현장의 비리를 라디오에 생중계하기도 하며, 나오키를 유괴한 범인을 혼내주기도 하고, 유괴범을 잡지 못하는 경찰을 골탕 먹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위선적인 부모를 혼내주고, 폭력을 사용하는 체육 선생님이나 자신의 잇속을 차리려는 교장 선생님을 혼쭐낸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감추어진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일렉킹 사토루 외에도 레슬링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는 아마노의 중계솜씨가 빛을 발하게 된다.
어른들은 결국 공권력을 투입하지만,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어른들을 제압한다.
비록 그들의 7일간의 전쟁은 막을 내리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졌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 따님이 없어절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상상도 안 해봤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부모치고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준답시고 불행하게 만드는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아이들을 '착한 아이'로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착한 아이'란 대체 어떤 아이일까요? 그것은 어른의 꼭두각시죠. 다시 말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에 순응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게 교육이죠.
"그건 바람직한 인간상인 것 같은데요."
"이건 어른쪽에서 생각해낸 발상입니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단 한 번이라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이는 어른의 노예가 아닙니다." (본문 330,331p)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불량딱지'를 붙히려고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그들에게 전공투와 같은 사상이 있어서가 아니다. 아이들은 생존본능에 의해 무언가를 바꾸어보고 싶은 것이다. 숨 막히는 현실에서 그저 꼭두각시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에게 살기 위한 본능을 깨운 셈이다. 

"생물이란 미래의 위험을 예지하는 본능이 있는데, 그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 하거든. 그게 없는 생물은 도태되어 멸망해버리지. 저 애들도 이대로 가면 앞으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저런 행동을 하는 게 분명해."
"저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못 갈지도 모른단 말이야."
"안 가면 되지."
"중학교에서 내쫓기면 어떻게 먹고살아?"
"먹고살수는 있어."
"나는 도루한테 우리 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아."
"당신도 변했군. 그렇게 자식을 체제 안에 끼워 넣고 싶은 거야?"
"그래. 그게 뭐가 나빠? 우리 동료들도 지금은 다들 체제 안에서 편안히 자기 배를 불리고 있잖아." (본문 83,84p) 

현 체제에 순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불량'이라는 이름표를 붙혀준다. 그 체제 안에 있어야만, 어른의 꼭두각시인 '착한아이'여야만 되는 이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몇명이나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매년 조사하는 '어린이, 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3년 연속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개성과 재능보다는 사회의 틀안에 가두어두려는 부모들의 학구열과 권력이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아가고 있다.
물론 세상이 변함에 따라 어른들의 생각도 바뀌어가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연예인이 되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하기도 하고,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은 말 잘듣는 착하기만 해야하는 우리 어른들의 생각은 변함없이 고루하다. 

"나는 이제 엄마의 리모컨은 안 하겠다고 말하는 거야." (본문 216p)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신들의 잇속과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나 역시 그런 존재라는 사실에 동시에 부끄러움도 느껴야했다. 경쟁 속에 내몰려 숨막혀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좋은 대학 들어가면 다 보상된다'라고 말할 것인가. <<우리들의 7일 전쟁>>의 아이들은 바꾸려는 투쟁을 시작했다. 이익을 쫓으며, 잘못인 줄 알면서도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어른들을 향한 통렬한 비난으로 이제 어른들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투쟁할 것인지...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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