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촌마게-에도 시대 남자의 머리 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 올린 것 (본문 5p)

촌마게 푸딩? 촌마게가 뭘까? 라는 궁금증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첫 페이지에서 촌마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표지에서 보여지는 코믹함, 2010년 7월 개봉영화의 원작이라는 점도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했는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 담겨진 의미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일본 문화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나에게 일본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영화가 바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였다. 그 후로 일본 문화를 종종 접하곤 했는데, 일본 문화에 대한 거리감은 여전히 존재하나, 일본 특유의 문화적 매력을 조금이나 느낄 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내내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코믹과 감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꼬집고 있는 부분은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유사 히로코는 이혼 후 직장 생활과 아들 도모야의 양육까지 모두 감당하며 다소 지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소풍날 늦은 탓에 도모야와 서두르던 날, 촌마게를 틀어 올리고 사무라이 복장에 옆구리엔 긴 칼을 두 자루나 차고 있었던 것 같은 사내를 보았지만, 드라마 촬영이 있겠거니 하고 그냥 무심히 지나쳤다. 그러나 그날 밤, 어린이집에서 도모야를 데리고 집으로 가던 길에 그 사내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함께 집에 오게 된 사내의 이름은 기지마 야스베였으며, 180년 전 에도 시대에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하룻밤 신세를 지고 떠났던 야스베는 자신이 살던 시대로 되돌아 가지 못하고 다시 히로코의 집을 찾아오게 되고, 돌아갈 방도를 찾을 때까지 사촌 동생이 되어 집안 일을 도우며 함께 살게 된다.

야스베가 집안 일을 도맡아 하면서 히로코는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었고, 도모야 역시 야스베의 도움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 야스베의 도움으로 히로코는 상급 엔지니어 자격을 딸 수 있는 강습회를 참가할 수 있었고, 네 명의 부하직원을 지휘하는 책임자가 되어 더욱 일에 매진하게 되었다. 히로코는 전 남편이 집안 일을 도와주지 않아 직장 생활과 가정, 육아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어려움으로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히로코는 전 남편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어졌음을 인지하면서, 전 남편을 조금 이해하는 듯 보인다.

이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자신은 하나뿐인 아들 얼굴도 제대로 못 보는 일중독 상태.
한편 야스베는 야스베대로 집안일로 날을 샌다.(중략)
하지만 바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안 것도 있다.
역시나 일은 재밌다는 점. 그리고 일과 가정, 둘 다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다는 점. (본문 136,137p)

한편, 집안 일에 탁월한 실력을 보이는 야스베는 케이크와 과자를 정말 맛있게 만들었는데, ’아빠가 만든 케이크 콘테스트’ 대회에서 일등을 하면서 야스베의 일상은 180도 달라지게 되고 현대 사회의 한 일원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인기인이 되면서 야스베는 현 사회에서 보여지는 성공하고 싶다는 권력의 욕구와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힌다.

"사람들한테 떠받들리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 그런 욕구가 있으니까 집안일 같은 건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거라고요.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야스베 씨는 지금 사람들의 눈요깃거리일 뿐이니까요. 다들 못 보던 캐릭터니까 신기해하면서 부풀리고 띄우는 거에요. 이름이 알려진다는 건 그런 거죠.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싹 돌아서는 게 요즘 사람들이에요. 야스베 씨는 지금이 절정인지도 모르죠. 앞으로는 내려가는 길밖에 없을지 모른다고요." (본문 207p)

180년 전과 현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해왔다. 우리 사회는 발전을 거듭하면서 점점 변화해왔는데, 급변하는 시대에서 분명 변화가 주는 문제점도 함께 자라왔다. <<촌마게 푸딩>>은 180년 전 에도 시대에 살던 한 남자가 타임슬립으로 현 시대로 오게 되면서, 사무라이의 눈으로 현 사회를 바라보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깨달음을 구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직장맘으로서 육아와 직장생활, 가정 생활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히로코를 통해 직장맘의 어려움을 그려내고 있으며, 사회적인 권위와 성공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작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적한다.
성공이나 권력을 탐하는 욕구로 인해 정작 지켜야 할 가정과 양육을 등한시 하는 이 시대의 불필요한 욕망을 꼬집는다.

"안 되는 일을 똑바로 지적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법이외다."
"그래요. 기자마 씨의 말이 맞아요. 기지마 씨처럼 지적하는게 맞다고요"
(중략)
"때로는 화를 내는 것도 성가신 일이에요. 피곤하다라고 할까. 화를 내면 피곤해요. 가만 놔두는 게 편하다고요. 그냥 놔둘 수 없으니까 가끔 잔소리를 하지만 대충 수습하고 넘어가죠." (본문 101,102p)

야스베는 과거의 눈으로 현 사회의 문제점을 마주하게 되고, 히로코는 현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겪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야스베 역시 현 사회에 적응하면서 허황된 욕구를 갖게 되고 중요한 부분을 잊게 되는데, 우리가 소중히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야스베과 히로코 그리고 도모야가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는 코믹함과 유쾌함을 보여주고 있기에, 쉽고 재미있게 읽어내려 갈 수 있지만, 결코 가벼운 소설은 아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맞추기 위해 매일 앞만 보고 뛰다시피 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정작 중요한 부분은 소홀하지 않았나를 생각하게 하는 의미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으리라. 

"세태는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는 까닭에 나도 여성들이 돈벌이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엔 백보 양보하오. 허나, 그렇지 않은 여성이 집안일에 전념하지 않고 이것도 하고 싶다, 저것도 하고 싶다 뜬구름 잡는 생각만 하면서 시간 낭비, 정력 낭비 하는 것은 옳지 않소이다. 사람에게는 모름지기 맞는 신분이라는 것이 있소이다. 제 신분에 맞게 사는 것이 인간된 도리외다." (본문 188p)

(이미지출처: '촌마게 푸딩'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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