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 인생을 보다 맛있게 요리하는 25가지 레시피 노하우
김희재 지음 / 시공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며칠 후면  친정아버지의 생신이라 주말을 이용해서 아버지를 뵈러갔다. 5년전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 아버지는 맞벌이 하는 동생내외랑 살고 계시지만, 늘 혼자 지내시다보니 외로움도 많이 타시는 데다가 더 수척해진 모습은 훨씬 늙어보여 마음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성격을 지닌 아버지는, 말수도 적고 무뚝뚝하신데다가 고집이 세고 가부장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동생 내외랑 잘 어울리지 못하시는 듯 하다. 
그런 친정 아버지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때마침 내가 읽고 있던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이 책이 떠오른 것은, 나이들어가는 내 모습이 보여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단 이것은 내 친정 아버지에게만 국한 되는 문제점은 아닐거라 본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아버지들은 가장이라는 미명하에 가부장적인 성격을 고수하였고, 어머니들은 힘겹게 길러온 자식들에게 무슨 보상심리와 같은 효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급변하는 세대들과의 정서에 맞지 않아, 점점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아버지를 만나기 전 책을 읽는 동안에는, 진정한 (?) 아줌마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내 모습을 반성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졌으나, 아버지를 뵙고 온 후 나머지 분량의 책을 읽으면서 책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멋지게 섹시하게 늙어가고 싶다는 소망으로 한줄 한줄 정성을 들여 읽어내려갔다. 이제 나도 30대 중반이고, 시간은 유수같이 흘러 어느 순간 외롭게 늙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지 모른다는 겁이 났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도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아름다워지는 중년의 여배우들을 보면서 나이든 나의 모습이 저렇기를 바란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때문에 직업상 그들끊임없이 노력하고 가꿀 수 밖에 없다고 단정지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도 남편의 부인, 아이들이 엄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온전한 ’나’라는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글보글 파마 머리에, 헐렁한 고무줄 바지를 입은 아줌마의 모습보다는 자신을 섹시하게 가꾸며 노력하는 모습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라는 것이 ’죽을 때까지 불특정 다수가 인정하는 관능적 이미지 구축하기’와 같은 뜻은 아닙니다. 굳이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죽을 때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매력적인 사람, 다시 보고 싶은 사람, 오래 기억될 사람 되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 228p)

어쩌다 외출할 일이 있어 꺼내 입은 외출복은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불편하고, 나잇살이라며 바득바득 우겼던 뱃살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명하기조차 어려워지면서 나 또한 힘들어지고,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이들은 저 혼자 자란 듯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급기야 대화도 안 되고, 함께 살을 비비며 살아온 남편과의 달콤한 대화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결국 외롭게 쓸쓸히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하소연을 하며, 내 인생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라는 궁상맞은 생각에 인생 헛 살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되겠지....

집집마다 들려오는 한탄의 소리가 책 속에 담겨져 있다. 그렇게 살겠느냐고 질문이라도 하듯이, 그렇게 늙어가고 싶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라! 며 충고하듯이 어떻게 하면 죽을 때까지 섹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가르쳐 주고 있다.
강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야할 것만 싶다. 
책 속에 담겨진 악다구니가 우리 집에서도 들린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대화들을 나 역시도 꺼내어 놓고 있다. 점점 섹시함에서 멀어지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슬픔과 동시에 바짝 긴장을 해본다.

아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사들고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 들러 커피를 내밀며 커피집 앞을 지나가다 생각나서 들렀다고 말해주고, 직장 다니는 며느리에게 받은 용돈 중에서 조금 떼어내어 힘내라는 카드와 함께 내밀어 보며, 남편에게 비타민제 하나 건내며 건강하라고 말할 줄 알고, 손자들의 생일날 예쁜 이모티콘을 보낼 줄 아는 여자로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 
자주 들르지 않는다고 바쁜 아들과 며느리에게 잔소리하고, 우리 때는 그렇게 안 살았다며 구닥다리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잔소리하는 시어머니, 어머니의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서운함의 발생은 자식들의 ’거절’이 먼저가 아니라 부모의 ’바람’이 먼저였습니다. 이 깨달음 뒤에야 기억도 가물가물한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젋을 때 자신이 꼭 그러했음이 기억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식들도 지금 부모의 나이 정도가 되면 그제야 깨달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살아있는 동안, 자식들이 더 늙어 후회하지 않도록 조금 빨리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서운함’의 시작점이었던 부모의 ’바람’부터 없어보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본문 160p)

생각해보면, 20대때의 내 모습이 가장 섹시했던 것 같다. 무얼해도 자신감 넘치고 나 자신을 가꾸며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위해 노력했던 때말이다.
젊었기 때문이라고 변명 해보려 했지만, 그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무엇을 노력하고 있었나? 나이 든다는 것은 스물의 가슴과 서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제 알아가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서 쌓아지는 연륜이 그저 ’나이’라는 단순한 숫자에 묻어있기에는 안타까운 일이다.
스물에는 할 수 없었던 섹시함을 이제 보여줄 때인거다. 나이가 들어야 진정 아름다운 섹시함이 드러나는 시기가 비로소 온 것이다.이제 나의 섹시함을 마음껏 과시해보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해지도록
그래서 결국 내가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입니다.
(본문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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