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의 코끝이 빨갛고, 얼굴이 빨갛게 튼 채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 내 어린시절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진 속 어린시절의 내 모습이 바로 이 꼬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렇게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엄마를 기다리곤 했었다. 2살 터울의 남동생 손을 꼭 잡은 채로...

희미한 기억 속에 나는, 엄마가 없는 날에는 두살 아래 남동생의 손을 꼭 잡고 집 앞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가 돌아오면 엄마 품에서 애교를 부리는 남동생과는 달리, 나는 엄마가 집에 와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꼈었다. 
<엄마 마중>의 아가를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의 기억에 코끝이 찡함을 느낀다.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온다. 키가 작아 ’낑’ 하고 안전 지대로 올라가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여 오히려 웃음이 난다. 전차가 왔지만,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전차가 두대나 지나갔지만, 엄마는 오지 않았다. 어느 새 하늘은 노랗게 물들었고, 그 다음 전차가 들어왔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전차가 다시 와도 묻지 않은 채, 한 군데에 가만히 서 있었다. 코가 빨갛게 되도록...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전차 정류장에는 아가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눈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가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이 추워보였다.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엄마, 그리고 전차 정류장에서 눈을 맞으며 코가 빨개지도록 엄마를 기다리며 혹여 엄마를 만나지 못할까봐 한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아이를 보면서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휴~ 안도의 한숨에 오히려 마음이 울컥해짐을 느낀다.

눈은 점점 내리고 지붕에는 하얗게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그리고 골목길로 엄마와 손을 잡고 가는 아가의 모습이 보인다.
얼마나 다행인가? 전차에서 내린 엄마는 코끝이 빨간 아이를 보면서 걱정과 반가움에 아이를 꼭 안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기다리던 엄마가 전차에서 내리는 모습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엄마 품에 달려가 안겼을 것이다.
내가 엄마를 만난 듯, 어린 시절에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그 안도감이 느껴진다.

누구나 힘겨웠던 그 시절, 아이 혼자 집을 지키면서 우두커니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그림책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슬픔과 기쁨의 감동이 동시에 몰려와 눈물 맺힌 눈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나는 함박눈이 쏟아지는 길을 걸어가는 엄마와 아기의 모습을 보고 또 보았다.

그 감동이 예쁜 삽화와 함께 내 마음에 전해져 옴이 느껴진다. 




(사진출처: ’엄마 마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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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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