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
강철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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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은 BTS 트집잡기에 열을 올린다. 한일전 스포츠 경기라도 열리는 날이면 그 어느때보다 열기가 뜨겁다. 선수들 역시 더 긴장하고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을 갖는다. 일본에게 진다는 건 경기 하나를 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런 서로의 신경전은 역사 속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역사를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어도 내 세대까지만 해도 역사시간에는 반일, 반공감정이 생길 수 밖에 없었고 역사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본에 대한 응어리를 조금씩이라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응어리를 풀어내지 못한 채 여전히 우리는 서로 트집잡고 미워하기 바쁘다. 이 응어리를 풀어낼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한국인은 누구나 조금은 일본에 대한 응어리를 안고 산다. 특히 우리 노땅 세대는 거의 평생을 반일, 극일 속에서 살아왔다. 혹시…그게 원인일까?

너무 오랜 기간 남을 미워하고 저주를 하면 그것이 뱅뱅 돌아 자기 가슴에 와 꽂힌다는 소리.

5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나라가 일본 고작 삼십 몇 년 침탈에 그리도 망가질 수 있었나. 겨우 나라를 되찾고 '일본 놈 나쁜 놈들' 칠십 몇 년을 똑같은 패턴 똑같은 삿대질이 아닌, 보다 효율적 진보적 대응책이 그리도 없었나. 우리 조상들은 무얼 하다가 그 많은 고초를 겪었고, 일본은 왜 그리고 이 땅에 눈독을 들일까? (본문 11,12p)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는 인기 현역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강철수 작가의 에세이로 '스토리가 있는 조선,일본 보고서'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일본에게 복수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일념 하나로 일본에 관해 아주 열심히 공부해 왔었고, 지금까지 장장 30년을 집시처럼, 떠돌이 무사처럼 일본 전역을 훑으며 과거 한일 양국에 얽히고설킨 사건들을 들춰보고 다녔다고 한다. 즉 이 책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의미 있는 흔적들을 돋보기로 살핀, 글로 쓴 동영상이기도 한 것이다. 일본 강제징용에 대한 판결, 위안부 문제 등 한일관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지금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저자 강철수는 스토리 구성력과 감각 있는 그림, 그림 칸 구성 등 만화 작가가 갖추어야 할 실력을 이상적으로 구비한 대표적인 중격 작가로 독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해석해내고 시류를 정확히 짚어내는 '대중문화상품 창작자'로서의 감각이 뛰어나 1960년 데뷔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려 40년 이상을 '인기 현역작가'로 장수하고 있다. (책날개 中)

 

저자는 일본 전역을 훑은 30년이 흐르는 사이 두 나라 모두 놀랄 정도로 변모하고 발전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두 나라의 신경전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지금 나는 뒤늦게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을 시청하고 있는 중이다. 그와 맞물려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를 읽고 있는 중인 게다. 일본과 우리는 공통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다른 역사를 배우고 있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일본과 일본인을 만나 담아낸 이야기가 때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역사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남을 잘 믿고, 잘 속는 한국인.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지난 일은 금세 잊는 한국인. 그렇게 사람 좋은 순둥이들이 그렇게 자주 일본을 드나들면서 일본에만은 마음 전부를 열지 않았다. (본문 124p)

서로 손가락질 그만하고, 축구나 야구로 맞붙으면 서로 박수쳐주고 환호해주는 착한 쌍둥이, 예쁜 쌍둥이가 될 수 없을까. (본문 238p)

양국 수뇌부는 지긋지긋해 하는 두 나라 국민들을 편하게 해줄 줄 알아야 한다. (본문 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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