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 라임 청소년 문학 32
자나 프라일론 지음, 홍은혜 옮김 / 라임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내가 '로힝야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탓일 게다. 어떤 내용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아 책 뒷표지를 살펴보니 "나는 오늘도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힝야족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 불린다. 강요당하고, 토지를 빼앗기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권을 얻지 못해서 불법 이민자로 차별받고 쫓겨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신세가 되어버린 로힝야족. 그렇게 난민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수피를 통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뉴스를 통해 난민들의 실상이 전 세계적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난민 문제에 대해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이 책은 호주의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열 살 소년 수피를 통해 우리에게 난민들의 실상을 이해하고 난민 문제가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준다.

 

로힝야족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집이 불타고 키우던 동물들이 죽어 가던 이야기, 아이들이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게 된 이야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긴 이야기,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게 된 이야기, 군인들에게 강제로 붙잡혀 가서 도로를 만들거나 땅을 파는 일을 하고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 이야기, 경찰이나 군인을 피해 달아나야 했던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아빠가 자신이 쓴 시 때문에 체포당한 뒤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한 이야기, 군인들이 엄마랑 누나를 찾아내서 미얀마로 돌아오면 죽이겟다고 협박한 뒤 보트에 태워 이곳까지 쫓아낸 이야기, 우리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본문 43,44p)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에 타고 온 보트번호를 이름 대신 사용하는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수피는 이곳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기라서 DAR-1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철조망 안에서 내일이면 엄마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아빠가 돌아오기를 희망하며 지내는 수피에게 다른 천막에 사는 엘리 형은 큰 힘이 되어준다. 엄마는 음식을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라고 권유한다. 설사 음식에서 파리나 벌레 같은 게 나오더라도 단백질을 먹을 수 있으니까 운이 좋은 거라고 했기 때문에.

 

반면 철조망 밖에 사는 지미는 엄마가 돌아가신지 사년 째 되는 날이지만 여전히 몸속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덩어리를 지닌 채 엄마가 어렸을 때 참새 목걸이에 얽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기억하며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으로 살아간다. 오빠의 도움없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지미는 오늘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이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듣게 된다. 좋은 옷에 책과 컴퓨터는 물론 장난감도 엄청 많고, 의사도 있어서 몸이 아플 때 굳이 병원을 찾아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더욱이 번쩍번쩍 빛나는 새 자전거를 실은 트럭이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며 부러워했다. 집에 도착해서 내내 수용소 생각을 하던 지미는 텀험하는 방법을 알려준 오빠 덕분에 철조망이 허술한 쪽을 찾아 수용소 안으로 들어간다.

 

지미와 수피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글을 읽지 못하는 지미를 대신해 수피는 지미 엄마의 공책에 쓰여진 이야기를 읽어주었고, 지미는 바깥세상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를 찍어 수피에게 보여주곤 했다. 그러던 중 엘리 형이 남자 어른들만 모여 지내는 알파 천막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위생적인 환경과 부당하고 폭압적인 대우에 분노한 어른들이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엘리 형과 수피의 누나도 동참하게 되고 수피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은 액자식 구성을 가진다. 지미 엄마의 공책에 쓰여진 내용을 수피가 지미를 대신해 읽어주는 장면은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한다. 처참한 난민 문제를 그려낸 작품이지만 수피의 상상력이 있어 무겁고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는 수피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로힝야족에 대한 '인간 청소'를 비롯해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힝야 사람들이 작은 배를 타고 위태롭게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작은 배에 올라타기를 강요당하고 있으며, 그것을 거부하면 죽임을 당합니다. 어쩔 수 없이 배에 올라 바다로 떠밀려 나간 뒤에 목숨을 잃게 되지요.

전 세계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먹을 것도, 마실 물도, 배가 움직일 연료도 없이 며칠을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낸 그들을 구한 사람은 놀랍게도 어부들이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은 모른 척했지만, 어부들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같이 마음 아파했습니다. (작가의 말 中)

 

이 책을 읽으면서 로힝야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다. 난민의 실상을 뉴스로 접혔을 때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으나 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듯 하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읽기 편하게 쓰여진 책이다.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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