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 주의산만증ADHD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어린 이를 위하여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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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표지에 <주의산만증 ADHD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어린 이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어린 이’라는 말은 나이가 어리다는 뜻도 되겠지만, 마음이 여리고 약한 이를 가리키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의산만증에 대해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주변에 그러한 이를 만나보거나 겪어본 적 없다면 그다지 관심이 가지는 않을 거에요. 하지만 내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이) 있으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가까이에서 볼수록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니까요.
주의산만증 아이를 키우는 주양육자(보통은 엄마지만) 여기서는 그 아이들의 고모이자 고모할머니인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주변에 힘들어하는 이를 안다면 읽어보라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서두부터 추천하는지 궁금하시다면 계속 읽어봐요.


작가 #이은주







 인상깊은 장면

1장 엄마라고 불리는 고모

1장은 조카와 조카손자를 키우는 주양육자인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장이에요. 조카들의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라 병원에 입원하고, 엄마는 떠나버렸어요. 고모인 자신이 할머니인 자신의 엄마와 함께 조카들을 돌봅니다. 그리고 큰조카가 스무살이 되고 싱글맘이 되면서 조카손자까지 함께 양육하게 되는데요.
주의산만증 ADHD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아이가 내 뜻대로 자라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들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남들 아이는 잘 크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들은 왜 이리 말을 안들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거든요.

삶이 너무 버겁고 힘들 때, 마음은 지쳐있는데 세상은 기댈 데 없고 버티기 힘들 때,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역시나 뒤돌아보면 그래도 가족이 있구나.. 그걸로 위안을 삼으며 안간힘을 쓰면서 다시 일어나려고 애씁니다.

작가는 아이들이 병 때문이든 아니든간에 하나의 인격으로 바라보고 대하며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깨달아요. 엄마되는 연습중인 것이지요. 완벽한 엄마는 없으니까요. 노력하는 엄마가 있을 뿐.


‘그래 이제 엄마는 울지 않을 거야. 맞아. 동생은 늘 문신을 동경해 왔어. 동생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함으로써 건강해지고 싶었던 걸 거야. 마치 부적같이. 꿈을 이룬 거지. 꿈은 사람마다 달라. 난 욕심을 부리고 있었던 거야. 알코올 병동에 입원하면 사람이 바뀌어 돌아올 거라는, 내가 원하는 동생으로 돌아올 거라고 말이지.’ (38~39쪽)

잠이 달아나버리자 신경림 시인의 <갈대> 마지막 구절이 기도처럼 나온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인가 보다. (45쪽)

생일파티를 해준다고 해도 초대할 친구가 없다고 해서 무척 마음 아프게 했던 조카에게 하나둘 친구가 생기고 있다... 그때 자신의 눈높이로 바라봐 주고, 함께 고민하며 들어줄 친구를 갖는 건 소중한 일이다. (81쪽)

결국은 나 이외에는 해결할 수 없고, 나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가족들, 모두 안아주고 보살펴야만 하는 가족 구성원 속에서 분열되는 자아를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위로받고 싶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절규>를 통해 어느 정도 대리 만족을 얻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89쪽)

기대가 큰 만큼 상대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 하나와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타인에게 너그럽지 못하다는 점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어요.
...
아이를 내 분신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
지나치게 사랑하지 말기. 미리 짐작해서 무런가를 해주기보다 그가 필요할 때 적절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귀 기울이기. (94~95쪽)





2장 세상의 모든 ‘어린 이’를 위하여

1장과 비슷하면서도 제 눈에 들어왔던 건 결국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였어요. 십수년동안 가족을 등에 짊어지고 살았던 작가, 그녀의 가족들도 나름의 고통들을 가지고 있었지요. 나아졌을까요?
가족들의 변화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는 나아졌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언젠가는 나 역시..!! 빛나는 희망을 소중히 품고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할테지요.

결과적으로 그녀의 막내 조카는 중3 때 검사하면서 ADHD가 낮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더이상 주의산만증이 아닌 아이가 되었고요. 장학금도 받고, 대학교도 입학하였지요.
조카들의 아버지도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습니다. 어쩌면 희망은 그들의 아버지의 변화로 더 보여지는 것 같아요. 다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보이니까요.





3장 조카손자아들 정명이의 ADHD

이 장에서는 ADHD를 겪는 정명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검사를 받고, 센터를 통해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는 과정들. 누군가에게는 참 생소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아이나 주변의 아이가 어려서부터 산만하다거나 집중을 못하면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보면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물론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어떠한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의심으로 불안에 휩싸이면 안됩니다. 진단을 내리는 건 의사입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어설픈 정보, 양육자의 불안이나 의심으로 아이를 임의판단하면 안됩니다.

아이를 이걸 통해 판단해보라가 아니라, 이러한 흐름으로 아이 치료를 해나갈 수 있다는 정보 정도로 여기시면 될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정보이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짜깁기 인터넷 정보보다는 좀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 책의 작가는 일본어 전공자로 번역가에요. 막연하게 돈을 잘 버니까 아이들을 양육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작가는 투잡을 뛸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입니다. 한 권을 번역하면 하루에 3천원 버는 꼴이라며 막막한 현실을 알려주기도 해요. 직업소개소를 통해 하루 식당 아르바이트를 몇번씩 나가기도 했고요. 결코 여유가 있어서 아이들을 계속 돌보며 치료를 다니고 있는 게 아닌 거에요.

센터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주양육자는 (보통은 엄마는) 다들 알 것이에요. 돈이 참 많이 들어요. 그리고 주변에서 인정을 안해주기도 해요. 당장 함께 해야하는 남편부터 ‘멀쩡한 아이를 혼자서 의심하면서 이상한 애로 만들고 있어. 인터넷 좀 끊어.’라고요. 양가 부모님도 한번씩 보는 아이를 보면서 ‘애들은 다 이러면서 크는거야. 너무 과민한 생각 아니냐.’ 하시지요.

그런데 작가는 엄마도 아니고 고모, 고모할머니였으니 그에 대해서 사회적 편견들이 더 심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에세이를 냈어요. 세상을 향해 말하고 있지요.

저는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해서, 모르는 이들의 편견어린 시선이 달라지길 바라면서 낸 책이란 걸 알지만, 한편으로는 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주양육자를 위로하고 공감하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면 자신이 지금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 책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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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 일단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김시옷 지음 / 채륜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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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하고싶은지뭘할수있는지모르겠지만 #김시옷 #채륜서

표지

전업주부로 집에서 육아하면서 몇 년간 쌓인 낮은 자존감으로 마음이 지하 암반수를 뚫고 들어가려 할 때, 채륜서 출판사의 책 소개를 접했어요. 이 일상툰을 그린 작가님이 당시 제가 하는 고민을 그림으로 풀어두었더라구요. 저보다 10살이나 어린데 같은 고민이라니, 그 나이마저도 부러웠지만요.

“때로는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은 단단한 위로가 아니라 힘 뺀 농담이다.” 출판사의 한 줄 문구가 와닿았습니다. 그 당시 육아할 땐 다들 이렇게 산다는 친구들의 말이나, 부모님의 안쓰러운 눈길이 버거워서 숨고만 싶었는데, 작가님의 그림들이 가볍지만 잔잔하게 다가왔지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작가님의 일상,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또 저에게 어떻게 다가올 지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김시옷 작가
이름이 특이하지요? 일상툰 중간에 보면 이름을 지은 계기가 나와요. ‘소소, 소심, 서른, 사람’에서 따온 시옷이에요. 이 일상을 SNS에 그림으로 그려 올려야겠다고 결심한 작가님의 나이가 서른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옷 작가님은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갑상선에 종양이 있는 걸 알게 되고, 그 후에 일을 그만두면서 백수가 된 것이었어요. 건강을 해칠 정도로 자신을 옥죄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고 해요.

작가님의 자기 소개입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그리는 사람, 언제까지나 따뜻하고 위안을 주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 소소한 이야기에 저는 따스한 위로를 받았어요. 고마워요 ^^

뒷표지

이 책은 ‘힘 뺀 농담’을 담고 있어요. 다음의 그림들처럼 이야기의 결말에 반전이 오는 경우가 제법 있네요. 점점 ‘엄숙, 근엄, 진지’해지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을 때, 마지막 장면은 하이힐을 신고 걷다가 삐끗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반전시켜요. 피식 웃거나 한숨 돌리게 하지요.

사진


작가님과 나이 차이도 나고, 처한 현실 상황도 다르지만,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를 몇 편 올려봅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나봐요. 이 공감되는 그림들은 다른 에세이에서도 느꼈던 공감들이에요. 여러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치고, 나란 존재감이 한없이 작아질 때, 내 마음을 공감해 주는 사람의 이야기가 참 그립고 고마웠습니다.
작가님도 이 일상툰을 그리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현실 속에서 ‘돈이 없으면 취업을 해야지.’ 이 말이 맞아요. 그리 취업이 낮은 문턱도 아니지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가리지 말아라..’는 뼈아픈 충고를 들었을 때는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지! 내가 배가 불렀어. 나를 불러주는 게 어디냐.’ 싶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의 20대 일기를 보며 울적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가라앉혀 봅니다. 저도 작가님처럼 하고 싶은 일을 향해서 조금씩 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누구나 그럴 거에요. 이 길이 맞는 건지, 내가 너무 안일한 건지.. 앞이 보이지 않고 흔들릴 때, 작가님의 일기 중 한 부분을 함께 읽어봐요.

사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자신이 어느 정도의 잠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몰라요. 특히나 취업을 앞두거나 경력 단절일 경우, 그 동안 해왔던 일이 나랑 안맞는 것 같아서 하고 싶을 일을 하려고 날개를 펼쳐볼 경우에, 현실적인 제약,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과 주변의 시선들이 따갑게 다가오지요.
그렇지만 내 인생 내가 사는 것이니까요. 때로운 가볍고 소소한 이야기에 웃고 공감하면서 ‘그래, 까짓 것 하면 되지! 할 수 있어!’ 하면서 툭툭 털고 일어나봐요.
무겁지 않게, 우리의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믿어주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이 책을 읽어 봐요. 그리고 미소와 함께 기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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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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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은 작년 넷플릭스에서 핫했던 영화 중에 하나였어요. 저는 넷플릭스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남자 주인공 마시모 역을 맡았던 배우 이름이 ‘미켈레 모로네’인 것을 알았을 정도니까요.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말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의 홍보 문구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뛰어넘는 또 한번의 위험한 로맨스’에 기대감도 상승했고요. 그리고 <365일>은 제대로 관능과 욕망에 충실한 로맨스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탄탄한 구성의 소설이라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상당했습니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 주인공인 라우라와 남자 주인공인 마시모의 매력속으로 빠져들어가 봅시다.




이 이야기는 마시모가 사고를 당했을 때 환상 속에서 봤던 여자를 5년 동안 그리워했고, 실제로 그녀 라우라와 마주치게 되면서, 참지 못하고 납치하여 1년만, 즉 365일동안 자신의 곁에 두겠다고 하면서 시작됩니다.

라우라는 납치 상황과 자신이 떠날 경우 그녀의 가족을 해칠 거라는 마피아 가주인 마시모의 협박에 미칠 것 같아요. 자신을 그리워했다는 데 평범한 구애가 아니라,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그의 곁에 구속시키려 하니까요.


라우라의 매력 :
욕망에 충실한 vs 도발적인


라우라는 처음부터 성적으로 왕성하고, 술을 아주 좋아하는 캐릭터로 나와요. 사귀는 사이인 야수같은 남자친구를 길들였다고 생각하고요.

로맨스 소설에서 보이던 얌전하고 욕망을 숨겨야만 했고, 조신하고 순결했던 옛 가치관의 여성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아요.
현대 여성의 자유로움과 욕망을 드러낸 면에서는 이 캐릭터성은 좋다고 봅니다. 적어도 남주에 의해 감추어진 자신의 욕망을 일깨우게 된다는 오래전 발상은 사라졌으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발적인 면도 많이 보이는데요. 고급 샴페인을 자주 마시며 술에 취해 사건을 일으키고 그것으로 마시모의 분노를 사서 성적인 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마피아인 그에게 반항하기 위해 속옷이 비치는 드레스를 입거나 속옷 탈의한 채 입고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하지요.
그리고 좀 충격적인 건 두려움이나 무서움 등을 이유로 그의 뺨을 몇번이나 때린다는 것이에요. 이것 역시 그가 하지 말라고 경고하였음에도 ‘내가 선을 넘었구나.’ 하면서 그의 화를 자초합니다.


이러한 도발적인 면모는 작가가 남자 주인공의 분노를 끌어올리거나 더 극적인 상황으로 넘어가기 위한 장치로 일부러 설정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렇게 자극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해야 ‘당신은 벌을 받아야겠군.’ 하며 관능적인 장면으로 이어지니까요.

뺨을 후려치는 건 90년대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게 합니다. ‘나를 때린 건 네가 처음이야.’ 하는 오래된 대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술에 취해서 사건을 자꾸 일으키는 등 이러한 것들이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마시모의 매력 :
거칠면서도 섹시한 vs 사랑을 간직한


마시모 캐릭터는 현대 여성들이 꿈꾸는 로맨스 판타지의 전형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칠면서도 섹시한 건 라우라도 인정했습니다. 그를 보며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생각했지요. 그의 유혹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 애썼고요.

거대한 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평생을 무력(총과 폭력) 속에서 자라왔고, 현재 마피아의 가주로서 섹시하고 위험한 수컷의 향기를 내뿜는 마시모는 외양과 달리 속마음엔 5년간 환상 속의 여인을 기다리는 순애보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애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라우라를 본 뒤로는 늘 그녀를 떠올리지요. 다른 여자들은 육체적인 관계일 뿐이고요.

그러한 마시모가 현실의 라우라를 만나게 되었으니 그가 생각하는 범위에서는 납치밖에 없었고요.
대신에 라우라에게 “너를 상냥하게 대하는 법을 내게 가르쳐줘.”, “네가 원하지 않으면 손대지 않고 강요하지 않을게.” 라고 말하며 그 약속을 지키려고 애씁니다.

예전 할리퀸 로맨스 소설 속에서 보이던 남자 주인공들은 사랑을 거부하거나, 사랑이 아닌 욕망만을 말하여 여자주인공의 마음을 찢어놓았어요. 나중에 사랑을 깨달으며 소설은 끝이 나지만, 현대의 여성들은 그렇게 상처주며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사랑 방식에 질리기 시작했지요.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정력적인 남자의 마음 속에,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처럼 사랑을 기다리고 소중히 다루려고 하는 소년이 자리잡고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사랑을 갈구하고 애정을 원하는 건 여자가 아니에요. 오히려 마시모는 그를 거부하고 밀어내는 라우라에게 맞추려고 합니다.


라우라를 납치한 건 육체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그는 밀당하거나 유혹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진심을 받길 원하고 있지요.
이러한 현대 로맨스 판타지를 잘 충족해 주는 멋진 캐릭터라서 이 소설에 빨려들어갈 정도에요.




소설은 납치당한 라우라와 그녀의 365일을 갖고 싶어하는 마시모의 팽팽한 줄다리기 게임같은 둘의 관계가 노골적이면서도 에로틱하게 그려집니다.
수위도 상당히 높게 그려지고 있어요.



둘의 관계는 나중에 어떻게 변할까요?
그 이후의 이야기는 소설책 <365일>에서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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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두고 온 어느 날의 나에게
최영희 지음 / 채륜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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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두고온어느날의나에게 #최영희 #채륜서



에세이를 선택하는 여러 이유가 있을 거에요. 저의 경우에는 제 상황과 비슷한 작가님들의 글을 고르는 편이에요. 코로나19로 인해 누군가를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지요.
그래서 책을 통해 작가님과 커피 한잔하며 수다 떨고 기분이 좋아지며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다음에 또 만나요~ 그 때까지 서로 열심히 살아봅시다. 이런 마음으로요.
그렇게 또 한권의 책을 알게 된 것이 바로 <어딘가에 두고 온 어느 날의 나에게>입니다. 힐링하러 들어가 볼까요~

 



책을 쓰고 그린이 최영희

 

 

읽고 쓰고 공감하며, 묵묵히 용기내어 도전하며,
... 이 모든 것을 위해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한 여자 사람.

내 지인처럼 어깨에 힘빼고, 긴장하지 않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작가님이에요.





인상깊은 내용

이 책은 1부 ‘관계 속의 나’와 2부 ‘나와의 관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엄마, 아내, 자식이라는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2부는 나 자신의 내면을 집중해서 바라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들 속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앞으로의 모습까지 함께 그려본 것이지요.



1부 -
1장 아이에게 배우는 엄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1장의 내용에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던 것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납니다.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 커가길 바랐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어요.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는 실수할 자유를 누리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하지요. 엄마는 옆에서 응원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위험하잖아. 가위는 너무 빨라 엄마!”
“그래야 가위질이 늘지.”
엄마는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말이 맞았다. 물론 어딘가 다칠 위험한 행동은 조심해야겠지만, 경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부모가 미리 차단하는 것만큼 아이에게 가혹한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승호에게 부모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기회를 앗아왔던 것일까. 답답함과 위험에 따른 불안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에게서 한발 물러나 충분한 경험을 해보도록 기다림과 친해져야겠다.
아이의 지혜는 부모의 기다림을 먹고 자랄지도 모르니까. (52쪽)

부모가 아이를 믿어준다면 부모가 자신를 믿어준가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라면 사춘기로 인해 자칫 엇나가는 일이 있더라고 금방 자기 자리를 찾아갈 거라 믿는다. 부모라는 이름의 자리는 믿어주는 자리이다. 묵묵히 아이를 믿어준다면, 아이는 사랑으로 답하지 않을까. (60쪽)




2장 남편을 알아가는 아내

연애할 때는 이 사람밖에 없다 싶어서 평생을 함께 한다고 결혼했는데, 결혼 후에는 이런 남자였던가? 하며 몰랐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서로 맞추려고 하면서도 한번씩 거슬리고 튀어나온 부분에 대못을 박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결국, 그대. 평생을 함께 살아가며 끝까지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은 바로 남편이에요. 분명 나의 촉이 이 사람은 늙어서까지 함께 있을 사람이란 걸 은연중에 알아보고 골랐을 테니까요.
언젠가 봤던 웹툰처럼 아내와 남편은 네모같던 두 사람이 동그라미로 둥글둥글 맞춰가며 합쳐지는 것이라고 한 걸 떠올립니다.



아무리 꼴보기 싫다던 남편이지만, 그래도 수술실 앞에서 기다려준 사람은 남편뿐이다. 아픈 남편에게 또한 아내인 나뿐이다.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남편의 건강을 찾을 때까지 위하고 또 위해줄 것이다.
마지막까지 곁에 있을 사람은 부모도 아닌, 자식도 아닌 결국은 남편일 테니까. (96쪽)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한번 끝까지 써봐. 당신이 책을 낸다면 난 정말 자랑스러울 거야.”
기운을 차리게 해주려는지 한참을 이야기하는 남편.
... 다정함이 묻은 남편의 따뜻한 응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105쪽)





3장 부모의 뒷모습을 보는 자식

결혼을 하면서 생긴 양가 부모님과의 관계는 더 조심스러워져요.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참아가며 ‘네, 할 수 있어요.’ 대답하는 날들이 많았어요. 아니라고 대답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서운함을 느끼며 남편이랑 싸우기도 했지요. 눈치 안보고 내 속마음을 먼저 꺼내보는 것.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내 가족들도 시댁 식구들도 내 속을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서운하고 속상한 일은 표현하고 말을 해야 한다. 가족이라고 다 알고 이해하겠거니 혹은 알아서 해주겠거니 생각한다면 곧 어린아이와 같이 삐뚤어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피를 나눈 가족은 물론, 아무도 모른다. 물론 서로의 모든 것을 다 알아주면 좋겠지만,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알다가도 스쳐나가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거 저런 거 재지 말고, 삐뚤어지기 전에 바라는 것을 미리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자주, 더 크게 부딪힐 일이 많다. 작든 크든 서운하거나 마음에 두고 있는 일 또한 간이 많이 흘렀다고 지나치지 말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서 오해든, 담아든 마음이든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가족도 사실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알아가는 데는 대화만 한 것이 없다. (148~149쪽)




2부 -
4장 나를 돌아보며 과거 벗어나기


작가는 남에게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홀로 버티고 홀로 이겨내려는 강인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기대지 않고 버티는 것은 마음의 상처가 쌓이고 곪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20대에 암에 걸려 치료하고 결국엔 이겨낸 작가의 상황이 안쓰럽고 보듬어주고 싶어요. 이제는 누구에게 의지해도 괜찮아요. 홀로 아픔을 견뎌내면 병들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요.



이제는 나의 고집들을 천천히 내려놓으려 한다. 모든 것을 책임질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조금씩 벗어나려 한다. 내 곁에 항상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고집스런 책임감보다는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나도 당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보려 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보려 한다. (195쪽)



5장 나를 사랑하며 현재 집중하기

작가는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글쓰는 행위는 그 자체로 빛나는 보상을 준다’고 <쓰기의 감각>의 앤 라모트 작가는 말합니다.
에세이를 쓰고 출판하게 되는 건 다들 비슷한 것 같아요. 글쓰기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지요. 힐링 글쓰기임이 분명합니다. 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니 그 누가 이건 틀렸다고 말하겠어요. 누구보다 나에 대해 가장 자신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니까요.
저도 글을 쓰며 하루하루 저를 드러내면서 행복해지려는 길로 나아가고 있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5장의 내용에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만족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금방 휩쓸리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성공 기준을 명확하게 한다면 그 어떤 풍파에도 휩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지금으로서는 그저 건강을 유지하며 어떤 풍파에도 평안한 마음을 잃지 않고, 즐기면서 순간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꾸준함.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간다면, 나에게는 더 바랄 것 없는 행복한 삶이라 말할 수 있다. (221쪽)




6장 나를 놓아주며 미래 그려보기

글쓰기의 길은 새롭고 낯선 길이에요. <쓰기의 감각>에서 앤 작가는 책 한권 내기 전까지는 세상 행복하다가도 책을 낸 뒤에도 경제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명예도 남들의 인정도 책 몇권 낼 때까지 올라오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작가도 저도 글을 쓰려는 모든 이들도 다 아는 건,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에요. 두려움을 떨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미래를 함께 응원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모르는 세계, 모르는 길, 처음 하는 도전은 두려울 수 있지만, 내가 원한다면 나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의 무의식에게 알려주고 싶다. 경험해본 것만이, 안전한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까지도. (267쪽)

어쩌면 훌륭한 사람처럼 되려는 것보다 나다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제일 나다워진다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고 빛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그 길을, 내가 걷지 않으면 묻혀버릴 그 길을, 나 자신만이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그 길을 향해 두렵지만 묵묵히 걸어갈 준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283쪽)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이룬 성과가 무엇이 있는지, 삶은 만족스러운지요. 남과 비교도 많이 하게 되지요. 누구네 집은 이렇게 살고, 누구네 집은 저렇게 산다는데 나는 이태껏 뭐하고 살아온 걸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해요.
30대, 40대의 엄마라는 이름의 여성이라면 이 책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것은 나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구나 싶거든요.
공허한 마음, 자존감이 자꾸만 낮아지려고 할 때 글쓰기 행위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작가도 그러하여 글쓰기를 하며 빛나는 보상을 받고 있고요. 우리네 삶은 그 자체로 빛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또 한번 느끼게 해줘요.
소소한 우리의 이야기, 그렇지만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 나를 좀더 아끼고 사랑하게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어딘가에 두고 온 어느 날의 나에게>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고, 솔직한 견해를 밝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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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 책과 드라마,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서른네 개의 일본 문화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1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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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접한 만화에 대한 추억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일본 문화 교양 수업을 대학생 때 들어본 적도 있고요. 가벼운 책 속에 다른 작가들의 진중한 생각들도 묵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마냥 가볍게 소비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무게감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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