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두고 온 어느 날의 나에게
최영희 지음 / 채륜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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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두고온어느날의나에게 #최영희 #채륜서



에세이를 선택하는 여러 이유가 있을 거에요. 저의 경우에는 제 상황과 비슷한 작가님들의 글을 고르는 편이에요. 코로나19로 인해 누군가를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지요.
그래서 책을 통해 작가님과 커피 한잔하며 수다 떨고 기분이 좋아지며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다음에 또 만나요~ 그 때까지 서로 열심히 살아봅시다. 이런 마음으로요.
그렇게 또 한권의 책을 알게 된 것이 바로 <어딘가에 두고 온 어느 날의 나에게>입니다. 힐링하러 들어가 볼까요~

 



책을 쓰고 그린이 최영희

 

 

읽고 쓰고 공감하며, 묵묵히 용기내어 도전하며,
... 이 모든 것을 위해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한 여자 사람.

내 지인처럼 어깨에 힘빼고, 긴장하지 않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작가님이에요.





인상깊은 내용

이 책은 1부 ‘관계 속의 나’와 2부 ‘나와의 관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엄마, 아내, 자식이라는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2부는 나 자신의 내면을 집중해서 바라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들 속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앞으로의 모습까지 함께 그려본 것이지요.



1부 -
1장 아이에게 배우는 엄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1장의 내용에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던 것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납니다.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 커가길 바랐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어요.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는 실수할 자유를 누리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하지요. 엄마는 옆에서 응원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위험하잖아. 가위는 너무 빨라 엄마!”
“그래야 가위질이 늘지.”
엄마는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말이 맞았다. 물론 어딘가 다칠 위험한 행동은 조심해야겠지만, 경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부모가 미리 차단하는 것만큼 아이에게 가혹한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승호에게 부모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기회를 앗아왔던 것일까. 답답함과 위험에 따른 불안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에게서 한발 물러나 충분한 경험을 해보도록 기다림과 친해져야겠다.
아이의 지혜는 부모의 기다림을 먹고 자랄지도 모르니까. (52쪽)

부모가 아이를 믿어준다면 부모가 자신를 믿어준가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라면 사춘기로 인해 자칫 엇나가는 일이 있더라고 금방 자기 자리를 찾아갈 거라 믿는다. 부모라는 이름의 자리는 믿어주는 자리이다. 묵묵히 아이를 믿어준다면, 아이는 사랑으로 답하지 않을까. (60쪽)




2장 남편을 알아가는 아내

연애할 때는 이 사람밖에 없다 싶어서 평생을 함께 한다고 결혼했는데, 결혼 후에는 이런 남자였던가? 하며 몰랐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서로 맞추려고 하면서도 한번씩 거슬리고 튀어나온 부분에 대못을 박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결국, 그대. 평생을 함께 살아가며 끝까지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은 바로 남편이에요. 분명 나의 촉이 이 사람은 늙어서까지 함께 있을 사람이란 걸 은연중에 알아보고 골랐을 테니까요.
언젠가 봤던 웹툰처럼 아내와 남편은 네모같던 두 사람이 동그라미로 둥글둥글 맞춰가며 합쳐지는 것이라고 한 걸 떠올립니다.



아무리 꼴보기 싫다던 남편이지만, 그래도 수술실 앞에서 기다려준 사람은 남편뿐이다. 아픈 남편에게 또한 아내인 나뿐이다.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남편의 건강을 찾을 때까지 위하고 또 위해줄 것이다.
마지막까지 곁에 있을 사람은 부모도 아닌, 자식도 아닌 결국은 남편일 테니까. (96쪽)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한번 끝까지 써봐. 당신이 책을 낸다면 난 정말 자랑스러울 거야.”
기운을 차리게 해주려는지 한참을 이야기하는 남편.
... 다정함이 묻은 남편의 따뜻한 응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105쪽)





3장 부모의 뒷모습을 보는 자식

결혼을 하면서 생긴 양가 부모님과의 관계는 더 조심스러워져요.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참아가며 ‘네, 할 수 있어요.’ 대답하는 날들이 많았어요. 아니라고 대답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서운함을 느끼며 남편이랑 싸우기도 했지요. 눈치 안보고 내 속마음을 먼저 꺼내보는 것.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내 가족들도 시댁 식구들도 내 속을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서운하고 속상한 일은 표현하고 말을 해야 한다. 가족이라고 다 알고 이해하겠거니 혹은 알아서 해주겠거니 생각한다면 곧 어린아이와 같이 삐뚤어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피를 나눈 가족은 물론, 아무도 모른다. 물론 서로의 모든 것을 다 알아주면 좋겠지만,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알다가도 스쳐나가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거 저런 거 재지 말고, 삐뚤어지기 전에 바라는 것을 미리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자주, 더 크게 부딪힐 일이 많다. 작든 크든 서운하거나 마음에 두고 있는 일 또한 간이 많이 흘렀다고 지나치지 말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서 오해든, 담아든 마음이든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가족도 사실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알아가는 데는 대화만 한 것이 없다. (148~149쪽)




2부 -
4장 나를 돌아보며 과거 벗어나기


작가는 남에게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홀로 버티고 홀로 이겨내려는 강인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기대지 않고 버티는 것은 마음의 상처가 쌓이고 곪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20대에 암에 걸려 치료하고 결국엔 이겨낸 작가의 상황이 안쓰럽고 보듬어주고 싶어요. 이제는 누구에게 의지해도 괜찮아요. 홀로 아픔을 견뎌내면 병들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요.



이제는 나의 고집들을 천천히 내려놓으려 한다. 모든 것을 책임질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조금씩 벗어나려 한다. 내 곁에 항상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고집스런 책임감보다는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나도 당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보려 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보려 한다. (195쪽)



5장 나를 사랑하며 현재 집중하기

작가는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글쓰는 행위는 그 자체로 빛나는 보상을 준다’고 <쓰기의 감각>의 앤 라모트 작가는 말합니다.
에세이를 쓰고 출판하게 되는 건 다들 비슷한 것 같아요. 글쓰기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지요. 힐링 글쓰기임이 분명합니다. 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니 그 누가 이건 틀렸다고 말하겠어요. 누구보다 나에 대해 가장 자신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니까요.
저도 글을 쓰며 하루하루 저를 드러내면서 행복해지려는 길로 나아가고 있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5장의 내용에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만족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금방 휩쓸리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성공 기준을 명확하게 한다면 그 어떤 풍파에도 휩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지금으로서는 그저 건강을 유지하며 어떤 풍파에도 평안한 마음을 잃지 않고, 즐기면서 순간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꾸준함.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간다면, 나에게는 더 바랄 것 없는 행복한 삶이라 말할 수 있다. (221쪽)




6장 나를 놓아주며 미래 그려보기

글쓰기의 길은 새롭고 낯선 길이에요. <쓰기의 감각>에서 앤 작가는 책 한권 내기 전까지는 세상 행복하다가도 책을 낸 뒤에도 경제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명예도 남들의 인정도 책 몇권 낼 때까지 올라오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작가도 저도 글을 쓰려는 모든 이들도 다 아는 건,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에요. 두려움을 떨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미래를 함께 응원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모르는 세계, 모르는 길, 처음 하는 도전은 두려울 수 있지만, 내가 원한다면 나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의 무의식에게 알려주고 싶다. 경험해본 것만이, 안전한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까지도. (267쪽)

어쩌면 훌륭한 사람처럼 되려는 것보다 나다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제일 나다워진다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고 빛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그 길을, 내가 걷지 않으면 묻혀버릴 그 길을, 나 자신만이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그 길을 향해 두렵지만 묵묵히 걸어갈 준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283쪽)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이룬 성과가 무엇이 있는지, 삶은 만족스러운지요. 남과 비교도 많이 하게 되지요. 누구네 집은 이렇게 살고, 누구네 집은 저렇게 산다는데 나는 이태껏 뭐하고 살아온 걸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해요.
30대, 40대의 엄마라는 이름의 여성이라면 이 책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것은 나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구나 싶거든요.
공허한 마음, 자존감이 자꾸만 낮아지려고 할 때 글쓰기 행위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작가도 그러하여 글쓰기를 하며 빛나는 보상을 받고 있고요. 우리네 삶은 그 자체로 빛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또 한번 느끼게 해줘요.
소소한 우리의 이야기, 그렇지만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 나를 좀더 아끼고 사랑하게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어딘가에 두고 온 어느 날의 나에게>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고, 솔직한 견해를 밝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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