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해설 징비록 - 한국의 고전에서 동아시아의 고전으로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총서 5
류성룡 지음, 김시덕 옮김 / 아카넷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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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이라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힌다.

이런 고전은 역해가 필수인 것 같다.

한자에 무지한 나 같은 일반 독자에게는 완역본보다 이런 해설서가 훨씬 유익하다.

한 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쩐지 지루하고 어려울 것 같아 쉽게 손이 안 갔는데 이 책은 아주 쉽게 잘 익힌다.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당시의 국제 정세나 조정의 분위기, 대처 방향 같은 전체적인 그림을 직접 전쟁을 수행한 고위 관료의 눈을 통해 서술하고 있어 입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역해자가 민족주의적 관점에 함몰되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든다.

누가 주체가 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알려진 행주대첩이 일본인에게는 명나라가 주체가 된 전투였고 (즉 정확히 누가 지휘부인지를 몰랐다) 적이 불리해지니 성을 비우고 도망갔다고 기록된 점이 놀랍다.

명나라에서 출간된 책들은 (양조평양록 같은) 조선의 역할은 거의 배제되어 있고 명과 일본의 전투로 기록됐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류성룡의 징비록은 조선 입장에서 본 임진왜란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다.

국사책에서 배우기로는 당파 싸움 때문에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이 다른 보고를 해서 침략에 대비를 못했다고 했는데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님도 알게 됐다.

또 재밌는 것은, 흔히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피난가는 왕을 위해 화석정을 지어 그 정자를 태워서 나오는 빛을 의지해 길을 떠났다는 전설이 유명한데, 징비록에 나오기로는 일본군이 혹시 그 정자를 헐어 배를 만들어 추격할까 봐 태운 것으로 나온다.

전설과 역사적 사실은 이렇게 늘 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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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win 2014-02-09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점이 있어 댓글을 답니다. 평은 후한 편이신데 별점이 왜 3개인지 궁금하네요.

marine 2014-02-10 13:35   좋아요 0 | URL
제가 별점 주는 기준이, 읽을 만 하다 싶으면 별 세 개가 기본이고, 추천할 만 하다, 괜찮다 싶으면 별 네 개, 수준 미달이다면 별 두 개, 쓰레기다는 별 한 개 (이런 책은 없었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이다 싶으면 별 다섯 개라 대부분의 책은 별 세 개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