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00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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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의 품격을 나타냅니다. 잘못된 맞춤법 하나로 그 사람에 대한 평가 자체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우리말 사용에 대해 늘 공부하고 검토하고 수정해 가야 합니다.

 

동아일보에서 교열기자로 일했고, 중국해양대학교에서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한 박재역 선생님께서 이번에 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00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이 책에선 우리말에 대한 다양한 예문과 설명을 통해 올바른 우리말 사용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그런데 요즘은 워드 프로그램에서 자체적으로 맞춤법을 검사해 주기 때문에 특별히 맞춤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사시는 분이 많습니다. 마치 내비게이션이 등장한 후 모든 운전자가 길치가 되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제는 동네 마트를 갈 때도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게 되었습니다.

 

AI가 알아서 맞춤법을 수정해 주는 시대에 우리는 왜 굳이 맞춤법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말 공부는 단순히 맞춤법을 틀리지 않기 위해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책의 제목에 정확히 표현하고 있듯이 우리말을 맛있게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공부가 필요합니다. 우리 단어에 담긴 속뜻과 다양한 용례를 알게 되면 적절한 순간에 참 맛있는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말을 맛있게 쓰며 감정도 풍부해지고, 사람 자체가 더 교양 있어 보이게 됩니다. 수학, 과학처럼 우리말도 따로 시간을 내어 익히고 학습해야 할 것입니다.

 

책은 한 호흡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우리말 이야기를 명쾌하게 전달해 줍니다. 따라서 아무 때고 원하는 페이지를 펼쳐 들어 딱 한 장만 읽고 책을 덮어도 그날 하루치의 교양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습니다.

 

그저 정보만을 전달해 준다면 한 권의 책을 읽기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책은 정보를 전달해 주기 전 그와 관련된 저자의 짧은 사견 혹은 경험 같은 이야깃거리들이 제시됩니다. 제시된 상황 속에서 우리 말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고 내가 실수했던 것, 잘못 표현한 우리말을 깨닫고 더 나은 표현을 사용할 조언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피란과 피난의 차이를 알고 계셨습니까? 평소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두 단어가 다르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을 돌려도 이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것은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둘 다 틀린 단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난을 피해 옮겨갈 때는 피난으로, 전쟁을 피해 옮겨갈 때는 피란으로 쓰는 것이 옳습니다. 오랜 기간 올바른 우리말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온 저자가 알려주는 우리말 이야기는 제가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풍성하게 교정해 주었습니다.

 

한자를 잘 모는 세대가 이미 대세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한자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우리말을 잘 쓰기 위해 다시 한자를 배우기엔 노력 대비 효과가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만이라도 빠삭하게 알자가 제 단기 학습 목표가 되었습니다. 모든 표현을 완벽하게 쓸 수는 없지만 어제 했던 실수를 오늘 하지 않고, 내일은 좀 더 수려한 표현을 쓰는 제 모습을 기대할 뿐입니다.

 

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00을 통해 교양 넘치는 한국인이 되어봅시다. 어디에서도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본 리뷰는 문화충전200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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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우치 홀리데이 : 히로시마현·오카야마현·에히메현·가가와현 - 2024~2025 최신판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인페인터글로벌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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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는 단연 일본입니다. 저렴한 항공권과 확실한 치안, 부담없는 접근성으로 인해 직장인과 가족여행 모두 최고의 선택지가 되어줍니다.

 

하지만 모두들 떠나는 일본 여행임에도 의외로 선택지가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미국 여행을 갔다왔다고 한다면 어디를 갔는지 짐작할 수가 없지만, 일본 여행을 갔다왔다고 하면 대충 어디를 갔는지 감이 옵니다. 도쿄, 오사카와 교토, 후쿠오카 이 셋 중에 하나겠지요. 계절 별로 확장해보아도 겨울엔 홋카이도, 여름엔 오키나와 정도일 것입니다. 한국사람에게 일본이란 이정도가 전부입니다.

 

그 많은 한국 사람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로 몰려가니 휴가철 일본은 한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죽하면 일본에 일본사람보다 한국사람이 더 많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입니다. 큰 마음먹고 해외여행을 갔는데 주변에 온통 한국 사람밖에 없으면 여행 온 기분이 나질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를 찾아봐야 하는 걸까요? 비행거리가 길어 부담되는 먼 나라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여행책자를 전문적으로 펴내는 꿈의지도에서 놀라운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세토우치 홀리데이가 그것입니다. 세토우치? 일본을 10번 이상 다녀왔지만 세토우치라는 곳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세토우치는 어디를 말하는 걸까요?

 

핵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은 그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주 들어본 표현입니다. 세토우치는 히로시마 현을 비롯해 다섯 개의 현이 모여있는 일본의 지역을 뜻합니다.

 

가장 유명한 도시가 히로시마라고 하니 참 지명도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렇기에 세토우치 여행은 더 특별해집니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에선 느낄 수 없었던 일본의 소도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도시는 외국인도 많고, 기본적으로 일본 고유의 색 자체는 상당히 옅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소도시는 교통, 치안, 쇼핑 등의 인프라는 모두 갖춰져 있으면서 동시에 일본적인 색깔이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한국인 관광객이 적은 지역이라는 말입니다.

 

이미 시중에 충분한 정보가 풀려 있는 대도시와 달리 세토우치 여행에 가이드북은 필수입니다. 세토우치 홀리데이는 세토우치라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이 지역만의 특징을 상세히 소개해줍니다.

 

히로시마 풍 오코노미야키부터 양파 버거, 굴 요리 등을 보며 세토우치의 특산품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박 3일로 여행을 갈 땐 무엇을 꼭 봐야 하는지, 4박 5일 이상의 긴 여행을 갈 땐 거점을 어느 도시에 잡아야 하는지 등 낯선 여행지로 떠나기 전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 책에 가득합니다.

 

일본 라이더들이 가장 사랑하는 지역이 세토우치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홋카이도 얼음축제처럼 세계적인 페스티벌은 없지만, 일본스럽고 소소한 축제와 명소들이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이 책이 세토우치의 지역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소개해주냐면, 오코노미야키라는 대중적인 요리를 두고도, 히로시마의 오코노미야키는 어떤 재료가 들어가며, 구레, 히나세, 다케하라, 오카야마, 마쓰야마의 오코노미야키에는 각각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를 모두 나누어 설명해줍니다. 간단한 요리 임에도 각 지방의 특산품을 넣어 차별화된 요리를 한다는 것이 신선했고, 무엇보다 요리 소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방의 특징과 주요 재료에 대해서도 배워갈 수 있었습니다.

 

세토우치 홀리데이를 읽다보면 텍스트가 참 많다는 느낌은 받게 됩니다. 하나의 스팟, 하나의 맛집을 이야기할 때도 그에 담긴 다양한 스토리와 주의할 점, 좋았던 점 등을 꼼꼼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일본 소도시 여행을 이미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 소도시를 이해하는 데 참 좋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단언컨대 세토우치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소개한 책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없는 일본 여행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 세토우치 홀리데이를 꼭 읽어보세요. 가장 일본스러운 일본의 모습을 살펴봄과 동시에 낯선 곳을 향한 새로운 로망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디테일의 끝판왕 세토우치 홀리데이를 통해 세토우치를 완벽 정복하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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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 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모리 슈워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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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을 읽어보셨습니까? 전세계적으로 1,700만 권 이상이 판매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된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모리 교수가 화요일마다 그의 제자와 나눈 인터뷰를 모아 출간한 에세이 서적입니다. 출판계에 큰 반향을 불러온 이 책은 1995년 모리 슈워츠 교수의 사망으로 더이상 후속작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모리 교수의 자녀들이 모리 교수의 서재에서 미공개 원고를 발견하였고 이것을 편집하여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신간,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가 그것입니다.

 

이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통해 인생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한 노교수가 세상을 향해 미처 하지 못한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은 노년기에 겪게 되는 심리적 어려움과 마지막 인생의 순간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모리 교수는 노화라는 필연적인 어려움 외에도 루게릭이라는 신체적 질병을 겪어야 했습니다. 점점 둔해지는 몸과 갇혀버린 세상 속에서도 모리 교수는 자유로운 생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나이 드는 두려움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모리 교수는 웰 에이징에 대해 고민했고, 누구보다 깊은 사유를 엮어 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 책이 잘 늙는 법이나,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는 법에 대해 설파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노인의 걱정이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육체에 대한 갑갑함 등이 가감없이 그려집니다.

 

이 책을 얼마나 많은 노인분들이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상당수 독자들은 노인이 아닌 젊은이들일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전성기를 지나 쇠퇴해가는 상황을 맞이하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그분들의 깊은 고민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노인의 허탈함과 외로움, 고독과 고통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노인은 노인 나름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외로움과 후회, 불안한 현실과 통제할 수 없는 미래 앞에 무기력해지고 주저앉게 됩니다. 이 책은 회피를 넘어 노화를 인정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전해줍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고,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관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 루게릭에 갇힌 노교수는 자신의 생각 속에서 이 모든 미션들을 하나씩 클리어해갑니다.

 

책을 읽으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10년, 20년 후 완전한 노인이 되어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부모님의 미래 생각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노인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며 가장 중요한 아젠다입니다. 이 책을 통해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하는 노인들의 어두운 상황을 이해가고, 더 밝고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 오늘을 맞이한 우리 모두에겐 새로운 햇살이 비춥니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를 통해 참 멋진 인생의 마무리를 배워보세요. 어두운 시기를 지났지만, 우리의 마지막은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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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이 의존성 성격 장애일 때 - 숨 막히는 집착에서 벗어나 나를 지키고 그를 돕는 법
우도 라우흐플라이슈 지음, 장혜경 옮김 / 심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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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 관계일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어우러져 가는가 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고 거기서 끝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관계에서 많은 이들이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관계 중독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셨습니까? 의존성 성격 장애는 현대인의 큰 문제 중 하나이며, 너무 많은 인생을 망치고 있는 주범입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우도 라우흐플라이슈는 가까운 사람이 의존성 성격장애일 때 라는 책을 통해 바로 이 의존성 성격 장애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 보여줍니다.

 

연인 간의 매달림 뿐 아니라, 자식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 등 의존성 성격 장애는 개인을 넘어 사회 문제로까지 확장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의존성 성격 장애의 근본엔 불안과 무력감이라는 두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내 스스로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 결과에 대한 책임 혹은 실패 그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깊은 사람은 의존성 성격 장애의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의존성 성격 장애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선 10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인물군을 보여주며 의존성 성격 장애의 해법을 추적해갑니다. 모두 읽어보신다면 내 주변에 있는 의존성 성격 장애 환자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갈 수 있어 좋지만, 부담이 되신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챕터만을 골라 읽으셔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 모든 인물군이 내 옆에 있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주변 인물, 혹은 나 자신의 경우에 해당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니트족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일할 의지조차 없는 청년세대를 뜻합니다. 이 책에선 캥거루족이라는 용어를 통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자녀의 문제를 다룹니다. 외부에서 이들을 볼 때 섵불리 게으르다거나 의지력이 약하다는 진단을 내려버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의존성 성격 장애와 관련되어 있다면 그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초반부에 이야기했듯 이것은 게으름의 문제라기보단 불안과 무력감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선 당장 어떻게 하라는 마법같은 조언을 해주진 않습니다. 다만 부모와 자식이 의존성을 낮춰가며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거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줍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뿐 아니라 자녀의 입장에서 내 안의 무엇이 결여되어 있으며, 내가 부모로부터 무엇을 의존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며 진정으로 건강한 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무언가 칼날같은 해법을 제공해줄 것 같은 책이었는데, 의외로 책은 상당 부분을 할애해 많은 사례들을 나열해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명령이 아닌, 객관적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내 상태, 혹은 내 주변인물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내 문제일 땐 보이지 않았던 핵심적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를 통해 보니 비로소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의존성 성격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이 책, 가까운 사람이 의존성 성격 장애일 때 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디테일하게 들여다 보세요. 관계의 어려움을 넘어 주변 인물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서로를 이해함으로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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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
가시눈 지음 / 투영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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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고양이 만화가 출간되었습니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해 홀린듯이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고양이 만화가 아닙니다. 고양이가 등장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신간,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가 그것입니다.

 

책은 엄마 그 냥씨와 딸 어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 냥씨는 평범한 우리네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예순이 넘은 여성의 평범한 삶,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하지 못했고, 친척 집에 보내져 식모 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해진 때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일터에서 노동을 했습니다. 그렇게 지독하게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책을 읽을 수록 그 냥씨는 특정한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피사체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게 모르게 받아왔던 차별과 그 누구보다도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며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온 그 세대의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딸의 이름이 어제인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젊은 세대에겐 후회가 참 많습니다. 그때 이렇게 할 걸, 그때 공부 열심히 할 걸, 그때 이 전공을 택할 걸, 그때 그 직장에 가지 말 걸. 후회되는 과거와 불안한 미래 앞에 흔들립니다. 그런데 엄마의 하루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억울한 과거를 살았고, 누구보다 막막한 미래를 앞두고 있지만 엄마는 씩씩하게 오늘 하루만 삽니다. 오늘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고된 몸을 뉘고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십 년 전에도, 이십 년 전에도 엄마는 그 날의 하루를 열심히 살았습니다.

 

퇴사를 빙자한 해고, 폐경, 갱년기를 맞으며 또다른 인생의 막을 시작하게 된 그 냥씨는 갑자기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택합니다. 어르신이 되어가는 그 냥씨는 또다른 어르신들을 돌보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냥씨와 딸 어제, 요양원의 어르신들 모두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들은 모두 다른 세상을 살았습니다. 다른 시대, 다른 환경, 각자에게 주어진 서로 다른 요구들을 수용하며 각자의 인생을 써왔습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시대가 뒤섞이며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디테일한 근현대사 같은 책입니다. 어떤 역사책에도 기록되지 못했지만, 지금의 우리 나라를 만든 노동자와 여성과 노인들의 진짜 한국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엄마는 왜 저럴까 이해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그런 순간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엄마, 할머니, 괴팍한 동네 어르신까지, 우리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그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참 좋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를 통해 오늘 하루도 여전히 부지런히 살아내고 있는 엄마의 바쁜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서로를 이해하고 그들의 진심을 읽어내기 위한 귀중한 인사이트를 이 책이 제공해줄 것입니다.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와 함께 기성세대와 부모에 대한 청년들의 이해와 존경이 깊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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