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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4대비극, 5대희극 수록 ㅣ 현대지성 클래식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저, 찰스 램.메리 램 엮음, 김기찬 옮김, 존 에버렛 밀레이 외 그림 / 현대지성 / 2016년 1월
평점 :
셰익스피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영국의 대문호 등등 그를 표현하는 화려한 수식어구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뛰어난 문학적 가치와 더불어 나라와 언어를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문학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친근한 작품들이 많은데 정작 읽어 본 작품들은 몇 안 된다.
너무나 유명해서 읽지 않고도 이미 내용들을 훤히 꿰고 있어서는 아닐까.
뮤지컬과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왔기에 일상에서 늘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솔직히 4대 비극과 5대 희극을 모두 읽어보지는 못했다.
주요 작품 중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빼고는 모두 생경한 제목들이다.
물론 읽은 것들도 쉽게 풀어쓴 책들에 해당하는데 유명한 작품들이지만 원작이 희곡이라 쉽게 접하기 부담스러웠기에 늘 가깝고도 먼 작품들이었다.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은 106장의 컬러 명화와 각 편의 제목을 인상 깊게 보여주는 삽화 디자인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술적 아름다움과 고전미를 더한 그림(명화)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흥미를 갖고 이야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명화를 소개하는 책들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고전문학 작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마치 과거에서 현실 세계로 주인공들이 소환된 듯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또한 장편 희곡을 단편소설 형식으로 편집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기획한 책이라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의 입문서로서 추천할만하다.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에는 널리 알려진 4대 비극, 5대 희극과 주요 작품 등 대표작 20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 대표작들을 고전미 넘치는 명화와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더 특별했다.
친근하고 익숙한 작품 외에 잘 몰랐던 작품들까지 접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맥베스>는 가장 인상적인 비극 작품이다.
이토록 잔인한 서사라니.
<햄릿>이 정적인 비극이라면 <맥베스>는 역동적인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해 휩싸이게 된 두려움을 밀도 있고 생생하게 표현해 냈다.
남편의 옆에서 왕이 되라 꼬드기며 살인을 부추긴 부인이 죄책감으로 인해 자살하는 부분은 어처구니가 없다.
그럴 거였으면 맥베스를 그냥 내버려 두지.
그랬다면 모든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베니스의 상인>>은 바사니오의 부인인 포샤의 용기와 지혜로움으로 남편의 친구인 안토니오의 목숨을 구하는 내용이다.
친구 간의 진실한 우정과 포샤의 결단력과 용기, 지혜로움에 반하게 되고 기막힌 반전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안토니오와 바사니오는 참된 우정을 지닌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바사니오는 우정과 사랑을 모두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먼저 읽은 「안데르센 동화 전집」에서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드러났는데 <베니스의 상인>의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과 <맥베스>의 마녀들이 만드는 미래를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재료에 등장하는 '유대인의 간'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삶의 경험들이 쌓일수록 문학 작품을 대할 때 공감과 이해의 깊이가 다름을 온전히 느낀다.
처음 <햄릿>을 읽었을 때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문장을 떠올리며 주인공이 왜 그리 우유부단한 걸까 답답해했었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어 읽었었다.
물론 다시 읽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비극 작품까지 흥미진진하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봤다.
햄릿은 우유부단함의 대명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 그는 집요한 면이 있었고 생각이 신중한 반면 감정적인 인물로 비치기도 했다.
복수와 도덕심 사이에서 어떻게 고뇌와 갈등이 없을까.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이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오래전에 뮤지컬과 연극으로 많이 공연이 됐던 작품이다.
착한 아내와 남편에 대한 순종을 요구하고 있어 시대에 역행하는 적절치 않은 내용이 되어 버렸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치와 유머도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아테네의 타이먼>은 읽으면서 인간의 이중적 모습에 깊은 우울감이 전해졌다.
아첨하는 이들의 위선과 배은망덕함은 인간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린 얼마나 상처받고 좌절하게 되는지 한 번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듯하다.
4대 비극에 속하지는 않지만 인상 깊은 비극 작품이다.
400년 훨씬 전의 고전이기에 여성의 고정된 성역할(순종, 용서, 인내)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포샤처럼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뜻대로 하세요>에서 실리아와 로절린드의 신실한 우정이 다뤄지기도 하면서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극 작품들은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의 비참한 최후와 변화무쌍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희극 작품들은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감정들과 본성에 위트와 해학을 담아 이끌어 냈다.
온갖 시련을 겪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마치 로맨스 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이 400년 전의 희곡 안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담겨 있다.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인간 군상들이 그의 작품에 등장한다.
희곡이 원작이라 그런지 서사의 전개가 빨라서 등장인물들의 급한 성격과 판단은 상황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가 되는데 나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들도 용서와 화해가 너무나도 쉽게 이뤄진다.
남의 말에 진실을 왜곡하고 술책에 넘어가는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
사랑이란 감정이 이토록 깊이가 없고 가볍단 말인가?
인간의 본성이란 이렇게 하찮은 것일까.
인정하기 싫지만 일정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
배신하거나 모욕을 준 상대방을 용서하고 다시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는 주인공들, 특히 여성 캐릭터를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여성의 무한한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던 그 시대상을 보여주기에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솔직히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했다.
반복되는 클리셰를 통해 세태를 풍자하고 사랑과 믿음의 중요한 의미를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시대상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저자의 가치관과 인생철학을 녹여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저자 스스로의 주변인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자기성찰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다양한 주제에 장면마다 표출되는 인간 본연의 감정과 본성들.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인 감정의 다채로운 변화와 표현, 흥미진진한 서사에 긴장감을 유지한 채 볼 수 있었고 쉽게 풀어써서 이해하기 수월했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 덕분에 책장을 쉼 없이 넘기며 몰입도 또한 높았다.
위대하고 가치 있는 작품들이 한 사람에게서 창작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셰익스피어의 필력에 경외심이 인다.
그의 실존 여부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은 수많은 추측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의 문장들이 아름답고 독창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사랑, 질투, 배신, 믿음, 고통, 행복, 탐욕, 죽음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삶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끝없는 비극도 희극도 아닌 희비극이 엇갈려 존재하는, 우리의 의지대로만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한편으론 씁쓸해지는 기분은 그런 이유에서 일 거다.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은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게 자극하는 책이다.
그만큼 문장 표현들이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치고 흡입력이 탁월하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의 내면과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희곡 작품으로 다시 읽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샘솟는다.
희곡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글이기에 쉽게 읽히지만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시적인 대사의 맛을 음미할 수 없는 부분은 약간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물론 <폭풍우>에 나온 세 편의 노래는 위로가 되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고전 희곡을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올 컬러 명화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건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마치 저자의 작품들을 섭렵한 것처럼 뿌듯함마저 든다.
다시 읽고 다음번에는 희곡으로 쓰인 작품에 제대로 도전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그러나 자기가 보기에 터무니없이 많은 보답을 받으려는 언니들의 교묘한 아첨을 듣고 나니, 코델리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란 사랑하되 침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로써 그녀의 사랑은 돈과 상관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은 사랑으로 입증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고백이 언니들처럼 허식적이지 않고 훨씬 진실되고 참된 것임이 입증되었다.
부모는 자식에게 손이며 음식이며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리어왕> 본문 중에서_p.82
사는 동안 아무 염려 없겠으나
네리사의 반지를 잘 지킬 수 있을는지 그것이 걱정이로다.
<베니스의 상인> 본문 중에서_p.124
사는 동안 아무 염려 없겠으나
네리사의 반지를 잘 지킬 수 있을는지 그것이 걱정이로다.
<베니스의 상인> 본문 중에서_p.124
"음, 프로테우스. 하지만 이젠 삶이 변해 버렸어. 사랑을 비난했던 일을 참으로 반성했다네. 사랑을 조롱한 복수로, 사랑이 내 매혹된 눈에서 잠을 쫓아내 버렸네. 프로테우스, 사랑은 강력한 군주로서 나를 매우 겸손하게 만들었네. 고백하건대 사랑의 징계만큼 비통한 일이 없고, 그에게 봉사하는 것만한 기쁨도 없다네. 이제 사랑에 관한 이야기 말고는 아무런 흥미가 없네. 이젠 사랑만 있다면, 아침, 점심, 저녁을 먹지 않고, 잠도 안 자도 된다네."
<베로나의 두 신사> 본문 중에서_p.266
"로미오 님, 로미오 님! 하필이면 로미오 님이신가요? 나를 위하여 그대의 부친을 부인하고, 그대의 이름을 포기하세요. 그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를 사랑한다고 맹세라도 해주세요. 저는 더 이상 캐플렛 가의 사람이 되지 않을 거예요."
<로미오와 줄리엣> 본문 중에서_p.381
"사랑에 이끌려 왔소. 나는 항해사는 아니지만 그대가 먼 바다에 씻기는 넓은 해안처럼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대 같은 보배라면 당연히 찾아가리다. "
본 도서는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고전 읽는 계절 서평단'자격으로 무상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