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 덜 신경 쓰고, 더 사랑하는 법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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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신경 쓰고, 더 사랑하는 법

"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회가 남지 않도록 사랑을 위해 마음을 다한 적이 있었을까?
행복해지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해 본 적이 있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를 펼쳐 들고 글을 읽는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뒤를 돌아보니 내 인생을 충분히 아끼지도 못했고 사랑 앞에선 무심하게 소극적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매일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에 묻어가며 나라는 존재를 잊고 지내온 건 아닌지 책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를 위한 이기적인 사랑을 해보리라

 

 



이기적이어도 된다
욕심부려도 된다
매달려도 된다
잡아도 된다
이해를 바라기엔
사랑을 아끼기엔 너무나 아까운 젊음이다
 

 

 


감성 돋는 한 장 한 장의 사진들과 함께 진심으로 다가오는 문장들은 메마른 시간 위에 무지갯빛 단비를 내려준다
달콤 시원한 허브 차 한 잔의 위로보다 그윽하고 생기를 돋게 한다
무뎌진 마음에 사랑에 대한 수줍은 떨림을 번지게 해 준 에세이.
그 누구의 인생이 아닌, 실패와 두려움이 있어도 내가 원하고 내가 주도하는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아우성을 분출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 가까이가 아닌 먼 곳에 머물게 하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에 휘둘린 채 행복이라는 감정을 잃어버리고 연습이란 걸 통해서 다가갈 수 있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자신보다는 주의의 시선에 얽매이고 타인을 더 신경 쓰다 보니 정작 나 자신에게 소홀해지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망각한 채 비틀거리며 살아온듯하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에 대한 강박이 오랜 시간 쌓여와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잃어버렸나 보다
저자의 진심 어린 고백이 마음에 잔잔한 공명을 드리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나의 지난 힘듦이... 혼자 버텨 온 시간들을 애써 참으며 감추었던 번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괜찮다고 이제는 괜찮다고 등 두드려 준다

 

 



네가 바라보는 세상을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너는 분명 너의 삶을 잘 살아갈 거야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거야

 

 




오랜 시간 동안 SNS 채널을 통해 아름다운 문장과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해 준 저자는 한층 깊어진 행복에 대한  그만의 사유를 건넨다
진정한 공감이란, 위로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나의 치부까지도 내보일 수 있을 만큼 감정의 거리를 좁히며 다가온다
순간순간 참아왔던 설움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지나치고 회피해 온 내 마음이 이랬구나, 힘들었구나..... 토닥토닥...
다 괜찮을 거야, 힘을 내! 이런 말들이 전해지는 것 같다
『나에게 고맙다』 이후로 다시 만난 전승환 작가의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에세이를 통해 온전히 나를 돌아보고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 나서야 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가고자 하는 데로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라고 다독이며 지난 시간의 후회와 반성을 끌어안아준다

우리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필요 없는 것을 과감히 덜어내고 무심해지는 것, 행복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담담하고 진중하게 마음을 온전히 담아 행복 메시지를 전한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진솔한 내 마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가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짜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 따뜻한 시선으로 살피고 보듬어 주는 에세이다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으로부터 무심해지라고, 늘 한결같은 진짜 내 사람들에게 부디 집중하라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을 이제 그만 놓아주라고 말한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진짜 행복해지고 싶다면 더 사랑하라고 진심의 언어를 건넨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자고 응원을 보낸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를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들은 표시를 해 두었다
공감의 노란 줄이 눈부신 햇살처럼 지면 위에 가득하다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가득 번진다 
노트를 따로 마련해서 한 문장 한 문장 다시 음미해보며 필사를 해야겠다
마음에 새기고 싶고 곁에 두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한 책이다


사람마다 주어지고 걸어야 하는 인생길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추억과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하루의 일상에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는 표현이 식상하지만 나의 생각과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이에서 발견하고 찾을 수 있기에 
두 눈 부릅뜨고 온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집중하기로 다짐해 본다
가슴에 잔잔하게 울림을 주는 말들이 공감이 되었다가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도 한다
그동안 곁에 오랫동안 머물지 못했던 행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며 소중한 나를 좀 더 아껴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기로 한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찬란한 하루가 
당신을 즐겁게 하기를
행복하게 만들기를.

찬란해져라.
당신의 하루도
당신의 인생도

항상 찬란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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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아끼기로 합니다
김준 지음 / 카멜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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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나를 당신을 우리를 아끼기로 하자

 

 범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무지갯빛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죽고 싶을 만큼 절망하고 괴로워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게 언제 어디서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삶의 행적들을 보며 충분히 깨닫고 자각하지만 그 또한 쉽게 망각하게 되어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슬픔의 나락으로 끌어내리게 한다
일과 사랑, 인간관계 등 우리와 연관된 모든 일상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실패들이 그러하게 만든다

<우리를 아끼기로 합니다>는 원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우리의 삶에 작은 위로를 건넨다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공감의 글들이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인간관계에 치이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 우리에게 살아갈 용기와 힘을 주는 것은 추억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부족한 나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마음이겠다고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한다
뭔가 부족하고 어수룩하며 실수투성이지만 그런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앞으로 진일보하는 용기를 가져보자고 토닥인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있는 <우리를 아끼기로 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실행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언제쯤이면 나를 온전히 사랑하게 될까? 



나의 삶도 아무 이유 없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만큼 모자람 없이 소중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제나 시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라고 마음에 아로새기며 살아가기로 한다



우리들의 고민을 대변해 주는 저자의 솔직한 경험담과 진심 어린 고백의 문장들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위로를 받는다
책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과 고민, 작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
저자가 살아오면서 부대끼고 아파했을 마음의 짐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더불어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과 염려가 내 인생 최대의 난제였다
때론 거침없이 다가오는 이들이 부담스럽고 때론 시작부터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이들이 야속했고 만남을 가져도 뒤돌아서면 공허해지는  의미 없는 시간들이 서글퍼졌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고 이해하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건강한 인간관계 맺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예측불허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본연에 대한 믿음으로 스스로의 못난 모습까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고 나 자신부터 아끼고 사랑해야 다른 이들도 사랑할 수 있음을 <우리를 아끼기로 합니다>를 읽으며 마음에 아로 새긴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느라 애쓰는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임을, 우리가 스스로를 돌보고 아낄 때 비로소 위로받고 용기를 얻어 세상 앞으로 일보 전진할 수 있다고 믿기로 한다
많은 시간을 불안과 우울함으로 채우지만 그대로의 나를 응원하고 아껴야 함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짚어본다
나에게 주어지는 보통의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고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 단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떠올린다 
글과 함께 감성적인 몇 컷의 일러스트는 서로를 안아주고 손잡아 주며 공감과 위로를 통해 세상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나직히 속삭이는듯하다
나를, 당신을, 우리를 아끼기로 하자는 저자의 외침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매일매일의 삶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따뜻하고 진솔한 응원의 메시지!
나를 돌아보고 행복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산문집이다

 

 

--- 그래도 한 가지 힘이 되는 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지상에 있다는 것.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해 줄 수 있고 내가 당신의, 당신이 나의 위안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너무 보잘것없어서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도 괜찮다.
Dum Spiro, Spero. 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 미세한 성공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를 구원할 거라는 믿음을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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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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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치료해 주는 심의 유세풍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호란 때문에 청나라로 끌려갔다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정절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화냥년이라 불리며 냉대와 멸시를 받았던 치매 걸린 할망 인심의 한 맺힌 과거사는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흘렀고 마님에게 서자로서 미움받고 학대받는 석철의 이야기는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책에는 삶이 버거운 여러 인간 군상들이 나온다
각기 다른 병증으로 괴로워하는 병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병을 치료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12편의 이야기는 애잔하고 슬픔을 주면서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난해서, 신분이 미천하고 힘이 없어서,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세상의 편견과 차별 앞에서 고통받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주인공조차도 자신의 잘못된 침술로 사람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침을 놓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어머니를 여의고 마음의 병을 얻은 몽유병 환자 연희
사람을 죽인 데 대한 죄책감으로 사수병에 걸린 망나니
남편의 무관심과 거듭되는 외도로 울화병에 걸린 방화범 아낙
바보라고 놀림당하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장군
남편의 폭력과 힘겨운 노동에 시달리는 부인 등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가난하고 천한 신분 때문에 시대의 약자로서 차별받고 무참히 짓밟히는 사람들이 가엾고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들에게 화가 났다
자신들의 고통을 하소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없기에 그들의 마음의 병은 깊어만 간다
누구 한 사람만이라도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위로를 건넸다면 마음과 몸의 병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고 행복이라는 감정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심의 유세풍이 그들 앞에 나타나 마음을 보살피지 않았다면 아무런 변화 없이 덧없는 인생을 살아갔을 것이다




병자의 마음을 고치는 의원. 의원이 병자를 돌보는 데 가장 우선시할 건 병자의 마음이고,
병을 낫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병자의 마음을 고치는 거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을 읽으며 지금의 사회에서도 과거와 다르지 않게 비슷한 마음의 병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에게 따스한 시선과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 또한 그들에게 선입견을 갖고 무관심하고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여성과 장애인, 광대의 차별, 성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으로 불면증, 치매, 우울증, 알코올중독, 강박증, 히스테리의 각기 다양한 증상에 시달리는 소외된 인물들의 이야기.
심의 유세풍은 그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 진심을 다해 그들의 아픈 마음에 공감하며 위로를 건넨다
병증의 치료보다는 진심이 우러나오는 마음의 위로가 먼저였다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사람다워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2016년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분량이 꽤 되지만 매끄럽고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힌다
옛이야기를 듣는 듯 정감이 있고 구미호 사건처럼 미스터리한 사건은 긴장감을 더하며 흥미롭게 다가온다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구성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동의보감과 황제내경 등의 한의학 서적의 지식을 바탕으로 병증의 증상과 처방을 실은 부분은 사실적인 생동감을 부여해 준다
무엇보다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묘사 문장들과 닿을 듯 말 듯 한 세풍과 은우의 로맨스는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하고 설레게 한다
무겁고 침울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만의 위트와 유머 감각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재미와 감동이 균형을 맞추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소설 속 또 다른 웃음을 안겨 주는 입분과 만복의 역할도 볼만하다

내가 그 시대 여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책을 읽으며 수십 번은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현재도 성차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칠거지악, 삼종지도와 같은 사회적 악습으로 병들어가는 옛 조선 여인들의 모습은 실로 안타깝고 서글펐다
누구보다 여자들에게는 헬조선이었다는 사실이 숨 막히고 분노가 일었다
상처와 죄책감으로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라는 게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더 배려 하고 믿었기 때문에 오히려 배신을 당하고 고통을 겪는 부조리하고 아이러니한 세상!
하지만 사람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병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로 치유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시골마을 소락에서 심의로 거듭나는 세풍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계수 의원에서 여의로 활약하게 되는 과부 은우, 거친 말투로 사람들과 종종 문제를 일으키지만 의롭고 마음은 진국인 계의원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는 계수 의원의 식구들, 그들을 찾는 환자들의 신분고하, 가진 것과 상관없이 병자들을 진심으로 대하므로써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갈 수 있게 돕는다
병자들이 현재보다 조금 더 자신들에게 집중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 오고 흐뭇해졌다

눈부신 과학의 발달로 세상을 살아가기는 더 편리해지고 나아졌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욱 각박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가중되어 정신질환들이 증가하고 있기에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되고 마음이 쓰였다
사람마다 경중은 다르지만 말 못 할 고민이나 상처 하나쯤은 갖고 살아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으로만 삭이는 억눌린 감정은 스트레스가 되고 심할 경우 병으로 번지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아 생기는 마음의 병!
개개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이기에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해야 함을 느낀다
또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이 현재보다 더 살아갈만한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조선시대에 정신과 의사라니...
돈 많은 양반이면 몰라도 평민과 그 이하 신분들은 아픈 몸도 제대로 치료할 만한 여건이 주어지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마음의 치료가 웬 말이냐 하며 의혹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비록 허구의 소설이긴 하지만 조선시대라 하여도 한 명쯤은 명의로 칭송받지 않아도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해주고 치료해 주는 심의가 있었겠지라며 한결 누그러진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선입견인지 고정관념인지 정신과 의사라는 단어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유세풍이라는 이름은 왠지 볼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결처럼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책을 완독한 후 나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이보다 더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만난 적이 없다
재미는 물론이고 진한 감동과 인간애를 느끼게 해 주는 소설이다
저자의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고운 마음결을 보여주는 훈훈한 장편소설이다

행복이란 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
그래서 외롭지 않음을 느끼는 것!
나의 마음 한 조각이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별빛과 같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였다
세상에 보다 많은 심의 유세풍이 존재하기를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간절히 희망해 본다

 

 

 

 

 

 

 

 

 

--- 오늘과 내일,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소망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지 불행하게 살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니 행복을 염원하고 선택하십시오

 

--- 병자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
병자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단 한 사람.
그가 바로 의원이라고

 

--- 전 행복합니다. 내의원 의관이 아닌데도 행복합니다. 관직에 못 나가면 어떻고, 출세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입신양명만이 행복의 길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서로 일상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는 일이 행복합니다. 아침을 맞으며 당신을 기다리고, 지는 해를 보며 당신을 생각하는 일이 행복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만의 길을 찾을 테고, 그 속에서 행복을 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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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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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사랑을 알다
세상 속에서 위로를 얻다

"

 

 

 

 

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새롭고 낯선 곳에서 온종일 걷고 걷다 지치고 힘들어지면 잠시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다
나와 다른 모습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기에 삶의 방식도 다양한 그들을 보며 나는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허해져서 더는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짐을 느낄 때 낯선 길 위에 잠시 서 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것같다
아주 가볍게 불어오는 미풍처럼 슬몃 다가와 마음 한 곳을 간질이는... 그것은 외로움에 공감해 주는 것일 수도 있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살아갈 이유와 힘을 얻는 것은 나의 시선에 들어오는 사람들이고 의식 저 편 어딘가에서 늘 함께 해 오는 누군가였다는 걸 책을 읽으며 비로소 확신하게 되었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작가의 책을 만났다
한 글자씩 정성 들여 썼을 것 같은 캘리그래피의 책 제목에 끌렸고 사진이 곁들여진 여행에세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보통 사진이 실린 포토에세이는 글의 비중이 다른 에세이에 비해서 가벼운 편인데 분량이 만만치 않다
저자가 다녀온 22곳 여행지에서 사람과 풍경에 오롯이 집중하고 그 사이사이 사랑의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진중한 사색의 깊이에 빠져들어 쉬이 책장을 넘길 수가 없기에 한 줄 한 줄 음미하며 마음에 적시고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시간이 걸리지만 마음만은 여유롭고 너그러워졌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잔잔하고 반짝이는 호수와 같이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유의 힘은 지치고 불안했던 마음을 어루만지고 평온함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다
순백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롭게 펼쳐진 홋카이도 눈의 정원 앞에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스 강가에서, 살구꽃비 내리는 훈자의 그림같은 풍경 앞에서 마치 고해성사 하듯 일상에 지치고 힘들어 무심히 지나쳤던 마음들, 쌓여있던 묵은 감정들을 토해내며 토닥이고 위로를 건네는 저자의 글에 매료되어 공감의 하트를 무수히 눌러댔다
마치 그와 나란히 걸으며 때론 기대기도 하고 함께 까르르 웃기도 하는 듯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은 타성에 젖은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갖고 잠시라도 위안을 받으며 자유로움에 흠뻑 취해 보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지에서조차도 어쩌면 끝내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고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낯선 풍경 속으로 자주 걸어 들어가다 보면 결국은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문득 기대감이 솟는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의 감각적인 변종모 작가의 사진도 힐링 그 자체였지만 짙은 감성과 사색의 향기가 베여있는 그의 글은 읽고 또 읽어도 그립고 다시 곱씹고 싶어진다
사진은 사진 대로 저자의 따스한 시선과 감성을 채운, 상대의 본질에 밀착된 프레임을 보여준다
그의 인물 사진에서는 눈빛이 가장 먼저 반긴다
마치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진 속 주인공의 순수한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  나 또한 그 맑고 투명한 순수에 물들어 가고 싶어진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모든 것이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던 파란 나라 쉐프샤우엔  계단에서 만난 영국인 커플에게서 발견했던 사랑의 힘이다

세상 여러 곳을 돌고 돌았지만 결국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사람의 일들은 사랑의 힘으로 굴러가는 것이라고 품는다. 내가 만난 사람의 풍경 중에 가장 짧고, 가장 강렬한 풍경이 파란 담벼락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내게 가장 푸른 아름다움의 풍경이 그날로부터 내 마음에 파란 길을 내고 있다. 그 파란 길이 나를 붉게 달군다. 그러고 보니 결국 사랑은 붉은색이다. -모로코 쉐프샤우엔 「휠체어를 미는 남자」 중에서

여행이란 것이 아름다운 풍경, 멋진 조형물, 이름난 건축물을 찾아 떠나기도 하지만 저자처럼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 풍경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나의 여행에서도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도식화돼 있는 일반적 여행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우연인 듯 인연인 듯 만나지는 그런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어느 여행지를 가든 화려한 볼거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 주위에서 소소하게 발견되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순간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잊고 있던 것을 찾는 여행...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살던 때가 많았지만 여행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사랑을 찾고 잊고 있던 나의 순수한 감정들과 대면하며 위로를 건네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Tip을 두어 앞서 소개한 여행지와 경유지에 대한 여행정보를 알려주는데(지역의 특색, 즐길 거리, 교통편, 여행 방법 등) 자세한 소개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핵심 정보만 콕 집어서 알려주어 아주 유용해 보인다
책을 읽는 독자가 저자가 거닐었을 그곳을 궁금해하는 마음을 이해하는 살가운 배려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라고 부추기고 권유한다
여행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고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등 떠민다
길 위에서 보낸 무수한 시간들은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면서 사랑으로 가득 채워 놓는가 보다
오늘은 무지개를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일은 우연히 걷던 길 위에서 뜻밖의 무지개를 발견하게 되는 기쁨 또한 맞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나만의 여행을 꿈꾸어본다
그러고 보니 여행은 내가 나를 위로하고 한 뼘 성장하게 되는 시간일 수도 있고 그저 그렇게 살아지는 세상을 살아갈 만한 세상이라고 용기 내 걸어보라고 격려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수려한 풍경을 만나 감동하기도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에서 경험하는 감동은 그 여운이 분명 다를듯하다
 
일본 비에이, 홋카이도에서 출발해 인도의 바라나시, 포르투갈 포르투, 파키스탄의 훈자, 모로코, 미국 뉴욕,  스페인, 프랑스 등을 돌아 다시 처음 출발지로 돌아왔다
무덥고 지치는 여름의 한복판에서 만났던 설원의 풍경은 시원함과 더불어 위로였고 감동이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저자의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바라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의 여정을 따라 가며 삶의 미학과 마주했고 여행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지금껏 생각해 왔던 것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였다
책을 읽고 나니 냉철한 이성을 가진 사람보다 따스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종모라는 여행 작가를 알게 된 것도 큰 행운이고 인연의 시작이라 여겨진다
그의 아름답고 깊은 사유가 담긴 문장들을 아끼고 곱씹으며 마음에 품어야겠다

 

 

 

 

 

 

 

 

--- 여행이란 내가 걷는 일이지만 때로는 움직이지 않고서도 만나는 여행이 있다. 걷다가 멈추어 만나는 일. 그 멈춤의 시간에 나를 흔들어놓던 사람들. 단언하건대 어떤 풍경도 나를 휘청거리게 한적 없으나, 단 한 번의 눈빛에 발이 묶인 적은 잦았으니 아무래도 나의 여행이란 것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 만난다는 것은 마주한다는 것이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가슴과 가슴을 마주하는 일. 손잡지 않아도 애써 끌어안으려 하지 않아도. 그것은 두껍고 아름다운 책 한 권을 만나는 일이다. 그 순간을 신중하게 읽어내는 일이 마주 앉은 사람의 의무다. 잠시라고 하더라도 서로의 일생을 나누는 일이 되기도 한다. 자주 사람들 사이를 비켜 가려 했지만 그들은 자주 나를 멈추게 했다. 그렇게 멈추어 마주하던 그날들의 시간. 그들과 나의 시간들 그 사이를 기억한다. ___87p

 

 

 

--- 아름답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흔적이구나 싶었다 ___163p

 

 

 

--- 결국 삶이란 사랑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니, 그 방법을 배워나가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___ 186p

 

 

 

--- 먼 길을 달려 각자가 안고 온 마음을 풀어놓고, 기울어지거나 허물어져 가는 마음을 세우고 돌아서는 일. 어쩌면 살아가면서 무수히 반복하고 끊임없이 다짐하는 일로 조금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여행이나 생활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안다. 떠나도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많은 것들과 만나며 결국 자신을 보는 것이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다른 세상 안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내가 내 속으로 덜컹거리며 들어가는 것이다. ___ 2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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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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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건네는 따스한 인사
그림책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다!"

 

루에도 몇 번씩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는 우리의 일상
어쩌면 우리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이 수없이 반복되고 채워지는 지난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만남과 이별을 거치며 소외되고 고립되어 외로움과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는 걸 우리는 살아오면서 이미 경험해 보았기에 또 다른 용기와 희망을 품고 살아가게 되는듯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안녕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발견한다
반가움, 아쉬움, 걱정, 사랑, 친밀함, 이별 등 여러 감정의 결로 채워져 있다
책에서는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조심스레 책장을 넘겨 보았다

 <안녕>은 『수박 수영장』 작가 안녕달의 신작으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건네는 따스한 인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책은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분량이 꽤 두툼하다
일반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깜짝 놀랐던 부분이다
안녕달의 개성 있는 그림체도 매력이 있지만 가장 큰 매력은 섬세하고 따스한 감성이 느껴지는 것이다
안녕달의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순해지고 둥그러지는 기분이 든다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해 맑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착한 그림책!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전작인 수박 수영장에서도 보이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구성이 이번 <안녕>에도 나타난다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를 등장인물로 설정해 마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날로그적 향수에 젖게 만드는데 이번 책에도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가족의 의미를 특별하게 다루고자 하는 저자만의 표현법인지도 모르겠다
<안녕>에는 글밥이 거의 없다
극도로 자제한 느낌이 들고 그림을 보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고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는 재미도 더해준다
호기심 많고 이야기 만드는 걸 즐기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책을 살펴보면 주인공이 소시지 할아버지다
출생부터 엄마와의 이별, 강아지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사후 세계의 모습까지 담고 있다
많고 많은 소재 중에 왜 하필 소시지였을까 문득 궁금해지는데 아무래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반찬이자 간식이 소시지니까.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안녕>은 1장에서는 할아버지가 태어나 엄마와 만나고 성장을 거쳐 엄마와 이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2장은 소시지 할아버지와 강아지의 만남, 3장은 소시지 할아버지와 강아지의 이별, 4장은 사후 세계에서 지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았다
거듭되는 만남과 이별(죽음)...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묵직한 주제일 수 있지만 저자 특유의 밝고 순수한 감성 코드와 위트가 책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소시지가 비엔나소시지를 먹고 소시지를 낳는 장면, 찻주전자와 찻잔들이 걸어 다니고 전화기도 사람처럼 걸어 다니는 장면 등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설정과 생각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다 어느 날 홀로 남겨진다
텅 빈 거실, 소파 위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시지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애잔하고 슬픔이 배어 나온다
소파 위에 누워 눈물 흘리는 모습에 콧날이 시큰해져 왔다
곰 인형을 밖에서 데려오지만 소시지 할아버지의 표정엔 외로움과 슬픔이 뒤엉켜 있다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이다

어느 날 소시지 할아버지는 외출을 했다가 반려동물 가게 '지구별 강아지 나라'앞에서 버림받은 강아지를 발견한다
집으로 데리고 올만도 한데 처음에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는 친절만 베푼다
선 듯 마음을 열지 못하는 소시지 할아버지에게서 마음의 벽을 세우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서도 자신에게 해를 입힐까 봐 거리를 두지만 강아지의 일방적인 구애 작전에 할아버지도 마음을 열게 된다
만남 후에 헤어짐의 시간이 또다시 찾아온다
나이가 많아진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 이번엔 강아지가 홀로 남는다
혼자 남은 집의 적막함, 쓸쓸함, 외로움이 다양한 그림 구성을 통해 표정과 배경으로 섬세하게 표현된다
어떤 때는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감정도 숨죽이게 되고 어떤 때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며 천천히 몰입하게 된다
저자만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탁월한 힘이 느껴진다

강아지는 숲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폭탄 아이와 불을 만나게 된다
고립되고 소외된 존재들의 만남.....
서로 같이 있을 수 없는 사이지만 그들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 함께 집에 머물게 된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사후세계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은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폭탄 아이와 불과 함께 있는 모습에서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하고 잘 지내고 있는 있는 모습에 조금은 서운한 감정을 내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나 없이도 잘 살고 있구나 하는. 
하지만 이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할아버지의 세계에 적응해 간다
가만히 보면 소시지 할아버지는 참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버려진 강아지에게 보여 주었던 모습도 그랬고 사후세계에서 남겨진 강아지를 걱정하는 마음도, 울고 있는 구름한테 휴지를 건네는 모습에서도 그 마음이 느껴진다
홀로 외롭게 사후 세계의 별을 지키고 있던 생명체 곁에 남기로 한 것에서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이나 반려동물, 친구, 지인 등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한다
그것이 죽음이 되었든 그냥 이별이 되었든 마음에 남는 상처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고 이별할 것이기에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안녕> 그림책을 보면서 떠난 이와 남겨진 이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느껴보게 되면서 어떻게 치유해 나가야 하는지 떠올려 보게 한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후회 없이 더 많이 사랑하고 나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먼저 손을 내밀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잔잔하게 들려주는 우리 삶의 이야기는 어느새 폭풍 공감과 함께 감동을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림으로만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다는데 놀라움이 들었고 그림책 한 권이 내 삶을 반짝이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데 행복함마저 들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넬 책이라는데 망설임 없이 공감하게 된다
함께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고 웃다 울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사랑의 온도로 온전히 마음이 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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