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버지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오늘은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그 정도로 몸이 안 좋다고 운전을 안 할 수 있나, 아프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 하며 웃었다. 나는 아버지의 그 웃음에 서운하고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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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미아리 극장에 푸른 하늘 은하수라고 최무룡씨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어. 너 최무룡씨 알지? 몰라? 그때극장들은 로비에 벤처스venture 류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거든. 아, 신나지. 그리고 대형 거울도 있었어. 그때 어디 가정집에서 거울을 들이고 살았나? 극장이나 가야 거울이 있지, 극장 로비에 앉아 거울을 보는데 구석에 어떤 거지가 앉아 있더라고, 거지도 영화를 보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보니 그게 내 모습이었어. 그때가 양복점 일하기 전에 창동으로 고물 주우러 다닐 때니까 행색이 말이 아니었지. (울먹이시다 끝내 오열, 겨우 그치고) 그 영화 줄거리가 꼭 내 이야기같았어. 주인공이 고아인데 나랑 처지가 비슷하더라고, 영화가 끝나고도 집에 갈 때까지 울었어. 당시 홀아비로 살던네 할아버지가 나보고 왜 우냐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푸른하늘 은하수 보고 오는 길이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먼저 그영화를 봤나봐, 그러더니 나더러 더 울라고…… (다시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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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씩 울기만 하는 아들이 불쌍했는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이지요. 분명 자전거도 좋았겠지만 ‘엄마‘라는 것이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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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장 힘들 때짓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드세요."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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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거절도 못하고 이렇게 일을 받아두었을까 고민하다, 그것은 아마 내가 기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한없이 우울해졌다. 가난 자체보다가난에서 멀어지려는 욕망이 삶을 언제나 낯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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