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미아리 극장에 푸른 하늘 은하수라고 최무룡씨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어. 너 최무룡씨 알지? 몰라? 그때극장들은 로비에 벤처스venture 류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거든. 아, 신나지. 그리고 대형 거울도 있었어. 그때 어디 가정집에서 거울을 들이고 살았나? 극장이나 가야 거울이 있지, 극장 로비에 앉아 거울을 보는데 구석에 어떤 거지가 앉아 있더라고, 거지도 영화를 보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보니 그게 내 모습이었어. 그때가 양복점 일하기 전에 창동으로 고물 주우러 다닐 때니까 행색이 말이 아니었지. (울먹이시다 끝내 오열, 겨우 그치고) 그 영화 줄거리가 꼭 내 이야기같았어. 주인공이 고아인데 나랑 처지가 비슷하더라고, 영화가 끝나고도 집에 갈 때까지 울었어. 당시 홀아비로 살던네 할아버지가 나보고 왜 우냐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푸른하늘 은하수 보고 오는 길이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먼저 그영화를 봤나봐, 그러더니 나더러 더 울라고…… (다시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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