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 백 - The way ba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얼마나 먼지 모르겠다. 시베리아에서부터 인도까지 6,500km라는 거리 말이다. 인간의 한계처럼 경험하지 못하면 느낄 수 없는 감각적인 한계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여지없이 발생했다.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의 서사를 보게 되면서 멀고 험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화려하기 그지 없는, 그리고 잊기 힘든 멋진 여행 코스가 될 수도 있지만 탈주여행을 하는 도망자들에겐 그런 생각은 사치다. 목숨을 건 사투 속에서 마지막까지 위험에 처하면서도 끝까지 도망해야 하는 여행은 결코 낭만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한 여정을 담은 이 영화 ‘웨이백’은 그렇게 위기에 처한 이들의 각별한 사연이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베리아 수용소로 간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하고 기막힌 것이다. 범행으로 인해 갇힌 것이기보단 정치적 이유로 그들이 수용소로 보내진 것을 보면서 정치적 패배자의 말로를 보는 것만 같았다. 조선의 역사에서 당쟁으로 인해 희생된 자들은 그들의 범행이기 이전에 서로간의 철학과 이데올로기가 달랐다는 이유로 범죄인이 되고 마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생각한다면, 소련의 시베리아 수용소 역시 그런 이유로 가게 됐음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억울함이며, 자유를 빼앗긴 불필요한 이유인 것이며, 그래서 자유를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수용소는 그래서 떠나야 할 장소며, 자유의 가치를 알기에 목숨을 각오하며, 탈출해야 할 장소인 것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어느 인간의 외침이 생각나는 장소이다.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소련과 히틀러 독일의 침략으로 점령된 폴란드는 슬픈 역사의 희생양으로 기억된다. 그런 폴란드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박탈을 쉽게 당할 것이며, ‘’야누스(짐 스터게스)가 그런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소련의 점령에 위험인물로 여겨졌기에 인간이 살기 힘든 최악의 조건인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졌다. 하지만 거기엔 자신이 사랑했고 믿었던 아내의 밀고가 있었다. 가장 사랑한 이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아내의 입장을 이해했고, 자신의 영원한 아내로 생각했고, 그가 어쩌면 힘든 여정을 버틴 힘이 된다.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에서의 연약한 믿음이 그를 강하게 만든 힘인 것이다. 그녀를 만나야겠단 의욕, 그것이 이 영화 서사의 시작이다.
  하지만 영화 속엔 야누스만 있지는 않는다. 그와 함께 도망한 이들은 각자의 사연과 용기로 힘든 여정을 하게 되며, 이들의 복잡하고 힘든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여행은 명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진행되지 않고, 위험과 막연한 목적지에 대한 어려운 선택 속에서 진행된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간의 불신이 있기도 했으며, 상대를 희생해야 내가 살 수 있단 위험한 고려도 있었다. 이런 모습들은 인간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선 흔한 생각들이며, 인간의 한계로 자주 지적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인물들은 그런 것들을 어렵게라도 극복하면서 탈주의 여정을 계속 진행한다. 그런 가운데 싹트는 믿음과 인간미, 그리고 결코 서로를 버리지 않은 어려운 결단들로 인해 영화는 강한 감동을 주게 된다.
  가는 과정은 그들이 걷는 과정만큼 어려웠다. 그런 여행엔 언제나 슬픔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다른 선택을 하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만남 뒤에 이어지는 헤어짐은 뭔지 모를 숙연함을 자아내며, 왠지 모를 서글픔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별은 확실히 슬픈 과정임이 드러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그런 아픈 사연 속에서도 마지막으로 일궈내는 탈주자들의 성공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안도감을 줬을 것이다. 비록 그런 성공 뒤에 숨겨진 사연들 역시 애달픔을 주긴 하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그러나 인도로의 여행만이 주인공의 여정이 아님을 보여준다. 끝없는 역사라는 인간의 시간 속에서 세상의 변화가 있었으며, 그런 분주한 변화 속에서 주인공 야누스의 여정을 결코 끝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여정을 마지막으로 끝내는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가지를 말해주는 것만 같다. 인간으로서 포기해선 안 되는 것을 마지막 장면에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지막 여정은 바로 인간관계의 회복임을 영화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화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도망자들이 걷고 있는 풍광이 더없이 아름다웠고, 추운 겨울 산에서부터 더욱 사막의 모습은 분명 고통의 장소였겠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압도하는 매력을 보여줬다. 영화의 서사를 외면한 채 봤다면 아름다운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연환경에 인간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갖게 된다. 불신으로 가득했던 처음의 탈주자들의 모임이 믿음과 희생으로 가득한 참다운 인간집단으로 변모하는 것은 여행에서의 자연의 화려한 모습들만큼 반가웠다. 인간의 마지막 희망이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들로 보였다. 미국인 정치범인 스미스(에드 해리스)가 ‘여기서 친절은 널 죽게 만들 거야!’라는 냉소 섞인 이야기는 탈주범들이 여행하는 내내 그들을 괴롭힌 엄연한 현명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희망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열망에 다 함께 돌아가야 한다는 강한 의욕이 그들을 함께 하도록 했고, 영화는 그런 믿음으로 인해 도망가는 여정에서 강한 결속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어쩌면 관객들이 보고 싶었던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The Way Back’이 실화에 근거한 영화란 것이 매우 반가웠고 고마웠다.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이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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