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 중국인의 삶은 왜 여전히 고달픈가
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MBA School인 U of. Pennsylvania의 Wharton School을 다닌 사회과학자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개인적 수필이란 느낌이 든다. 객관적인 사실을 근간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상황에서 가급적이면 자신의 견해를 피하고 자료를 통해 이야기를 진술해야 한다는 내 생각이 선입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 장마다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저자의 독특한 문장력은 보는 이를 당황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을 삭제하고 이 책을 본다면 중국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도 사실이다.
  제목인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은 작가의 관심과 걱정을 보여준다. 국가적으로 부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겉모습과는 달리,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그다지 나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 표현은 책내용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일으킨 원인으로 특히 저자가 지목하는 대상은 국가 행정력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 공무원들의 능력과 그들의 책임의식이다. 특히 원색적이라고 할 만큼 저자의 비판의 강도는 드세다.
  저자가 다루는 영역은 이 책 한 권에서도 매우 다양하다. 소득, 의료, 교육, 물가, 부동산, 환경과 같은 국내문제는 물론, 미국과 독일과 같은 국가와의 외교문제에까지 다양하다. 아마도 중국의 모든 문제를 다룬 총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내용이다. 이런 내용들은 중국에 대한 저자의 강한 비판의식은 매우 집요하고 강하다. 국내문제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은 예외로 하더라도,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저자의 집념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다만 그것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란 느낌이 든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옳지만 그에 대한 해법이 유일하다는 식으로 기술되는 점은 자칫 객관적인 시각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서술이다.
  국내문제에서의 그의 해박한 이해와 해결방법의 제시는 저자의 능력을 충분히 이해하게 한다.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 혹은 임금이 낮은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이나 OEM 방식으로 운영함으로써 해외기업에 의해 통제되는 중국 내의 경제상황 등의 분석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직설적으로 왜 중국상품이 미국상품보다 비싼지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공감한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빈곤하게 된 중국인들의 현 상황과 그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과도한 물질주의 확산을 중국방송에서의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과 연결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중국의 문제점을 다른 국가들의 좋은 사례와의 대비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제안 역시 사회과학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과 독일과의 외교적 관계에서 중국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무엇인가 해낼 수 있는 국가 능력을 원하는 그의 모습은 보다 훌륭한 중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달성하려는 노력하는 학자로서의 면모도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것이 있다. 국제적 사안에서 관료들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근저에 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국내문제를 다루는 항목에서도 이런 중화주의적 사고가 깔려있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외교적인 거래에 있어 언제나 국내언론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손해 보는 장사라는 표현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것은 황색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대상이다. 이것은 아마도 국제적인 통과의례처럼 보일 지경이다. 어떤 사항에서도 Trade-off는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그래서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황색 저널리즘의 속성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표현들이 회담이 끝나고 나서 언제나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자국의 약점을 부각하면서,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의 표현은 과한 것이며, 회담 Partner들에 대한 다소 과한 부정적 표현들은 결국 회담당사자들 모두가 철저히 중국의 적이란 인상을 덧칠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철저한 우적이론으로 상대의 음모에 무조건 당했다는 식의 표현은 아마도 중국 국민들의 피해의식을 증폭할 수밖에 없는 수사이다. 그런 소견 속에 있는 것은 결국 민족은 단결해야 한다는 식의 민족주의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얻은 것이 무엇이고, 그것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를 다각도로 살펴야 할 내용임에도 책은 한 쪽으로만 몰고 가는 인상을 주고 있다. 다소 위험한 인식임은 분명하다.
  중국은 개인적으로 무척 가까운 곳이다. 일정 기간 동안 내 삶의 고장이었고, 지금도 그곳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활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낭만 속에서도 현실의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아파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을 보면서 한국의 문제점을 중국도 유사하게 겪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중국의 발전전략에서 한국을 따랐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건설경기부양을 통해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한중일 삼국이 유사한 것을 보면 말이다. 건설경기에 대한 저자의 신랄한 비판은 마치 한국정부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아직도 한국은 선진사회로 가는 성장통을 앓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중국이 그런 과정을 한국보다 짧게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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