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 Himalaya, where the wind dwell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저 그런 평범한 직장인인 주인공 ‘최’는 본 기억도 가물가물한 이주민 노동자였던 어느 네팔인의 죽음을 가족에게 알려주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난다. 그는 현재 대기발령 상태이고 아내는 먼 미국에서 자녀들의 교육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가족에게 무한한 책임을 지면서도 누리는 것 하나 없는 기러기아빠였다.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그에게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을 알리기 위한 먼 여행은 소일거리 여행일 수 있었지만 그에겐 많은 생각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비행기로만 갈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은 정말 험준했다. 극중이었지만 고생이 역력한 모습의 최민식의 모습과 얼굴은 10종 경기 하는 선수처럼 보였다. 최민식이 분한 ‘최’는 영화 전반부의 상당수를 할애하는 죽은 이주 노동자 ‘도르지’의 집까지의 기나길고 힘든 여정에서 고생스런 걸음을 걷는다. 엄청난 고도라서 고산병에 걸릴 것만 같은 주인공 ‘최’는 끝없어 보이는 산과 강, 그리고 돌길을 따라 무한히 걷게 된다. 그의 길안내를 맡은 네팔인의 걸음걸이완 다르게 도시에 찌들어버린 ‘최’의 몸은 마음처럼 황폐해져 있었던 것이다. ‘도르지’의 집에 도착하기 전, 이미 그는 탈진상태여서 걸어서 못 가고 타인의 도움으로 업혀서 집에 도착하고 집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 집에서 그는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만난다. 형제들이 한 명의 여자를 아내로 삼는 모습이나 자연 속에 유유자적한 그들의 모습은 ‘최’에겐 낯설었다. 처음으로 만난 문화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들의 가족엔 한국 사회에 없었던 그 무엇이 있었다. 가족이 돌아왔을 때의 기쁨 가득한 가정이나 떠난 가장에 대한 그리움을 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과 대비되는 그 어떤 것과 마주친다. 가족간의 신뢰와 사랑, 즉 가족애를 만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온 이유와 그들 내부의 가족애에 방황하면서 그는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계속 시간을 끄는 상황만 연출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자연 속에서의 그들의 자연스런 마음을 통해 도시인으로서 자신이 잃어버린 가족애와 인간미를 보게 된다. 자신의 현재 모습과 대비되면서 인간미 넘치는 ‘도르지’의 가족에게 차마 말을 못하고 주저와 방황을 하게 된다.
  그의 방황으로 ‘도르지’의 죽음이 늦게 알려졌지만 결국 가족들은 알게 됐다. 처음 가족들과 만났을 때의 환대처럼 가족의 죽음을 알려주기 위해 먼 걸음을 한 ‘최’에게 감사함을 전해 주었다. 비록 아내의 안타까움이 ‘최’를 힘들게 했지만 아내로서 당연한 그녀의 모습은 가족의 또 다른 사랑일 것이다. 그 가족들의 슬픔과 애틋함을 본 그는 히말라야의 자연 풍광 속에서 인간들의 관계와 인생, 그리고 자연 속에 깃들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 후 자신의 소임을 다한 ‘최’는 홀로 자신의 터전인 도시로 돌아오게 된다. 다행히 그의 귀로엔 처음과 같은 고민은 없어 보였다.
  히말라야와 최민식의 만남은 독특한 장소와 최고의 명배우의 결합을 의미했다. 특히 영화는 독립영화로서의 특성을 듬뿍 갖고 모험적인 내용과 장소를 선택했다. CG가 난무하고 독특한 앵글로 평범함을 괴이하게 만드는 기술이 난무하는 최근 영화에서 이 영화는 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기술과 주제를 보여줬다. 영화는 빠른 극의 구성을 갖고 있지 않아서 긴장감을 갖고 영화를 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여유 있고 느린 구성들 속에서 관객은 생각을 갖고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긴 길을 따라 걷고 있는 모습에서 그 끝없는 풍광과 함께 길 위에서의 상징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여유에 대한 가치를 고양시켰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독립영화의 이단아적 특성은 물론 시간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에게 여유를 동반한 또 다른 시선과 낭만을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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