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멜로디 비티 지음, 유지연 옮김 / 올리브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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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올리브나무에서 발간한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이라는 책을 리뷰해 보려고 해요.

이 책은 '순간의 작지만 확고한 선택이 인생을 바꾼다.'라는 문구처럼 삶에서 고통과 좌절 그리고 슬픔을 느끼는 여러 사람들이 선택한 작은 결과가 인생의 변화를 끌어오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표지에 나비가 뚜벅이처럼 걸어가고 있는데요^^.

북경의 한 마리 나비가 날개를 펄럭였을 뿐인데 뉴욕에는 폭풍우가 올 수도 있을 만큼 순간의 선택이 결과에 큰 파장을 미친다고 할 때 비유로 많이 쓰는 말로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죠.

이 책이 좌절, 슬픔, 분노, 괴로움 등 다양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선택들로 새로운 결과를 맞게 되는 51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날개짓을 해야 고통을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표지도 나비가 담담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작가인 멜로디 비티를 잠시 소개해 볼까요?

멜로디 비티 할머니(1948년 생이래요) '자기 계발과 회복의 선구자'로 그녀 자신이 알코올 중독, 가족의 폭력과 의존을 경험했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 고통에서 자신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삶의 주인공이 된 경험을 토대로 타인들을 이끌고 회복시키는 카운슬러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녀의 저서 <공동의존자는 더 이상은 없다>는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 팔린 심리 분야의 인기도서이고, 그 외에도 18권의 책을 쓴 유명 저자라고 하네요. 



책은 아래와 같이 8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51개의 별개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어 틈틈이 읽기 좋은 책인 것 같아요

1장. 위대한 법칙

2장. 신비 속에 살기

3장. 다르마의 수레바퀴

4장. 지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방법

5장. 반대 방향으로의 끌림

6장. 황금의 맥 안으로 들어가기

7장. 운명의 파도를 타고 가라

8장. 빛을 향해 나아가기

책 내용 중에서 티베트에서 보낸 3개월간의 내용이 많이 들어 있었는데, 학창 시절 실크로드와 티베트를 2개월 동안 배낭여행한 경험이 있어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내용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좀 발췌해 보았어요.

우리가 매일 내리는 선택에 대해 조금 더 잘 생각해 보고, 자유의지라는 선물을 사용하여 조금만 다른 길을 가면, 삶이 지금보다 약간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하면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과법칙과 선택의 힘을 이해함으로써 삶을 조금 더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은 이것이다.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바꿀 수 있다는 것.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21p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그리로 들어가야 한다.

무엇인가로 잔을 채우려면, 잔이 비어 있어야 한다. 이미 가득 찬 잔에는 물이나 주스를 부을 수 없다. 먼저 잔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채울 수 있다.

빈 공간은 아주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인생이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야 한다는 자기만의 생각이나 투사, 신념과 같은 낡은 방식에 매달리고 있는 상태에서는 새로운 배움에 마음을 열 수 없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68p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에는, 먼저 가능한 일을 하라.

그런 단순한 선택이 큰 힘을 발휘한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79p

속도를 늦춰라. 호흡을 하라. 선택을 하고, 기회를 잡으라.

경험을 피하지 마라. 생의 수레바퀴를 타고 가라.

마법은 내일이나 어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마법은 바로 이 순간, 당신이 있는 곳에서 일어난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111p

experience. 이 단어는 명사도 되고 동사도 된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시나리오에 몰입한다. 그 속으로 뛰어든다.

그렇다면 이제 그것을 온전히 다 겪어라. 깊이 빠져라. 그러고 나서 변화된 모습으로 나와라.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배움을 다 끝낼 때까지, 때로는 여러 수준에서라도, 배움의 수레바퀴를 따라 계속해서 돌고 돌고 또 돌 것이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160p

금속 조각이 한 쪽으로 구부러져 있으면, 다시 평평하게 펴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구부려야 해.

중도-균형과 절제가 목표이다.

우리는 음양의 원이 우리의 반대편으로 강제적으로 밀어낼 때까지 어느 한쪽에 치우쳐 지낼 수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여 균형을 맞춰나갈 수도 있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199p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당신의 생각과 반대로 행동해 보아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라. 조화와 균형을 되찾으라.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의 감정에 솔직해져라.

있는 그대로 느껴보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서 온전히 느끼는 것은 우리의 삶에 색깔과 열정을 부여해 준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215p

행복할 수도 있는 운명의 길을 터덜터덜 지친 듯 걷지 마라.

비록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도 삶의 리듬에 맞추어 걸어가라.

춤추는 법을 배워라.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276p

계산된 위험과 계산되지 않은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어려운 결정은 여전히 우리가 진행해 가고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다.

나에게 주어진 나비 날개를 언제 어디에서 펄럭일 것인가?

모든 것은 자유의지이다.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일, 지구상에서 그보다 더 친밀하고 절실한 문제는 없다.

그러니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 당신이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325p

 

복잡한 상황일수록 우선할 수 있는 단순한 것에 집중해 보면서 여유를 찾고, 나의 자유의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두려움마저 받아들이면서 오롯이 경험하고 성장해 나간다면 그것이 나의 작은 날개짓이 아닐까 싶네요.

지친 듯이 터덜거리며 걷지 않고 춤추며 살기 위해서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짧은 이야기들에 많은 지혜가 담겨 있어요. 삶의 슬픔과 관계의 어려움 극복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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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서가명강 시리즈 34
남재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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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후 위기의 문제를 식량 문제에 집중해서 전달하는 환경도서였는데요.

최근에 기후 위기 관련 책을 2권 정도 읽고 난 다음이라 탄소 중립이나 넷 제로 개념과 같은 부분은 공통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남재철 교수님은 농학 학사, 기상학 석박사를 전공한 과학자답게 농업, 식량에 포커스 하여 심각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던 것 같아요.


책 서두에서는 농업 및 산림 자원의 생산성과 관련된 기상 요인들을 연구하는 '농림기상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 농림기상학 분야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문이라고 해요.

책 구성은 1부에서 4부까지로 이뤄져 있었는데요,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부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

2부 풍요로운 지구의 끝, 굶주리는 세계의 시작

3부 인류 최악의 재난, 이미 시작된 식량 전쟁

4부 인류의 식탁을 구할 최후의 해법

1부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 날씨와 기후를 사람의 기분과 성격에 비교하곤 한다.

수시로 변하는 날씨는 우리의 기분과 같다. 기후는 타고났거나 오랜 기간 형성된 사람의 성격과 같다. 성격이 변하면 어떻게 되는가? 물론 좋게 변하면 다행이지만 나쁘게 변하면 우리 사회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심각성이 바로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다.

이렇듯 날씨는 변해야 하고 기후는 변하지 말아야 한다.

23p

우리는 이미 기후 위기, 기후 난민이라는 말이 낯설지가 않아요. 해수면이 낮은 섬나라 국가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이웃 나라로 이주를 가는 경우는 알고 있었는데 내란에 의한 시리아 난민의 경우도 2006-2010년 가뭄으로 인한 대기근이 배경에 있었더라고요.

이러한 기후 난민은 2040-2050년에는 약 1억 4000만 명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UN에서는 선진국에게 난민들에 대한 비용을 분담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력에 기반한 UN 분담률인 2.574%를 곱하면 우리 아이들은 약 360만 명의 난민을 먹여 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해요. 이 금액을 연간 환산하면 무료 1년에 26조 원 이상이라고 하네요.

우리 아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넷제로 개념을 실행해서 2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기후변화가 마무리되어야 하겠다 싶어요.

1990년 제1차 평가 보고서부터 제6차 보고서까지 무려 30년에 걸쳐 과학자분들은 '기후 변화는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부분을 명확히 하였고, 이제는 과학자 중 대부분인 97%는 이를 인정한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는 그 위험성을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기후위기란 부풀린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에요


2부 풍요로운 지구의 끝, 굶주리는 세계의 시작

한국은 지난 100년간 최저기온은 2.4도가 오르고 평균 온도는 1.8도가 올라 평균 1.1도가 오른 세계 평균과 비교해서도 2배에 달하는 빠른 온난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도 대한민국은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이며, OECD 국가 중 식량 자급도가 가장 낮아 사료용을 제외할 때나 45% 정도에 자급률을 가지고 있고, 사료용까지 포함하면 20%에 불과하다고 해요.

지은이는 이대로라면 아열대로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식량 품종에 대한 개발도 빠르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목표로 저탄소 배출을 달성한다 해도 21세기 후반에는 2.6도 상승으로 예측하고 있어 아열대화를 막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해요. 농작물 품종을 하나 개발하려는데는 거의 5년에서 10년이 걸리고 과수의 경우는 20-30년까지 걸린다니.., 지금 빨리 품종 개발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진국 중 농업이 약한 국가는 거의 없다고 하셨는데,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점차 식량 안보의 중요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국가 주도하에 농업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전 세계적으로 농업이 미약한 선진국은 거의 없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농업강국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서 농민들을 자발적으로 농사를 짓고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을 받는 유토피아의 시대가 올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본다.

98p


3부 인류 최악의 재난, 이미 시작된 식량 전쟁

미래의 기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IPCC 과학자들은 이를 미래에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으로 산출하는 식을 만들어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데, 에너지 정책, 소비정책, 인구수 등이 결국 이 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CO2 배출량 = P(인구수)* S(서비스) *E(에너지) *C(소비)

113p

이를 기준으로 X축(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사회 경제적 노력)과 Y 축(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사회 경제적 노력)을 나눠 SSP1-SSP5로 분류하고 있다는 해요.

지구가 공멸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SSP 1,2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미 우리는 마지노선인 1.5도에 근접해 있고 2023년 WMO 발표에 따르면 5년 이내 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한 해가 나타날 확률이 66%나 된다고 해요.

이렇게 1.5도가 되면 지구에서 겪을 수 있는 극한 홍수 확률이 100% 증가하고 8%의 생물이 멸종하고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3억 5000명이 된다고 하니 1.5도를 넘지 않으려는 노력을 전 지구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또 1.5도가 되는 순간 잠자는 거인의 요소들이 작동해 전 지구적으로 기후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요.


9가지 티핑 포인트는

  1. 그린란드 빙상 붕괴, 2. 북극 해빙 소실, 3.영구 동토층 붕괴, 4.북부 한대림 북쪽으로 확대, 5.대서양 대규모 순환 붕괴, 6.열대 산호초 사멸, 7.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8.서남극 빙상 붕괴, 9.동남극 빙상 붕괴 라고 합니다.

이러한 탄소 중립에는 인구수가 큰 역할을 하는데요.

그럼 지구의 적정인구는 얼마일까요?

지구별 하나에서 식량, 물, 에너지를 제공하기에 가장 적절한 인구 수는 50억 명이라고 해요. 그런데 지금 지구의 인구수는 어떨까요?

이미 2022년 11월 15일에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돌파했다고 하고 2057년에는 100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넘쳐도 한참 넘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수준으로 전 세계인이 소비한다고 하면 지구가 3.5개가 필요하다고 하니..,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유지하는 것만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이것을 젠가 게임에 비유한다.

원시 생태계는 완전한 젠가 게임의 모습이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인해 생물종이 멸종하면서 젠가처럼 하나둘 빠져나간다. 젠가 게임은 모든 것이 사라질 때까지 서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어느 임계점이 되면 와르르 쓰러져 버린다. 그 임계점이 바로 티핑 포인트이다.

즉 인간에게 제공되는 식량공급에 큰 차질이 생겨서 인류도 멸망하는 것이 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이다.

138-139p


4부 인류를 구할 최후의 해법

OECD 국가들은 1992년부터 이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정책을 꾸준히 내오고 있었기 때문에 매년 2%의 감축량만 줄여도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탄소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매년 4.17%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해요.

농식품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 부분에서도 몰랐던 사실이 있었는데, 농업 분야에서 주로 탄소가 배출되는 곳이 축산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축산의 경우 가축들의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이 큰 영향을 주지만만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는 논이나 밭에서 농사를 짓는대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55.6%여서 축산의 44.4%를 앞서고 있었어요. 기존 농사법에도 스마트 기법을 도입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어요.

농사의 경우는 농사를 지으면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가 있고, 1인당 고기 소비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축산이 실질적으로는 더 큰 이슈라고는 해요.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쌀 소비를 늘리는 식생활로 개선하는 것, 음식 쓰레기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 이것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액션인 것 같은데요.

기후 문제는 아무래도 기업들의 역할이 크다 보니 국가 차원에서 '좀 더 잘 살려다 모두 죽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기후 위기를 식량 위기에 포커스 하여 심도 있고, 흥미롭게 전달 주셔서 잘 봤던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환경도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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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즈루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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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대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가와카미 히로미의 장편 소설인 <마나즈루>입니다.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

는 일상과 환상이 뒤섞인 탁월한 묘사와 독특한 상상력, 온화하고 섬세한 시선이 담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우화의 마술사"로도 불린다고 하며 현재까지 일본에서 유수의 상을 휩쓸었다고 해요.


소설 내용

남편을 잃은 여성이 상실에서 회복되는 과정을 환상적이고 몽환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소설인데요, 추리소설처럼 결론을 예측할 수 없게 끝까지 흥미진진했어요.

특히 주인공이 살고 있는 도쿄뿐 아니라 소설의 주 배경이 되는 곳이 마나즈루라는 바닷가의 소도시를 여행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기에 소설의 소개 글처럼 "추리소설과 여행기, 우아한 에로티시즘을 결합한 꿈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한 말이 딱 떨어진다고 느꼈던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은 12년 전에 갑자기 자취를 감춘 남편을 둔 케이가 마나즈루라는 도쿄 인근의 해안 도시를 방문하면서 시작하는데요, 남편을 너무도 사랑했던 그녀에게 남편의 실종은 크나큰 상처였고 그즈음부터 그녀에게는 '따라오는 자'들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이 '따라오는 자'들의 움직임이나 형체가 모호하였지만, 마나즈루를 여러 번 방문할수록 '따라오는 자'는 선명해져요.

이 과정에서 환상과 현재가 섞여 몽환적인 상황들이 연출되고, 그로 인해 케이는 잊고 싶었던 과거의 단편들을 기억해 내게 됩니다.

여자에게 이끌려 걸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눈은 뜨고 있는데 경치라는 것이 없다.

안개가 짙은 장소를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현기증 속을 떠돌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멀리 바다가 있고 배는 타오르고 있었다.

마나즈루 172p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은 그녀에게 가장 큰 상실감을 준 남편 '레이' 이외에도 남편의 부재 이후 출판업계에서 만난 '세이지'라는 남자가 있었어요. 남편 '레이'를 절절히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지만 '세이지'라는 사람과의 사랑을 통해 남편의 부재를 극복해 나가기도 하지만 결국 '레이'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세이지'는 그녀에게서 멀어집니다.

레이는 빠져나가는 썰물 같았다.

단단히 땅을 밟고 버티려 해도 썰물에 몸이 쓸리듯 레이에게 빨려 들어가 버린다.

기습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평범하다고 방심하고 있다가 낚였다.

사귄지 두 달이 채 되지도 않아서 레이 이외의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마나즈루 89p

감정이 세이지 쪽으로 흘렀다.

강한 감정도 약한 감정도 세이지에게 그대로 다 흘러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세이지가 있는 쪽을 향해서 흘러갔다. 거부하지 않아서 그저 고마웠다.

레이가 실종된 이후 머물 곳이 없었다.

어디로 기분을 흘려보내면 좋을지를 찾지 못했다.

흘러갈 곳이 정해지지 않으면 내가 있는 장소를 알 수 없게 된다.

강의 어느 쪽이 상류인지 하류인지,

물은 어느 쪽에서 흘러가고 있는 건지 분간하지 못해서 무서워지는 것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마나즈루 p37

엄마와 딸 모모도 상실감을 느끼는 존재들로 비춰지는데요.

내 배속으로 나았고, 처음에는 내 품 안에 껴안을 수 있던 존재였으나 엄연히 타자로 분리되는 딸 모모와 딸 케이를 가련히 여기며 같이 살고 있는 엄마도 지금의 케이처럼 케이가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느낀 타자인 것으로 묘사되거든요.

언제부터 모모가 가깝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멀다기보다는 가깝다. 하지만 가깝다기보다는 먼 사람이 되었다.

케이는 마나즈루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면서 현실을 마주하게되고, 드디어 그녀는 레이의 실종 신고를 하고, 쓰고 있던 소설을 탈고하며 현실의 일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잊고 있었어요. 당신이 마나즈루에 오는 건 레이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 때문이에요.

마나즈루 276p

마나즈루, 속삭여본다. 그리워진다.

마나즈루에 있지만 마나즈루가 그리워진다. 가슴에 다시 통증이 온다.

마나즈루 282p

레이, 먼 훗날 당신과도 만날 수 있겠죠.

마나즈루의 밤바다에 잔물결 이는 곳에서 불타올랐던 배는 가라앉아갔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와서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돌아간다.

모모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리고 공원 가득히 빛이 넘쳤다.

소설을 읽고 느낀 점

그녀의 큰 상실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니 어떻게 이해하지 못할까요?

썰물처럼 자신을 삼켰던 사람에게 버림받는다는 건 얼마나 큰 충격일까요...

정말 '따라오는 자'가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어요.

너무 큰 충격에 자아가 분열되었던 건 아닐까요?

케이는 과거의 충격으로 기억을 봉인했었죠...

사람들이 너무 힘든 기억은 그 기억을 봉인하곤 한다잖아요... 저도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즈음의 기억들은 아주 흐리게.... 감정으로만 남아 있더라고요.

우리가 슬픔과 아픈 기억을 묻어두는 것은 실제 해결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어느 순간 치유되지 못한 내면이 흔들리게 되죠. 그래서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결국 그 아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그 시절의 나를 껴안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데요.

마나즈루로 이끌었던 '따라오는 자'도 그녀의 분열된 자아였지 않을까요? 실제 그녀가 기억을 찾고 과거를 받아들인 뒤 '따라오는 자'는 사라져버리니까요.

케이의 서글픈 운명이 참 불쌍해서 여운이 한참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존재의 상실과 회복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흥미진진하게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책추천 #매일독서 #1일1서평  #북리뷰 #책리뷰 #마나즈루 #일본소설 #가와카미히로미 #상실 #회복 #사랑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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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란 무엇인가 - 내 삶을 완성하는 영성에 관한 모든 것
필립 셸드레이크 지음, 한윤정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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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란 말 자체는 저에게는 낯선 단어였는데요.

영성이란 넓은 의미에서 인간 존재의 전망, 인간 정신이 최대한의 잠재력을 갖기 위한 전망을 구체화한 생활방식과 수행 방식을 뜻하는 말이라고 해요.


영성이란 종교적 영성이 가장 기본적이긴 하지만 제가 와 닿은 부분을 좀 정리를 해보았어요.

영성은 현대에 오면서 깊은 자아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탐구하는 대안이 되었고 초기의 종교적 영성에서는 벗어난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오늘날 영성은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타고난 것으로 여겨진다."

영성이란 무엇인가? 41p


그런 의미에서 종교적 범위를 넘어서서 영적 전통으로도 발전하였고, 영적 지혜는 기본적으로 기원이 되는 장소와 시간을 넘어 그것을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이 발전하면서 전통이 되었다고 합니다. 예시로는 문학, 핵심적 상징, 은유, 수행법과 수행자들의 공동체 등이 있다고 해요. 이런 이유로 우리가 문학이나 시에서 영적 지혜를 전수받는 느낌을 받는 게 아닌가 해요.


특히 예술(음악, 미술) 뿐 아니라 건축에서도 영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는데요.


"빈센트 반 고흐는 예술을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같은' 커다란 갈망으로 표현했으며, 20세기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인간 마음속의 어둠에 빛을 보내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영성이란 무엇인가 p84


건축을 얘기하였을 때 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떠오르더라고요. 여기서도 예시로 스테인드글라스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빛에 따라 춤을 추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저는 타 종교인이긴 하지만 정말 신의 은총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정말 영성이 가득한... 그런 느낌이어서 정말 하루종일 이 공간에서 있고 싶다라는 느낌을 받은 영적인 공간이었거든요.


현대사회에서는 공원이나 도서관, 미술관 등이 이런 역할을 일부 소화하기도 한다고 해요. 아름다운 미술관이나, 공공 도서관에 가면 영적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이 드는게 다 이유가 있나 봅니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도 영성과 맞닿아 있다고 하는데요.

'일을 단지 이윤을 내는 생산성이 아니라 소명이라는 이상으로 올려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정확한 것 같아요.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 우리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게 되고 직업을 '내가 타인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려는 소명의식이 향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인간은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호모 스피리투알로스>라고 명명하고, 인간은 단순히 생명을 영위하거나 감각을 만족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질문하며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더 큰 세계와의 접속과 통합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해요. 또 존재자로서 자신을 정화하고 초월적 존재에 헌신함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과 지혜를 얻고, 성숙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영성'이란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면서도 이 전체를 통합해 주는 가장 풍부한 인간성의 표현이라고 정리하고 있어요.


어려웠지만 읽어보니 <영성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이제 이해가 좀 되는 것 같아요. 영성, 영적인 삶, 소명의식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 보시면 도움 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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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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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정말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 11월입니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질 때면 따뜻한 공간을 찾게 되는데요. 이럴 때, '힘들고 지칠 때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나만의 미술관을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책'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이 책은 <문학이 필요한 시간> <내성적인 여행자>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등 활발하게 작가 생활을 하고 있으신 '아름다운 것들에 관하여 말하고 글 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인 정여울 작가님의 신작이에요.

저자는 미술관에서 하염없이 한 그림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삶을 비춰보던 행위를 통해 내면의 알 수 없는 결핍감을 치유하는 경험을 하였기 때문에 미술관을 은밀한 종합병원이라고 비유를 하였는데요.

독서나 글쓰기, 그림과 음악 감상은 모두 결을 같이 하는 것 같아요.

힘들거나 고독할 때, 우리의 내면과 만나게 해주고 내면아이를 보듬어 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위대한 예술작품은 우리 마음속에 '자기만의 독립적인 방'을 만들어준다. 내 마음속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방은 물론 클로드 모네의 방, 파블로 피카소의 방, 조지아 오키프의 방, 마크 로스코의 방 등 수많은 아름다움의 비밀 처소들이 있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19p

저에게는 아직 특정 그림이 인생 그림으로 다가와 내 아픔을 치유해 준 경험은 없지만,

책에 나와 있는 고흐의 별빛, 모네의 수련, 생라자르 역, 클림트의 키스, 샤갈의 약혼자와 에펠탑, 프레더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 등 좋아하는 그림들이 많아서 좋았고, 그 그림들에 대한 감성적인 도슨트를 듣는 것 같아 참 좋았어요.

감상을 어떻게 저렇게 표현 할 수 있을까... 부럽기도 했고요


책 속의 말들

"색은 건반이고, 눈은 화음이며, 영혼은 많은 현이 달린 피아노입니다.

예술가는 영혼에 진동을 일으키기 위해 건반 하나하나를 연주하는 손입니다. "<바실리 칸딘스키>


"샤갈이야말로 색채라는 건반으로 눈이라는 화음을 연주하고, 영혼이라는 피아노로 그림을 연주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샤갈은 사랑을 사랑했지만, 샤갈이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 자체가 곧 사랑의 몸짓이었기에.

그는 색채로 노래하는 일, 색채로 춤을 추는 일, 색채로 말을 쓰는 일이 곧 그림이라는 걸 온몸으로 실천했던 화가였기에. "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75p>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그것은 외로움이 무척 고통스럽지만, 그 외로움의 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면 내 안에서 어떤 따뜻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

"고독은 괜찮지만, 고독은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명언이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84p


"나는 너를 보고 있다고 할 때 우리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의 몸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의 행동이나 말하는 법, 혹은 그의 영혼을 보고 있는 것일까? 답은 '너를 보고 있다'라고 할 때 '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다. 우리는 결코 대상을 완전히 볼 수 없다.

내가 볼 수 있는 것, 내가 포착할 수 있는 것,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만 본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148p


"우리가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 '빛'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우리는 나뭇잎은 초록색, 나뭇가지는 갈색, 하늘은 파란색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모든 빛깔의 이미지는 순간순간의 빛의 운동이 만들어낸 우연한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네는 그림으로 증명한다. "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p142

이 책은 그림에 대한 책이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진심인 작가님이라 그런지 그림을 보면서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셨어요.

그중에서 아래 문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글쓰기란 누군가의 고독이 타인의 고독을 향해 말을 거는 몸짓이다.

낭독은 나의 고독이 나 자신을 향해 말을 거는 몸짓이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243p

내 고독과 아픔은 글쓰기를 통해서 다른 이와 소통하게 되면서 치유되고 낭독은 나 자신을 위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갑자기 글을 쓰고 책을 낭독하고 싶더라고요.

일전에 도서관에서 아침에 읽을 시집을 골라두었었는데, 얼른 구매해서 아침마다 꼭 나에게 시 한 편을 낭독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고 나니 미술관에서 나만의 도슨트와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에요.

작가님이 그림에 대한 감상과 느낌을 전달 주시고 저는 그걸 느끼며 생각하고 또 나의 경험을 회상하게 되었으니까요.

소장하면서 가끔 지치고 힘들 때 열어보고 싶은 미니 미술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모든 분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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