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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의 늪, 집시와 르네상스, 사바나의 개미언덕, 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 용감한 친구들



1. 망명의 늪





이병주 (1921-1992)

바이북스, 김윤식·김종회 편집

2015.04.04. 출간








2. 집시와 르네상스(1999)






안토니오 타부키 (1943-2012)

문학동네, 김운찬 역

2015.04.30. 출간








3. 사바나의 개미 언덕(1987)






치누아 아체베 (1930-2013)

민음사, 이소영 역

2015.04.24. 출간









4. 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2013)






사하르 들리자니 (1983-)

알에이치코리아, 한정아 역

2015.04.03. 출간







5. 용감한 친구들(2005)





줄리언 반스 (1946-)

다산책방, 한유주 역

2015.04.15. 출간









우선 이번 달 신간 선정에는 최대한 영미권 출신 작가의 소설을 제외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평생 읽어온 책의 90% 이상이 소설이고, 그 소설들 중 또다시 70% 가량이 영미권 작가들의 소설이다. 아무리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해도 이렇게 문화적 편식이 심하면 당연히 그들의 사고방식에 젖어 세상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 당연할 게다. 내가 처음 신간 서평단에 지원하게 된 이유도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권의 좋은 소설을 추천받고 (강제로라도) 읽게 되기를 바라서였다. 그러나 그간 내 스스로가 추천했던 책들도 또다시(!) 서구 문학에 치중되어 있었을 뿐더러, 선정돼서 읽었던 책들 중 반이 서구권 작가들의 책들이다. 역시 습관이란 무서운 것인가보다.


아무튼 서론은 이쯤에서 줄이고, 최대한 낯선 국가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고른 나의 신간들을 소개해보겠다.


내가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언론인이기도 했던 이병주의 『망명의 늪』이다. 위키 백과의 작가 소개를 끌어 오자면,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금기시된 소재인 이데올로기 문제를 둘러싼 지식인의 고뇌를 앞장서서 다루어, 유신체제 하인 1970년대 중반에는 “이제 이병주를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으로 나누자”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영향력이 컸다.

http://ko.wikipedia.org/wiki/%EC%9D%B4%EB%B3%91%EC%A3%BC_(%EC%86%8C%EC%84%A4%EA%B0%80)

비루한 인간의 속성을 깊이 파고든 소설이라하며 한국의 60, 70년대에 대한 묘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접한 적 없는 작가지만 이 책을 읽고 큰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두 번째 신간으로 안토니오 타부키의 책을 선정하게 된 것은 네이버 캐스트에서 구병모 작가가 쓴 『페레이라가 주장하다』에 대한 책 소개를 보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매력적인 줄거리와, 최근 새롭게 팬이 된 작가의 추천 때문에 당장 이 책부터 읽고 싶었지만, 아쉬운 대로 새로 번역된 그의 소설『집시와 르네상스(1999)』부터 골라보았다. 이민자 수용 문제는 올해 들어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안토니오 타부키 역시 이탈리아, 즉 유럽 출신의 작가이지만 이탈리아 작가의 책은 읽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는 점 역시 선정 이유 중 하나라고 (소심하게) 덧붙인다.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아버지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 『사바나의 개미언덕(1987)』도 흥미로워 보인다. 지난달 읽은 이집트 작가의 소설 『우리 동네 아이들』이 좋았기도 했고, 그 소설이 앞으로 더 많은 아프리카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인의 시각에서 써내려간 탈식민주의 소설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작년 엄마가 자카란다 나무에 대해 알려주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땐 마치 벚꽃 나무와도 비슷해 보였는데 그 색은 좀 더 보랏빛에 가까웠다. 한동안 자카란다 나무 숲을 담은 사진이 엄마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인 것을 보면서 이 꽃나무에 익숙해졌다. 네 번째 책으로 『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2013)』을 고른 것은 그런 나무가 표지에 가득 차게 그려진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루어진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때문에 최근 이란이 신문에 자주 등장하고 있고, 자연스레 이란의 이슬람 혁명에 대해서도 접하게 된 것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 이유다


마지막으로 고른 책은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2005)』이다. 음... 영미권 문학을 고르지 않고자 했지만... 하나 정도는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선정되지 않아도 어떻게든 읽을 책이긴 하다. 내가 접한 줄리언 반스의 책은 『내 말 좀 들어봐』 한 권이지만, 그 한 권이 매우 재밌고 유쾌했기에, 그리고 셜록을 다룬 소설이라기에 소심하게 마지막 다섯번째 책으로 골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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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5-05-0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누아 아체베의 작품 중 <사바나의 개미언덕>은 생소하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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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이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9
나지브 마흐푸즈 지음, 배혜경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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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영악함과 사악함에 함께 분노했다. 대저택에서 내쫓기게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고난이 닥칠 때면 어느 순간 옆에 와 속을 긁어대는 그를, 할 수만 있다면 가혹하게 다루고 싶었다. 이드리스에 대한 분노로 어느 샌가 아드함과 한 마음이 되어 이야기에 깊게 몰입했다. 아드함이 겪는 고난은 겪지 않아도 될 고난이었다는 생각에 더 분통이 터졌다. ‘따뜻한 전기 장판을 깔아 놓은 침대에 누워 가끔씩 탁자 위의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다가 갑자기 집에서 쫓겨나 추운 거리에서 할 일을 잃은 채 방황한다면 아드함과 비슷한 기분이 들까?’, ‘아니야, 아드함의 발끝만치도 따라가지 못하겠지.’ 온갖 소소한 생각이 내가 아드함에게 연민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을 잃지 않게 할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었지만 내가 가장 빨려들 듯 읽은 장은 1, 아드함이었다.


 우리 동네에 망각이라는 전염병이 돌지 않았다면 그는 좋은 본보기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망각은 동네에 전염병처럼 늘 창궐한다.

우리 동네 아이들1, 304p.

 

어쨌든 사람들은 안락한 생활을 더없이 기뻐하며 즐거운 삶을 누렸다. 그들은 자신감에 차 확실하게 오늘이 어제보다 낫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망각은 전염병처럼 우리 동네를 휩쓸고 지나가는 걸까?

우리 동네 아이들1, 440p.

 

우리 동네 사람들은 옛날 일들은 잘 알고 있으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거기서 교훈을 얻어 낼 줄을 몰라!” 

우리 동네 아이들2, 17p.

 

우리 동네사람들은 매번, 꾸준히, 지속적으로, 망각한다.

 

자발 ……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네가 원하기만 하면 수장이 될 수도 있어.”

우리 동네 아이들1, 205p.


자발이 부동산에서 얻은 수익 가운데 일가친척들의 몫을 받던 날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 그는 자신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았다. 함단은 이러한 공평함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간접적으로 그런 생각을 자발에게 전했다.

자발, 자네 자신을 속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야.”

저는 저와 샤피까, 두 사람의 몫을 가졌습니다.” 자발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이 동네의 우두머리야.”

우리 동네 아이들1, 298p.

 

그는 누구보다도 위대한 수장이었지만 너무 유했어.” 알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 동네 아이들1, 436p.

 

때로는 관재인과 수장의 폭력적인 억압 아래서 이들이 증오하고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이 관재인과 수장으로 대변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은 단지 악독한 관재인악랄한 수장이라는 개별 인물들을 싫어하는 것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반복적으로 망각할 수 있을 리 없다. 수장을 없앤 이후에 평화를 가져온 선지자에게 수장이 되어 달라 부추길 수도 없을 것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보수주의 정치는 엄격한 아버지라는 국가 모델을 기반으로 조직된다고 말한다.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한 엄격한 아버지밑에서 산다면 비록 자유는 없을지언정 내 한 몸은 편할 수 있다. 사회에서 보수파가 득세하기 쉬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지배하더라도 경제적 풍요로움을 안겨준다면 사회는 만족한다는 것을 우리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작금의 현실 정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동네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것은 폭압적인 지배,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폭압적인 지배를 견뎌내고 있음에도 빈곤하기 때문이다이 순간 한 사람이 떠오른다자비 없이 엄격한 아버지의 화신이 바로 자발라위가 아닌가. 아드함이 돌아가고 싶어했던 '에덴 동산' 역시 엄격한 자발라위의 지배 아래 있는 것이었다.


대학 시절 나의 통학 시간은 왕복 2~3시간 정도였다. 러시아워에 버스를 타게 되면 4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친구들은 내게 학교 근처에서 자취할 마음이 없느냐고 묻곤 했다. 좌석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을 내다보며 온갖 생각에 빠져드는 그 시간이 나름 매력적이었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나는 전혀 자취할 마음이 없었다. 나에게 갑자기 주어질 자유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자유와 함께 주어지는 책임과 가사노동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는 게 맞다. 자취를 하게 된다면 아침에 늦잠도 잘 수 있을 것이고 몇 시까지고 친구들과 밤을 새며 놀다 들어가도 나를 혼낼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취 생활을 유지하려면 (내 기준에서) 엄청난 부지런함과 노동이 요구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이 적당히멀어 반드시 집에서 나와 살아야 할 조건이 아님에 감사했다.


자발라위 구역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통치하며 사는 것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관재인이나 수장이 없는 생활은 자유롭긴 해도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일이었을 게다. 이것이 힘에 부쳐 알아서 해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질 때 쯤 자연스럽게 관재인과 수장들이 재등장한다. 사람들 역시 이번 관재인/수장은 괜찮겠지. 설마 그 정도로 악랄하진 않겠지.’하고 희망을 둔다. 망각이 재발하는 과정이다.


평화라는 것은 갈등과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갈등이 있는 곳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약함을 보호하는 저항이야말로 평화의 길이다.’(정희진) 기존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평화는 투쟁적이고 격렬한 싸움 이후에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적이고 격렬한 싸움 그 자체다. 망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힘든 일도 꿋꿋이 해낼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 사소한 것(이드리스)에 분노하며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이 희망적인 것이라면 그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이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 우리 동네 '아이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만큼은 달리 자라줄 것이라 믿는 작가의 소망이 담겨있기에.

 

우리 동네에 망각이라는 전염병이 창궐했다면 이제 이 전염병을 퇴치할 때가, 영원히 근절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동네 아이들2, 203p.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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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아였을 때, 별을 먹는 사람들, 인간의 대지



1. 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 (1954-)

민음사, 김남주 역

2015.03.27. 출간






내가 읽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은 『나를 보내지 마』 하나 뿐이지만 단 한 권으로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작가다. 자분자분 이야기해 나가지만 결코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훌륭한 묘사로써 설득한다. 



2. 별을 먹는 사람들






로맹 가리 (1914-1980)

마음산책, 이선희 역

2015.03.30. 출간







작년 말에 한창 로맹 가리에 빠져 있었다. 경향신문 <여적>에서 로맹 가리의 삶에 대한 글을 읽고 '참 특이한 삶을 살았구나' 하며 마음에 담아두었는데 우연치 않게 <자기앞의 생>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 뒤로 접한 것이 <유럽의 교육>이었다. 로맹 가리의 책은 극도로 비관적이고 어두워서 (내가 읽은 두 권이 유독 그랬던 걸지도?)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잠시 그의 책을 읽는 것을 쉬고 있었지만 로맹 가리의 신작 소식을 듣고는 리스트에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3. 인간의 대지






윌리엄 리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1900-1944)

펭귄클래식코리아, 허희정 역

2015.03.05. 출간











사실 이미 많은 분들이 추천하셨고 내가 새로운 책을 골라봤자 대세와 무관할 것 같아 추천하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박빙의(!) 경쟁이었고 그래서 나의 의견을 조심스레 얹어본다. 사실 내가 이번달에 가장 읽고 싶었던, 출간 소식이 나오자마자 읽어야겠다 다짐했던 『우리가 고아였을 때』는 선정될 것 같지 않아 다소 우울하지만... 내가 접하지 않았던 다른 작가의 좋은 책을 발견하리라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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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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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논란이 있는, 혹은 문제적 인물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인물에 대한 전기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리모노프는 이점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엠마뉘엘 카레르는 처음부터 리모노프의 삶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거나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간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정반대의 주장 역시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중적 평가, 역사적 잣대에서 벗어난 안전한 지대 위에서 문제적 인물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내 머릿속에선 이미 재고의 여지 없이 깔끔히 정리된 사안이 아니던가. 스킨헤드 민병대의 우두머리인 몹쓸 파시스트 리모노프로. 그런데, 사망 이후 만인으로부터 성녀로 추앙받는 여자가 그를, 그들을, 러시아 민주화 투쟁의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었다. 21p

 

리모노프가 그렇게 자라나도록 만든 성장 배경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그 당시 러시아의 생활상, 야망 넘치는 리모노프가 겪었을 절망감, 그리고 그 시궁창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리모노프라는 인물은 그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망 넘치는 기회주의자, 오만한 인물상을 극대화한 캐릭터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때로는 나이기도 한 그 기회주의적이고 오만한 인물이 특정한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구조를 맞닥뜨렸을 때 극단적으로는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리모노프에 대한 애증과도 같은 카레르의 감정은 책 속에서 혼돈스럽게 공존한다. 그러나 결국 카레르가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뒷표지에 적힌 이 책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리모노프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은 거대한 역사적 흐름 안에서의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2차 대전 종전 이후, 소련 해체 이후 시대를 폭넓게 조명한다.’ 리모노프는 나름대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왔음은 분명하나 그가 미친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우리 사회는 앞으로 리모노프 같은 문제적 인물을 키워내지 않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 그런데 이 책이 여성을 다루는 방식은 나를 시종일관 소름 돋게 만들었다. 내가 주인공(이든 서술자이든 작중 인물 가운데 아무에게도)에 이입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책을 덮도록 만들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이런 방식을 거치지 않으면 리모노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리모노프라는 인물을 매개로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풀어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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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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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휴대폰의 전원을 꺼 버리듯 그렇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모든 것이 끝나버릴 수 있다면? 내 앞에 놓인 미래에 밝은 부분 보다 어두운 부분이 많아 보이고 더군다나 지금 당장 내 어깨에 놓인 짐이 너무 무겁다면 이런 생각을 할 법하다. 게다가 주변에 날 지탱해 줄 사람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더더욱.

 

 

그러나 이 작품 속 백은 좀 다르다. 당장 내 앞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없다는 점은 같으나, 백이 이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 것은 백 앞에 닥친 그 어떤 상황적·개인적 이유도 아니다. 작가는 끝끝내 백이 자살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이유를 흑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어차피 죽음을 향해 가는 삶일 뿐이라며 삶의 무용성을 말하는 백은 지능을 가진 생명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무엇보다도 삶의 무용성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고로 자살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심지어 백은 친한 사람도 없고, 그에게 가족이란 죽어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다. 그렇다면 백의 자살을 막는 것은 불가피한 일인 걸까.

 

 

결국 코맥 매카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백인이 마지막에 몰아치듯 내뱉은 말들이었을 것이다. 극도로 비관적인 백이 하는 말은 신에 대해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흑과 대비되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주장으로 비친다. 읽는 이들이 신앙을 강요하는 흑보다 백의 비관성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향해 가는 모든 삶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흑이 신에 대한 믿음, 하느님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백을 설득하는 것보다, 어차피 죽음을 향해 가는 삶이지만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라는 점을 백에게 납득시켰다면 백은 떠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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