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촛불집회 사진을 찾아보았다. 역시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복면도 마스크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인가 한국은행 앞 분수대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게 기억난다. 그들은 검은 망토에 똑같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브이의 그 가면을 쓰고. 사람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그 앞을 행진했다. 그러나 MB는 그 유명한 컨테이너를 쌓은 명박산성으로 답했고, 나중엔 컨테이너 대신 차벽으로 사람들의 길을 막는 법을 터득했다. 


광장 자체를 없애버리기로 했을 때쯤이었을까? 마구잡이식의 채증, 물대포가 정말 '대포'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때가. 그와 함께 마스크와 복면이 등장했다. 그러고보니 이젠 촛불을 들지 않는다. 2008년 함께 웃으며 광장과 거리를 매웠던 사람들은 불과 10년이 채 안 되어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게다가 이젠 소통조차 기대할 수 없는 대통령은 '복면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며 핏대를 세운다. 사람들은 잘 알아야 한다. 그가 금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복면'이 아니라 '시위'임을. 


이 만화-그래팩노블은 1980년대에 출간되었다. 언론이 사라진 사회, 시민들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사회, 눈-코-귀-입이 모두 통제된 사회가 배경이다.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그 사회에 균열을 내는 브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영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는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생각보다 많은 분량,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이 아직 낯설기 때문이겠다.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 때문인지 등장인물을 구분하는 게 힘들더라;; 


영화에서 가장 명장면은 수많은 시민들이 브이의 가면을 쓰고 행진하는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그런 장엄한 장면은 없다. 도리어 메시지는 모호하며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영화와 달리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 지점이 흥행으로 성공한 영화와 그래픽노블의 대명사격인 이 작품의 호불호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내년 강의(링크)에서 이 작품을 다시 다루게 될 텐데, 그때에는 어떨지 궁금하다. 시위를 실명제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난무하는 이 나라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 책방 온지곤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