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이 지났다. 2010년 10월 11일 출간. 메모를 보니 세상에나...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 2011년 10월 잉여세미나, 2012년 7월 잉여세미나(아마 다른 사람들과 했을 테다), 2013년 10월 청소년 글쓰기. 세 번이나 읽었다는 것은 이 책이 제기한 문제에 격하게 공감했다는 뜻이겠다. 실제로 당시에 나온 청년에 대한, 청년을 위한, 청년의 책 가운데 엄기호의 책은 단연 돋보였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와는 당연히 비교할 것도 아니고, 다양한 진단, 문제 제기 가운데서도 주목할만한 책이었다.
 
그런데 벌써 5년이 지났다. 왜 5년이란 시간이 문제냐면, 이 책을 집어들고 이런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시 읽을 일이 있을까?' 이미 이 책을 읽어보았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은 아니다. 도리어 이 책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이 2015년 현재에도 유의미하냐는 물음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또 다른 청춘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연세대 원주 캠퍼스와 덕성여대에서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었다. 문득 드는 질문. 그 학생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2010년, '잉여'라는 말이 시대의 표현이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헬조선'이 대신하는 형국이다. '잉여'라는 말에 남아 있던 일종의 자조와 웃음, 여유, 혹은 쓸쓸함의 정감마저 모두 불타버린 듯하다. 과거 희망이라는 말이 조금이나마 의미 있었다면 이제는 아예 언급할 수도 없게 되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세월호 사건은 하나의 사고가 아니라 한 사회의 몰락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젠 모든 것이 가라앉은 건 아닐까? 표지에 붙은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이란 말에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그는 그래도 '성장'을 이야기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들은 어떻게 성장하였을까? 비꼬는 질문이 아니라 정말 궁금하기에 물어보는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 2015년 20대 중후반이 되었을 그들에게 '성장'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몰락의 시대라 지칭하며 그의 글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내가 지독히도 낡아 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이 지독히도 썩었기 때문일까. 5년이란 시간의 무게를 여기서 이렇게 새롭게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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