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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해장(해방촌 장터)를 마치고 셀러들과 빈가게•빈집 식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자연스럽게 뒤풀이 자리로 이어졌는데, 2015년이다 보니 이야기의 주제는 에반게리온에 관한 이야기로...;; 레이와 아스카 가운데 누가 더 좋으냐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마구 튀어나왔다. 그 와중에 카페 마스터는 에반게리온 OST,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를 틀어주고... 무르익은 분위기에 그동안 숨은 덕력을 마구 쏟아내는 장관이 펼쳐졌다. 

 

애니부터 만화책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가운데 누군가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70-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이미 식상한 설정이라는 이야기.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나 역시 격하게 공감을 표시했다. 광속에 가까운 시간 여행을 할 때 시간이 왜곡되는 문제나 새로운 행성에 도착했을 때의 다양한 환경들은 이미 다른 SF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새로운 것이 있다면 5차원 시공간을 영상으로 표현했다는 점, 사건의 지평선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 정도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고전적 SF냄새가 나는 그래비티가 더 재미있었다. 지금이야 트랜스포머와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잔뜩 가미된 SF물이 많지만 예전에만 하더라도 정말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 아마 우주가 더 이상 개척의 대상도 신비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저 컴컴한 우주는 다양한 상상력을 낳는 무한한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을 타고 다니는 그런 SF물을 다시 또 만날 수 있지 않을지.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호시노 유키노부의 작품들이었다. 지금 보면 꽤 낡은 화풍에 우주에 새로운 콜로니 건설이라는 낡은 주제를 담고 있기는 하나 고전적 SF의 향수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옛날 연구실 카페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너무 반가웠다. 《스타더스트 메모리즈》라는 단편이었지만 내 취향에 딱 맞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2001 야화》가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재빨리 구매했다. 외전격인 네 번째 권도 구입해서 네 권을 보관할 수 있는 박스도 덤으로 얻었다. 이 다섯권을 구비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소박한 자랑이다. ^^;

 

우주선과 우주 여행이 나오는 전통적 SF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낡은 화풍이 낯설다면, 소년 만화에만 익숙해 있다면 별로 매력이 없는 작품일 것이다. 그래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0년이 넘은 만화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는 많다. 그때의 물리학적 발견이 지금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모르나 우주 여행이라는 커다란 틀에서는 별로 변하지 않았을테니. 참고로 《2001 야화》라는 제목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라는 영화의 제목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러고보면 2000년대는 SF의 보고였다. 그러나 정작 2000년이 되고도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별 새로운 것도 흥미진진한 것도 없다. 

 

덧: 온지곤지에 비치해 두니 관심있는 분은 놀러오셔서 읽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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