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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동노 외 옮김 / 창비 / 200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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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단독의 공공 조직들을 수립하는 일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에야 선포되었지만 이남의 정치조직은 점령한 지 첫 몇달 안에 조직되어 1960년대까지 실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1945년 11월과 12월 하지와 그의 고문들은 네 단계를 취하기로 했다. 첫째 38도선을 지킬 군대를 창설한다. 둘째, 남한을 진정시키기 위한 주된 정치적 무기로서 한국국립경찰을 창설한다. 셋째, 우익 정당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넷째, 이런 정책들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들은 억압한다. 일본의 무장해제를 위해 한국을 점령한 군대가 이제 남한에 봉쇄 방파제를 집중적으로 쌓고 있었다.
... 하지를 지휘하는 토오꾜오의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최초의 보고서에서 경찰이 "철저하게 일본화되었으며 폭정의 도구로서 효과적으로 이용되었다"고 말했다. ... 이때쯤에는 일본 경찰에서 근무한 한국인들의 약 85%가 국립경찰에 채용되어 있었는데, 그 수치는 일년 후에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었다.
... 미국인들은 그들의 역사에서 국립경찰에 저항해왔으며, 일본에서는 매카서가 비무장화와 민주화라는 두 가지 점령 목표에 장애가 된다고 해서 일본의 국립경찰을 해산시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하지와 그의 고문들이 주된 정치적 반대세력이며 1945년 9월 서울에서 수립된 조선인민공화국과 그것과 연계된 많은 시골의 위원회들, 노조들과 농민단체들에 대항해 독자적인 국립경찰을 창설했다.
... 뉴욕에 거주한 소설가이자 반공주의자인 강용흘은 웨드마이어에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지독한 경찰국가 중의 하나였다"고 썼다. 그는 한국에서의 투쟁은 "소수의 살찐 지주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배고픈 사람들 사이의 싸움이었다. 이들 소수가 오늘날 [한민당을] 통제하고 있으며, 일반대중들은 이 오래된 악습을 고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 282~288쪽 발췌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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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 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 연구를 중심으로 해서 한국 현대사및 북한 연구의 권위자이다. 이미 발간된 책들이 몇권 있지만 집에 있는 것이라고는 이 '한국현대사' 뿐이다. 결코 얇지 않은 이 책을 다시 꺼내들게 만든 것은 이 책에서 알려준 경찰의 탄생비화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가 패망하자 38도선 이남에는 미군이 이북에는 소련군이 각각 담당하게 된다. 이후의 역사는 모두가 알고 있는대로... 그런데 그 가운데 재미있는 것이 점령 사령관 하지에 의해서 국립경찰이 창설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군대와 함께! 맨 처음 인용된 하지의 네 가지 계획을 보면 '군대-경찰-우익'의 트라이엥글로 민중을 억압하고자 했던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미국은 이미 국립경찰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메카서(맥아더)가 관리한 일본에서는 도리어 국립경찰이 해산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일본의 경찰조직이 고스란히 국립경찰제도로 옮아온 것이다. 그것도 국가 수립이전에!!!
결국 역사적으로 군대-경찰-우익이라는 것은 초국가적인 억압도구로서 작동해왔다는 말이다. 그 중에 경찰은 이름만 경찰일뿐 사실상 '치안'의 의무보다는 권력의 몽둥이로서 작동해왔다. 태생적으로 경찰은 권력의 손과 발이었다. 결국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공(公)권력'이라는 것도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실상은 국가제도로서 용인된 폭력집단일 뿐이다.
2008년 여름, 대한민국 수도 한 복판에서 보여준 경찰의 행태는 그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반정권 운동을 벌인다는 이유로 시민들은 아무 이유없이 물대포를 맞아야 했고 방패에 찍혀야 했다. (누군가 '불법 도로점거'라는 쓸데 없는 말을 꺼내면 그냥 비웃어주자. 시민들을 위한 소통-교통이 아닌 정권의 청소용역을 떠맡았을 뿐이다) 개국 60년이란다. 그렇지만 그 보다 더 질긴 경찰권력은 여전히 민중을 억압하고 있다. 군대-경찰-우익이라는 억압의 트라이엥글과 그 배후의 미국, 씁쓸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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