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몽의 나라 - 이천 년을 이어 온 고구려 건국 이야기 ㅣ 샘깊은 오늘고전 1
이규보 원작, 조호상 글, 조혜란 그림 / 알마 / 2006년 7월
평점 :
얼마전에 드라마 ‘주몽’이 막을 내렸다. 평소에 TV를 볼 여유나 상황(집에 TV가 없다 ㅠ.ㅠ) 없어서 수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한다는 드라마를 제대로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나마 명절 때 고향 집에 내려가서 잠깐 본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떠도는 기사들을 통해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 이야기도 접하고 이런저런 드라마속의 이야기도 접하던 터였다.
초등학교 아이들과 고전을 읽으려는데 어떤 책을 찾을까 하다가 그래도 아이들에게 익숙한 주몽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어렸을적 어느 책에서인가 잠깐 읽었던 주몽의 이야기도 다시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위인전이었을까? 아니면 여러 탄생신화들을 모아놓은 책이었을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황금빛 나는 개구리처럼 발견된 금와왕의 이야기라던가, 활을 잘쏘는 아이 주몽, 그리고 고구려를 세우기까지의 여러 모험들, 아버지를 찾아 부러진 칼을 갖고온 유리의 이야기까지 매우 흥미롭게 읽었었다.
이렇게 읽은 주몽의 이야기를 아이들은 어떻게 알고 있을까? 물론 드라마를 보면서 고구려라는 옛 나라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되었겠지만 직접 책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궁금했다. 사실 주몽의 이야기는 그리 긴 이야기가 아니다. 고려말 이규보가 지은 글은 한편의 서사시로 오늘날 글로 옮겨보아도 그리 길지 않다. 보리 출판사에서 펴낸 ‘동명왕의 노래‘라 는 책을 살펴보아도 불과 20쪽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서사시이기 때문에 한 줄에 한자 5글자를 번역해 놓아서 그냥 줄 글로 읽으면 10쪽 정도 되려나? 아주 짧은 이야기다. 그런 짧은 이야기에 여러 사람들이 살을 붙이고 상상력을 보태어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규보의 시를 번역한 것을 직접 읽으면 좋으련만 짧고 간결한 싯구들이 재미없을 것 같아 한 권의 이야기 책을 찾았다. 고전을 고를 때 중시하는 것은 되도록 원문을 훼손하지 않고, 즉 더하거나 빼지 않고 읽기 쉬운 말로 번역했는가 하는 점이다. ‘주몽의 나라’를 읽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읽은 이옥 단편집 ‘일곱 가지 밤‘이 매우 재미있어서 같은 출판사 책으로 골랐다.
아이들과 함께 책 내용을 이야기하려면 나도 책을 충실히 읽어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책을 읽어보았다. 매끄러운 이야기로 만든터라 분량이 좀 많아지기는 했지만 읽기 쉽게 번역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중간에 삽입된 그림도 글을 흥미로웠다. 아이들 책이라고 모두 화려한 책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찾을 때는 좋은 삽화가 들어간 책을 찾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삽화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주몽이 생각보다 못생겼다느니(아마도 송일국의 아우라 탓일 테다), 주몽이 머리는 크고 키가 작아서 볼품없다느니(6등신 주몽이라고 놀려댔다) 그림이 영 아니라느니 말이 많았다.
재미있는 건 아이들이 드라마 주몽보다 책 속의 주몽이 더 재미있었다고 했다는 점이다. 그냥 쉽게 생각해보면 드라마속의 주몽이 더 재미있을 텐데 그래도 책이 재미있다니 다행이었다. 역시나 듬뿍 양념으로 버무려진 주몽의 이야기는 아이들 입맛에는 그닥 맞지 않았는가 보다. 그리고 주몽의 여주인공(?) 같은 소서노 이야기가 없다는 아이들의 지적도 있었다. 대중의 흥미를 위해 집어넣은 로맨스가 아닐까?
이규보가 적은 주몽의 이야기는 매우 짧은 영웅담이다. 겨드랑이에서 나온 알을 깨고 나온 주몽, 태어난지 한달만에 활을 만들어 파리를 잡았다는 이야기, 물고기와 자라들이 만들어주었다는 어별교 … 이렇게 한 나라를 세운 초대 왕의 이야기는 믿기 어려운 여러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은 아마도 북쪽 벌판을 달리던 유목 민족의 한 후예였을 터다.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사냥하는 부족, 그들이 세운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규보는 자신이 이렇게 글로 남기는 것이 ‘우리 나라가 본디 성인이 이룩한 나라임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다.’(동명왕의 노래. 보리. 23p.)라고 말한다. 고려말 흔들리는 나라에서 고려의 뿌리와도 같은 고구려의 이야기를 쓴 저자는 임금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끝맺는다.
 |
|
|
| |
내 성질이 본디 소박하여
신기한 이야기 좋아하지 않아
처음에 동명왕의 사적을 보고
황당하고 괴이한 일이라 하였노라.
그 다음 천천히 살펴보니
그 변화란 헤아릴 수 없구나.
역사에 기록된 바른 필치라
글자 한 자인들 헛될 수 있으랴.
신성하고 또 신성하도다.
만세에 길이 법이 되리라.
생각하면 나라를 처음 세우신
임금이 성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
예부터 제왕이 일어날 때는
상서로운 징조 이렇게 많았지만
그 다음 자손들이 게으르고 거칠어
조상의 업적을 잇지 못하나니
옛 법을 잘 지키는 임금은
어려움을 겪을 수록 스스로 경계하도다.
임금은 언제나 너그럽고 어질어
예절과 의리로 백성을 다스리며
이 법 자자손손 전하여
천만년토록 나라를 편히 하리
- 동명왕의 노래. 보리. 40~42pp.
|
|
| |
|
 |
+ 071102 제목변경.
+ Http://ZZiRAC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