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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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클라이브 바커는 굳이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도 영화 쪽으로는 <헬레이저>, <캔디맨>,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등과 PC게임 <언다잉>, <제리코> 등으로 극강의 공포를 체험하게 해 주며 이미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되었다. 『피의 책』은 원래 6권으로 나온 단편집에서 추려낸 단편 9편을 모은 것으로 각 단편들마다 기괴함과 공포와 환상, 때로는 유머러스함도 보여주고 있다.

「피의 책」_ 표제작으로 딱 어울릴 만한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몸에 새겨진 죽은 자들의 피의 기록, 피의 역사이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_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직접적인 극한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 그 내면에 숨겨진 역사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야터링과 잭」_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유머러스한 작품이다. 단편을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으로 잭을 타락시켜야 하는 임무를 가진 하급악마 야터링과 그에 대항하는 잭의 코믹한 대결이 즐거운 작품이다. 어리숙한 악마를 요리하는 무미건조한 인간 잭의 활약. 인간 잭의 노예가 된 하급악마 야터링. 그리고 ‘케 세라 세라’
「피그 블러드 블루스」_ 제물이 된 인간, 숭배의 대상인 거대한 돼지. 공포의 대상과 인간제물 이야기는 공포물의 고전적인 이야기 구성이다.
「섹스, 죽음 그리고 별빛」_ 예술을 사랑하는 망자들의 극단 이야기.
「언덕에, 두 도시에」_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조금 더 다듬어서 치밀한 구성으로 양을 늘렸으면 어떨까. 인간을 쌓아 올려 만든 거대한 두 도시의 오래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참혹한 모습과 움직이는 것을 묘사한 것만으로도 오싹해진다. 결말이 충분히 공감이 갔던 단편이다.
「드레드」_ 인간에 의한 인간들만의 공포. 인간의 마음은 타락하기 쉽고 인성이 무너진 인간은 끔찍하게 변화한다.
「로헤드 렉스」_ 거대 괴물에 그에 대항하는 인간들의 이야기.
「스케이프 고트」_ 공포물의 클래식한 설정. 외부와 단절된 망자들과 비밀이 가득한 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참혹한 극한의 공포만을 원했다면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는 단편집이다. 몇 단편을 제외하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희미하고 다채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브 바커를 읽는 다면 잔혹함만이 공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피의 책』이 베스트 작품집이라는 것이다. 원래 6권으로 이루어진 책 중 3권까지의 작품을 골라낸 것이고 나머지 3권의 베스트 작품이 나온다고 하지만 가능하면 원 책 그대로 완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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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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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윌리엄 월키 콜린스라는 이름은 『월장석』 때문에 낯설지 않을 것이다. 추리소설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한 『월장석』에서 사용되었던 여러 기법들이 『흰옷을 입은 여인』에서 충분히 시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이야기의 서술 방식이다. 작가의 개입 없이 등장인물들의 시선만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한 사람이 시점이 아닌 사건에 관계된 중요한 인물-심지어 적대적인 사람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부터 저택관리인 같은 제한적인 사실만을 알고 있는 사람까지 등장시켜 저마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작가 자신의 말처럼 사건의 진행과정과 숨겨져 있는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의 소설에서는 이러한 입체적인 시점을 보여주는 것이 익숙한 방식이긴 하지만 이 작품이 빅토리아 시대인 1860년에 쓰여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시도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고 세련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을 보면 이 작품이 왜 고전의 반열에 들게 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가난하지만 착한 월터 하트라이트는 그의 이탈리아 친구인 페스카 교수의 도움으로 리머리지 가의 두 아가씨의 그림 선생님으로 초대를 받는다. 런던을 떠나기 전날 밤 집으로 가는 길에 ‘흰옷을 입은 여인’을 만나 그녀를 도와주게 된다. 리머리지 가에서 아름다운 로라와 활달하고 지혜로운 마리안을 만나 생활하던 중 월터는 로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로라에게는 이미 약혼한 사람이 있었다. 로라의 행복을 위해 월터는 영국을 떠나게 되고 로라는  결혼 상대인 퍼시벌 경에 대한 의문의 경고 편지를 받지만 결국 결혼을 한다. 하지만 선량해 보이던 남편의 모습은 역시나 거짓이었고 로라와 마리안은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를 ‘흰 옷을 입은 여인’이 계속 맴돈다.

사건의 주체가 되는 인물은 로라와 남편인 퍼시벌 경, 로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월터와 그주위를 맴도는 여인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로라의 언니인 마리안과 퍼시벌 경의 친구인 포스코 백작이다. 뚱뚱하면서도 매력적이지만 사악한 포스코 백작과 그에 대항하는 지혜롭고 용기 있는 마리안의 대결 구도는 서로를 관찰하는 서술 방식 덕분에 더욱 흥미롭다.

고전, 특히 추리소설의 고전이라면 요즈음 읽기에 너무 낡은 것이 아닌가 하는 편견은 이 작품으로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면서 직선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긴 했지만 두툼한 책의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T.S. 엘리어트나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같은 거장들의 평가에 충분히 납득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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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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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첫눈에 반한다고 했던가. 처음 만난 순간 무작정 이끌리는 사랑은 얼마나 가슴 설레고 달콤한 꿈을 안겨주는 로망스로 다가오던지. ‘-던-’이라고 과거형으로 쓴 것은, 지금은 그것의 이면에 치명적인 독도 함께 공존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따질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너는 나의 운명’을 절로 운운할 수밖에 없이 단번에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사랑 이야기는 무모하지만 열정적인 순수함으로 먼저 아름답게 다가온다. 하지만 어떤 아름다움이든 파괴될 여지는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 이언 매큐언은 그 파괴의 지점을 너무나 잘 짚어낸다. 그는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여러 겹 포장된 인간의 심리를 그냥 두고만 보지 않는다. 양파 껍질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듯 빛나는 아름다움 속 어두운 추악함을 들춰내고야 만다.

『이런 사랑』에서 이언 매큐언은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라는 강박증으로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의 허상을 철저히 깨부순다. 특히 상대의 감정에는 아랑곳없이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일 경우. 드 클레랑보 신드롬의 주체는 ‘거의 만난 적이 없거나 아예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는 대상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강렬한 망상적 믿음’을 가진다. 대상이 미혼이든 기혼이든 개의치 않고, 그가 아무리 무관심과 혐오를 보여도 자기 합리화하여 ‘실제로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그 확신에는 결코 흔들림이 없다. 너무나 지독히도 슬프고 끔찍하기 그지없는 착각.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할 수 없는, 변해서는 안 되는 사랑의 정체는 나도, 그도 파괴하는 망상으로 드러난다.

돌풍만 빼면 나쁠 것이 없었던 어느 봄날, 연인인 조와 클라리사의 기분 좋은 피크닉이 망쳐진 순간부터 모든 상황, 모든 심리를 조의 시선으로 빠짐없이 생생하게 묘사해 나간다. 아이를 실은 채 돌풍에 더는 제어되지 않는 헬륨 풍선을 목격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이타심에 모여들어 로프를 끌어당겨 지상으로 헬륨 풍선을 끌어내리지만 자기 목숨이 위태롭다는 경고음이 울리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로프를 놓는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먼저 그랬다는 환각 혹은 변명에 기대어. 그리고 단 한 사람만 로프에 매달려 있다가 죽음으로 추락한다. 봄날과 어울리지 않는 비극적인 사고는 조의 죄의식과 자기 변명 혹은 합리화로 이어지고, 첫눈에 조를 사랑하라는 숙명을 받아들인 제드 패리의 드 클레랑보 신드롬으로 반전된다. 사랑일까? 제드 패리의 강박적이고 맹목적이며 저돌적인 애정은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제드 패리의 망상적인 성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와 그것을 도무지 이해해 주지 않는 클라리사는 정말 사랑했을까? 추락사한 남편의 차에서 여자 스카프가 나왔다는 이유로 외도를 의심한 부인은 정말 남편을 믿고 사랑했을까?

누구나 사랑의 주술에 휩싸일 수 있다. 나는 그이를 사랑해, 머릿속으로 되뇌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 정말로 내가 그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복받친다. 그것이 진실임을 믿고 싶어지고, 그런 마음으로 믿어버리게 된다. 헛된 사랑의 망상에서 깨어나는 일은, 그동안 공들인 내 사랑이 헛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실로 아프다. 더는 그 사랑을 이어나갈 수 없는 불가피한 궁지에 몰리기 전까지는 단꿈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문득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무서워진다. 내 사랑은 ‘사랑’이겠지?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만큼 그도 나를 사랑한다는, 이토록 확고한 믿음은 나만의 착각은 아니겠지? 결코 자기최면은 아닐 거야……라고, 또 나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언 매큐언은 단순히 사랑의 측면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드 클레랑보 신드롬을 중심으로 종교와 과학, 이성과 광기, 사랑의 실체를 투과하여 끊임없이 변주하며 인간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부각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넓어서 한 호흡, 한 흐름으로 꿰뚫어 정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어느 측면에서 시작하든 독자의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자칫 중언부언 늘어나기 마련이다. 내가 이언 매큐언에게 감탄을 금치 못하는, 그를 진정한 작가로, 최고의 소설가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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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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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을 내세운다는 것은 작가가 큰 위험부담을 가진다. 자칫하면 그 능력을 묘사하는데 치우치면 이야기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현실과 괴리감 깊은 내용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읽는 독자도 피곤하긴 매 한가지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딘 쿤츠의 <살인예언자>는 절묘하다. 주인공 오드 토머스는 무려 영혼, 유령을 보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런데도 그의 능력과 주변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지루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게 잘 버무려져 있다. 

영혼을 보는 오드 토머스는 자신의 특수한 능력을 주위의 몇몇 친한 친구들에게만 알리고 즉석요리사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다. 오드 토머스는 영혼이나 유령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영혼과 대화를 할 수 없으며, 심지어 영혼도 오드 토머스의 자신을 보는 능력에 놀란다. 이처럼 제한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지만 오드 토머스에게는 죽음의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검은 그림자 같은 악령인 바다흐를 볼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식당에 온 손님인 로버트슨의 주위에 바다흐가 몰려드는 것을 본 주인공은 그를 미행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넣을 수 있는 사건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오드 토머스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인 회고록을 썼다. 살아 생전에 출판될 수 없지만 자신의 인생이 스스로 살 가치가 있는 것임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 쓴 자신의 원고. 이렇게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에는 꽤나 솜씨 있는 즉석요리사이며 타이어 판매를 꿈꾸는 주인공과 그의 천사와 같은 여자친구 스토미 르웰린, 그리고 개성적인 등장 인물-망나니 늙은 고양이와 여섯 손가락을 가진 작가 오스왈드-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존재라면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닐까. 항상 죽음과 함께 하는 오드 토머스에게 엘비스는 어두운 그림자를 희석시켜주는 존재인 동시에 친구이며 예언자이기도 하다.

스무 살의 오드 토머스, 어린 그가 짊어지기엔 삶의 무게가 너무 크고 버겁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부담스러웠던 것이 그의 스무 살이라는 나이였다. 적어도 이십 대 후반이나 삼십 대였다면 더욱 공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오드 토머스의 첫번째 이야기이다. 총 3부작으로 이 <살인예언자> -<오드 토머스> 외에도 <포에버 오드>, <브라더 오드>가 예고되어 있는데 토머스 오드의 고난이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서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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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버드 - 그 사람의 1%가 숨겨진 99%의 진심을 폭로한다면
피에르 아술린 지음, 이효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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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집 밖으로 외출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에게 낯선 것 중 하나는 영화다. 이야기 자체를 좋아해서 책도, 드라마도 환장하면서 유독 영화에만 열을 올리지 못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거나 비디오 대여점에 가려고 집 밖에 나설 엄두가 좀처럼 나지 않아서다. 당연히 이 책의 제목 ‘로즈버드’의 기원이 된 유명한 영화 '시민 케인'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피에르 아술린의 진짜 의도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의도가 책 제목 <로즈버드>에 제대로 구현됐든 그렇지 않든.

"한 사람의 본질을 폭로하면서 그간의 편견과 인식을 배반하는", 놀랍기 그지없는 가장 중요한 진실을 담고 있으면서도 너무나도 사소한 것, 그것이 영화 '시민 케인'에서도 피에르 아술린의 이 책에서도 바로 '로즈버드'로 통한다. 누구나 발견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는 '활짝 핀 장미'가 아니라, 아무나 알아보지 못하지만 곧 활짝 피어날 '장미 꽃봉오리'처럼. 한 사람을 이루는 수많은 것들 중 가장 눈에 띄지 않지만 끈질기게 빛을 잃지 않고 그 사람을 감싸는 단 하나.

피에르 아술린은 책에서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한때 영국 왕세자빈이었던 다이내나 스펜서, 프랑스 레지스탕스 장 물랭, 20세기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 유대인이지만 평생 독일어로 시를 지은 파울 첼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프랑스 화가 피에르 보나르까지 그들의 로즈버드를 발견하여 화려하게 조명받는 외면에 가려진 이면의 진실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피에르 아술린이 독자들에게 내미는 '로즈버드'가 그의 의도대로 얼마나 '로즈버드'로 받아들여질지는 사실 의문스럽다. 그는 문학적이고 상징적이고 은유적이고 다분히 주관적인 태도로 자신이 선택한 인물들을 부각시킨다. 간혹 자신이 그 인물들보다 더 돌출되기도 하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어떤 평전 혹은 전기보다 독특하고 생생하다. 무엇보다 파울 첼란의 로즈버드는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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