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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00쇄 기념 한정판)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시공사가 발행하는 계간「문학인」과 한국문예창작학회 공동 조사
<20세기 한국문학사 10대 사건 및 100대 소설>
최고의 문제작-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얼마만에 읽는 국내소설인지 모르겠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호밀밭의 파수꾼,트레인스포팅과 더불어
내 인생의 책 한권이 또 생겼다.
각각이 단편소설이면서 연작소설인 난장이...를 읽으면서
나는 충격과 충격에 휩싸였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더불어 이 한편의 슬픈 우화를 읽고
독후감을 줄줄줄 써내려갈 수 없다는 사실이 날 실망케 했다.
미학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 이상 미학적으로 다가온 소설은 내게 아직 없다.
한 문학 평론가의 말마따나
과거와 현재의 중첩,
환상적 분위기의 조성,
시점의 빈번한 이동 등..
정말이지 혀를 내둘렀다.
문장은 보통 단문들이고
어순이 뒤바뀐 경우도 있다.
접속사도 잘 찾아보기 힘들다.
쉽게 말해 번역체 문장이다.
어떤때는 한 문단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고
시점이 이동한다.
같은 문장이 자주 반복된다.
소설의 처음과 끝을 채워넣는 솜씨도..
문장은 거리를 유지하고 가라앉는데
그걸 읽는 사람은 이입되고 흔들린다.
내가 특히 놀라고 감탄한 부분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만나서
회의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부분은 소설의 다른 부분처럼
대화를 처리한 것이 아니라 마치 대본처럼
사용자1,2,3..근로자1..이렇게 처리했다.
(근로자1은 이미 '영이'라는 걸 독자는 알고 있다)
이들의 말은 큰 따옴표 안에 있다.
조세희는 회의를 진행하는 그들의 대화 중간중간에
과거에 있었던 아무의 대화를 끼워넣는다.
이들의 말은 따옴표가 없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이 큰 따옴표의 유무뿐이며 대화는 이어진다.
옷핀으로 근로자들을 못자게 하며 일을 시키는 것을
문제 삼는 장면에는 영희와 어머니가 옷핀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회의록에 넣지 못할 대화를 한 것을 빼라고 하는 말에 이어서
아이들이 난장이의 아들들은 빼라는...놀림을 받고,
이어 분개하는 대화들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 소설은
차라리 한편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