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까지 하루에 집회 두 번 참가한 게 한두 번이겠습니까만, 오후에는 파병반대 집회에 가서 대통령을 성토하고 저녁때는 그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밝히다니,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참 별짓을 다해보기도 했습니다.

 

2.

날아가는 명패를 보며 나는 1989년 1월 1일 국회 본회의장의 허공을 가로지른 또 다른 명패가 생각났다. 초선 의원 노무현이 던진 것이었다. 3당 야합으로 가는 길목에서 5공 청산은 유야무야되었고 백담사에서 하산한 전두환은 여유있게 발언을 마치고 의사당을 빠져나갔다. 그 빈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던 노무현이 명패를 날렸다. 지금의 노무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나는 솔직히 그때 노무현에게 반했다. 그가 명패라도 집어던지지 않았더라면, 내가 텔레비젼을 집어던졌을지도 모를 그런 기분이었다.

 

3.

논쟁판에는 이미 머리에 쥐가 난 사람들과 곧 나려는 사람들 두 부류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4.

미군을 상대하는 기지촌 여성들에게는 청와대 비서관 등 고위관리들이 나와 안보역군으로 치켜세웠고,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기생관광'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외화벌이 전선에 나선 산업전사가 됐다.

 

5.

일부러 집정관 총재라는 타이틀로 공문을 보내는 대통령 이승만에게 상해 임시정부의 총리 이동휘는 제발 헌법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 이승만의 답변은 참으로 걸작이었다. 헌법을 지키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아직 헌법을 읽어보지 않았노라고... 원래부터 이승만을 탐탐히 여기지 않았던 괄괄한 성격의 이동휘는 바다 건너에서 그런 소리를 해대는 이승만을 보고 "대가리가 썩었다"고 펄펄뛰었다. 이승만을 통합 임정의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당대의 인격자 안창호조차 이승만을 가리켜 '정신병자'라며 진저리를 쳤다.

 

6.

최 교수의 부인은 <워싱턴 포스트>기자가 집에까지 찾아와서 큰소리로 당신의 남편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타살된 것이 아니냐며 물었을 때, 중앙정보부 직원들이 바로 옆에 지켜 서서 감시하는 가운데, 그저 돌아가달라는 말 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7.

여호와의 증인들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일제 강점기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나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똑같은 행동을 했을 뿐이다. 똑같은 행동을 했는데 일제 강점기에 한 행동은 독립운동으로 찬양받고, 군사독재 시절에 한 행동은 반국가사범으로 처벌받는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