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쪽 극단에 서는 것보다 더 말끔한 논리는 없습니다.

..(중략)..

극단에 선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극단에 서 있는 사람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은 언제나 옳고, 남은 언제나 틀리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에 두려울 일이 없습니다.

 

2.

사람은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 사건을 이해하고,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상황을 재구성하고 나면 나중에는 자신이 재구성한 '이야기'를 믿게 되어 있습니다.

..(중략)..

그분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는 진실'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비록 자기가 꾸며낸 진실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자기 거짓말을 자기가 믿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3.

이상해 보이지 않는 행동에 대해서 관용하는 것은 이미 관용이 아니지요.

 

4.

예를 들어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가 출판되었다고 칩시다. 기독교인인 저는 그 작품에 대해 청소년의 영혼을 좀먹는 쓰레기 같은 책이라며 구입 거부 운동을 벌일 수 있습니다.

..(중략)..

그러나 국가 공권력이 [즐거운 사라]의 저자 마광수를 붙잡아 가려고 할 때에는, 마광수와 어깨를 걸고 함께 싸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저의 책이 청소년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명분으로 판매금지되고 제가 붙잡혀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는 반드시 필요한 태도입니다.

 

5.

우리 법원은 자백한 사람은 '충분히 반성한 사람'으로,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아직도 정신 못차린 사람'으로 단정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자백과 반성의 정도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근거없는 선입견입니다. 순전히 관대한 처벌을 받겠다는 계산으로 자백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억울한 마음 때문에 끝까지 자백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조사받을 때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기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속한 문제입니다. 진술 거부권의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가 인간에게 기대할 수 없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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