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이 아는 정보를 이용해 당신에게 손해를 입힌다고 생각하는가? 불행히도, 당신 생각이 옳다. 전문가들은 그들이 아는 정보를 당신이 모른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는 족속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설혹 당신이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 너무나 혼란스러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허둥댈 거라고 가정하며, 당신이 자신들의 전문성에 감탄한 나머지 감히 저항하거나 대들지 못하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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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로 무장한 전문가들은 어마어마한 무언의 지레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바로 공포심이다. 혈관형성술을 받지 않으면 어느날 아침 당신의 자녀가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어있는 당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싸구려 관을 쓰면 할머니가 저 아래서 편히 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5만 달러까지 자동차라면 그 어떤 외부 압력에도 끄떡없는 강철보호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감싸 지켜주겠지만 2만 5000달러짜리 자동차는 장난감처럼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는 공포 말이다.
2.
성별을 불문하고 사이트 사용자들의 키는 전국 평균보다 약 3센티미터가 더 컸다. 몸무게의 경우, 남성은 전국 평균과 비슷했으나 여성이 기재한 수치는 전국 평균보다 약 10킬로그램이나 적었다.
가장 인상적인 사실은 거의 70%에 달하는 여성이 '평균 이상의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이 중 24%가 자신을 '아주 아름다운'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남성들 역시 지나치게 외모가 훌륭했다. 67%의 남성이 자신을 '아주 잘생긴'으로 분류했고, 약 30%가 '평범한' 외모를 지녔으며, '평균 이하의 외모'를 지녔다고 말한 남성은 겨우 1%에 지나지 않았다. 즉 온라인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은 다들 끝내주는 미남미녀이거나, 자아도취에 빠져있거나, 아니면 '평균'의 의미에 반항하는 사람들임이 틀림없다.(어쩌면 그들은 진정한 현실주의자일지도 모른다. 부동산 중개업자라면 이해하겠지만, 평범한 집은 '매혹적'이거나 '환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런 말을 붙이지 않으면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사이트에 가입한 여성들 가운데 28%가 금발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따라서 이들은 염색을 했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혹은 둘 다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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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온라인 데이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요소는 남성과 여성에 관한 대부분의 고정관념에 딱 들어맞는다.
예를 들어, 단기간 애인을 찾는 남성보다는 지속적인 관계를 원하는 남성쪽이 훨씬 인기가 좋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에는 단기간 애인을 원하는 쪽이 더 많은 데이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남성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의 외모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남성의 소득 수준이 가장 중요하다. 남성은 부유할수록 이메일의 수가 늘어나지만, 여성의 경우 소득수준에 따른 선호도는 종 모양의 곡선을 그린다. 남성은 너무 가난한 여성과 데이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나, 지나치게 부유한 여성 역시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남성은 학생, 예술가, 음악가, 수의사, 연예인을 선호한다.(반면에 비서,무직, 혹은 법률이나 군 분야의 여성들은 기피한다.) 여성은 군인, 경찰관, 소방관(이는 폴 펠드먼의 베이글 사업과 마찬가지로 9.11 사태의 영향일 수 있다), 변호사, 재정 및 금융 곤계자에게 끌리며, 육체 노동자, 배우, 학생, 요식업과 접재업에 종사하는 남성들을 피한다. 남성에게 키가 작다는 것은 아주 불리한 조건이지만(그래서 그토록 많은 남성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 게다) 몸무게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에 여성에게 비만이나 과체중은 치명적이다(그래서 다들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의 붉은 머리나 곱슬머리는 점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며, 대머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삭발은 괜찮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여성은 선호도가 낮지만 금발은 아주 좋다. 온라인 데이트의 세계에서 금발머리는 대학 졸업장과도 같은 지위를 갖는다. 10만 달러의 등록금과 맞먹는 100달러의 역색비용이라니, 정말 싸게 먹히는 일이 아닌가.
데이트 사이트는 소득과 교육 수준, 그리고 외모에 관한 모든 정보는 물론, 자신의 인종도 표시할 수 있게 되어있다. 또한 자신이 데이트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인종란도 채울 수 있는데, 택지는 '나와 동일한' 혹은 '상관없음'이다. 이들은 '위키스트 링크'의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과시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후에 데이트를 하고 싶은 상대에게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 그들의 실제 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
사이트에 가입한 절반 정도의 백인 여성과 80%의 백인 남성이 피부색은 상관없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반응 데이터는 그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부색이 상관없다고 대답한 백인 남성들의 90%가 백인 여성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인종의 차이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기재한 백인 여성들의 97%가 백인 남성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정말로 이 백인 여성과 남성들에게 피부색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단순히 백인이 아닌 사람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었던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저 비난받고 싶지 않기에 인종은 상관없다고 대답한 건 아닐까? 특히 자신과 같은 피부색을 지닌 미래의 데이트 상대에게 개방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