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이비드 바사미언(이하 A):

내 경험에 따르면 포스트모더니즘을 표방한 글들은 뜻을 파악하기 어려운 낱말들로 가득해서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노암 촘스키(이하 B):

나도 그렇습니다. 일종의 직업병인 듯하고, 참여에서의 회피처럼 읽혀졌습니다.

 

 

2.

A:

내가 선생님과 인터뷰를 한다니까 선생님에게 선생님의 글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꼭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주 진지한 학술잡지인 [이론]에 실린 리처드 올린의 논문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이 논문에서 올린은 "[세계질서 과거와 오늘]은 이미 확인된 사실을 거듭 주장하고 인용구절로 가득한 넋두리"라고 평가절하하며, 선생님을 이데올로기의 포로라고 혹평했습니다. 게다가 선생님의 관점은 극우의 관점과 일치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구태의연한 원한으로 가득찬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B:

당신에게 올린의 평가가 설득력 있는 비판처럼 들린다면 무슨 변명을 하겠습니까?..(중략)..올린이 나를 비난한 이유는 별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언제나 미국을 '전체주의 국가' 혹은 '파시스트'라고 매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론]에 올린의 글이 게재된 시기에 우연히도 그리스와 런던에서 나와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두 곳 모두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해외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였습니다. "왜 당신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라고 말하는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결국 내 글에서 그런 부분을 읽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올린은 내가 미국을 전체주의국가이고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는 부분만을 읽었던 모양입니다.

또 올린은 내가 오웰리즘을 사용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아마 [동물농장]의 서문에 해당되지만 발표되지 않는 오웰의 글에서 몇 구절을 인용했다고 그렇게 말한 듯 합니다. 하기는 오웰이, 필시 영국을 가리켰지만 아주 자유로운 사회에서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반골적인 생각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는다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부자들이 언론을 소유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입니다. 부자들은 그들에게 불리한 사상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옥스퍼드나 캠브리지를 다녀도 "말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는 이상한 예법을 배웁니다. 그런 예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습니다.

 

A:

하지만 확인된 사실을 거듭 주장하고 인용구절로 가득한 책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중략)..

 

B:

나만 그렇게 비난받는 것은 아닙니다.좌파에 속한 평론가라면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이 숙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단어마다 주석을 붙이지 않거나, 그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한다고 욕을 먹을 것입니다. 반대로 모든 단어마다 주석을 붙이면 쓸데없이 현학적인 체 한다고 비난받을 것입니다. 오웰이 지적한대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회에서도 권력자들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3.

B:

과점구조를 유지하려면,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평등합니다.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점에서 모두가 평등합니다. 소극적이고 무관심하며 순종적인 소비자가 되어야 하고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평등합니다. 물론 최상층 사람들은 더 많은 권리를 갖습니다. 하지만 그들끼리는 평등합니다...

 

4.

B:

듀이는 "그림자가 약해진다고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림자가 약해지면 본질을 약화시킬 수 잇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앞에서 언급했던 브라질 농민들의 슬로건, 즉 "새장의 바닥을 넓히자"라는 슬로건을 생각해보십시오. 궁극적으로는 새장을 깨뜨려야하겠지만, 새장의 바닥을 넓히는 것은 궁극적인 목적을 향한 첫 걸음일 수 있습니다.

 

5.

B:

나는 좌익과 우익, 이런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좌익에는 레닌주의자도 포함되지만, 내 생각에 레닌주의자는 많은 점에서 극우에 가깝습니다. 레닌주의자들은 정치권력에 욕심을 냈습니다. 어느 집단보다 정치권력을 탐했습니다...(중략)..

좌익과 우익, 이런 전통적인 정치 용어는 이미 의미를 대부분 상실한 상태입니다. 너무나 왜곡되어 차라리 그런 용어 자체를 폐기하는 편이 더 나을 듯 싶습니다.

1980년대부터 아주 중요한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평화의 증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들은 편한 삶을 버리고 제 3세계의 마을에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하얀 피부가 그들의 고국이 획책한 국가 테러에서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 주변 사람들을 보호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전에는 이런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좌익일까요, 우익일까요? 정의,자유,결속,연민 등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는 그들의 꿈은 전통적인 좌익의 이상과 완전히 들어맞습니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보수적인 기독교 공동체 출신입니다. 나는 그들을 정치 스펫트럼에서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그저 인간답게 행동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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