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늘 하나하나의 문장에 고민하고 고심하며 애를 쓰는 타입이어서, 컨디션이 아주 좋은 날에도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엉금엉금 기어가듯, 조금씩조금씩밖에 써나가지 못했다. 내 경우에는 아주 하찮은 단어가 거대한 침묵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단어를 종잇장 위에 옮긴 뒤에도 마치 신기루, 모래 위에서 반짝이는 의심스러운 우령처럼 거기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내게는 절대로 삭스가 그러는 것처럼 적절한 표현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차단되어 감정과 언어 사이의 무인 지대에 갇혀 있었고, 내 생각을 표현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여간해서 혼란스러운 웅얼거림 외에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삭스는 그런 어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에게는 말과 사물이 조화된 반면, 내게는 그것들이 끊임없이 분리되어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조각들을 주워 모아 하나로 이어 붙이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지만 삭스는 단 한번도 그런 식으로 혹시 자기가 잘못된 조각들을 이어 붙이지나 않았을까 해서 쓰레기통을 다시 뒤지며 꾸물거리는 법이 없었다.
2.
"그랜트는 내가 미쳤을때 내 옆에 서 있었다.
나는 그가 술에 취했을 때 그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언제나 나란히 서 있다."
3.
지나치게 예민한 양심, 즉 자신의 욕망에 직면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기질이 한 선량한 남자를 이상하게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그 자신의 선과 타협하도록 이끈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재난의 핵심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결점은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문제가 되면 아주 사소한 행위에서까지도 완벽하고 거의 초인적인 엄격함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자신의 인격적 결함에 대한 참담하기 그지 없는 자각이었다.
4.
결국 숨을 멈출수 있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거니까, 조만간 숨을 쉬기 시작해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이니까-비록 공기가 오염되어 그것을 들이마시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