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오월 무렵,동산이 우거지고 과일이 열리기 시작하며
온갖 새들이 지저귈 때 연녹색 파초잎을 따서 곁으로 난
가느다란 줄기 사이사이에 미불의 '아집도서첩'을 모방하여
왕유의 '망천절구'를 써놓으면 글 배우는 동자가 갖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선뜻 내주면서
동자에게 호랑나비를 한마리 잡아오도록 한다.
그러고는 그 머리와 수염,눈,날개에 아롱이는 금빛과 푸른 빛을
세밀히 살펴본 다음
미풍이 살랑대는 꽃밭 사이로
날려 보낼 것이다.
-이덕무 [선귤당농소]
2.
어린애가 거울을 살펴보며 빙그레 웃는 것은
분명 그 뒤쪽까지 훤히 트인 줄 알고 그러는 것이리라.
그러나 막상 아이가 급히 가서 거울의 뒤쪽을 보면
거울의 등이 검을 뿐인데도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지
어째서 밝고 어째서 어두운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그 구애되지 않음이 묘하니 스승으로 삼을 만하다.
-이덕무 [선귤당농소]
3.
망령된 사람과 함께 논쟁하느니 차라리 얼음물 한그릇 마시는 것이 낫다.
-이덕무 [선귤당농소]
4.
사자는 코끼리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 쏟고
토끼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 쏟는다.
-김정희 [아이들의 시권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