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구는 4원소, 즉 불,공기,물,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원소들은 다시금 네 가지의 주요 속성들인 온냉습건으로 재조합되어있다.
즉 불은 따뜻하고 건조하며,
공기는 따뜻하고 습하며,
물은 습하고 차가우며,
흙은 차갑고 건조하다.

사람은 네 가지체액에 상응하는 요소들,
즉 노란 담즙,검은 담즙,피 그리고 점액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이 조화롭게 배합된 사람은 조화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어느 하나가 과도하면 거기에 해당하는 성격이 두드러진다.

노란 담즙이 많으면 다혈질이 되어 성급하고
검은 담즙이 많으면 염세주의자가 되어 우울하며,
피가 많으면 낙천가가 되어 명랑하지만
점액이 많으면 점액질이 되어 굼뜨고 느리다.

셰익스피어시대의 희곡은 이런 유형학에 따라 쓰여졌다.
예컨데 햄릿은 전형적인 염세주의자이며,리어왕은 확고한 다혈질이다.

-'중세의 우주론'에서..


2.
...(중략)..모순에 기초를 두고 있었으므로 타협하는 법을 배웠다.


3.
너희는 모든 과일을 먹어도 되지만 '선악을 인식하게 하는 나무'라는
팻말이 붙은 나무의 과일은 먹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신다. 왜냐하면
그것은 악하며 치명적인 결말을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브는 이 말에서 모순을 감지한다. 즉 선과악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악하다면, 이 말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
그래서 이브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패러독스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뱀을 만나 조언을 구한다. 뱀은 그 말을 이데올로기 비판적으로 설명한다.
즉 금지 명령은 반민주주의적이다.
그리고 죽음의 협박은 지배자의 지식만을 보호할 뿐이다. 그러니까 이브는
아무 부담 없이 선악과를 먹을 수 있고 그러면 그녀는 신처럼 될 것이며
선악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도처에서 불순한 모티브를 찾아내는 프로이트..

(중략)

그는 [파우스트]의 메피스토처럼 말한다.
"욥이 정직하며 하느님을 경외하지만 그것은 가진 것이 많아서 그런 겁니다"
그러자 신은 [파우스트]에서처럼 시험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욥의 자녀들 모두를 살해하고 소유물을 폐물로 만들며 질병으로 그를 괴롭힌다.
욥은 우연의 장난을 한탄하며 신에게 자신이 고통받는 이유를 해명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친구들이 신을 비난하는 것은 종교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욥은 마침내 주님으로부터 이중적 의미의 칭찬(즉 악의 시험을 이긴 것, 악은 선을
이루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임을 입증한 것-옮긴이)을 받는다. 욥이 공의(公義)로운
신 관념을 고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런 시험이 행해진 것인가?

신이 공의로운 존재로 머물기 위해서, 그런 시험을 위해 사탄을 개입시켜야 하는가?
어찌 되었든 간에 욥에 대한 시험은 이 세상의 모든 해악도 신의 공의를 정당화한다는
결론을 도출시킨다.

(중략)

한동안 공동생활을 하고 난 뒤에 예수는 이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나를 무엇이라고 말하더냐? 그들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더냐?"
제자들이 대답했다.
"그야 물론 여러가지로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선생님을 선지자 예레미야 또는
에리야라고 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선생님을 요한과 혼동하기도 합니다"
"세례자?" 예수가 물었다.
"맞습니다" 제자들이 대답했다.
"그러면 너희들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들은 한동안 우물쭈물했다. 마침내 베드로가 말했다.
"선생님은 메시아이시며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이 자리에서 예수는 교황청에서 근거를 두는 유명한 말을 했다.
"너는 베드로(그리스어로 반석을 뜻한다)라. 이 반석 위에 내가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제자들은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나 예수는 진심에서 한 말이었다.(Shaw는 베드로의 말이 예수가 처음으로
메시아라는 생각을 품게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그때부터 예수는 자신을 메시아로 표현했다.
이로써 일이 심각해졌다.

(중략)

그때부터 포도주는 그의 피며 빵은 그의 몸이 되었다. 예수는 이집트 탈출에 대한 기억을
자신의 희생에 대한 기억으로 바꾼 것이다.
이 만찬은 기독교의 중심적인 의식이 되었다. 만찬 때 포도주와 빵이 정말로
몸과 피로 변하는지, 아니면 단지 상징일 뿐인지에 대해서 교파가 갈라졌고 많은 종파가
생겨났다.

(중략)

곧이어 얼마 되지 않아, 정확히 말하자면 오순절에 하늘에서 작은 불꽃들이 제자들의
머리 위로 내려왔다. 성령이 놀랍게도 그들에게 외국어 능력을 주어서 이제는 제자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외국인들에게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성령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를 위해서는 거대한 진보였다. 즉 기독교는 유대인들의 구역을 극복했으며
기독교적 국제주의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제 '한 나라의 기독교' 대신에 새로 나온
모토는 "모든 나라의 기독교인들이여 단결하라!"였다.

 

 


4.
물론 아버지 살해 이야기는 서구의 합리주의적 무신론과 연관이 있다.
이 점은 이반이 생각해 낸 우화,그리스도가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16세기의 스페인에 등장한다는 대심판관 전설에 표현되어있다.

이 우화에 따르면 대심판관은
즉시 그리스도를 체포하여 죄를 물었는데,그 죄는 자유를 구하기 위해
유혹자 사탄의 선물인 빵과 기적,
권위주의적 명령을 그리스도가 거부한 죄다.
이 거부로 인해서 모든 인류의 고통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심판관은 적그리스도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사탄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리스도는 인간들을 이미 여기 지상에서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리스도는 묵묵히 대심판관에게 입을 맞추고는 떠난다.

이 신화에서는 다가오는 한 세기의
이데올로기 발전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니체가 신의 죽음을 공언하고 20세기의 독재자들이 대심판관의
계획을 받아들인 이후에 분명히 드러났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서..


5.
무엇보다도 그건 끝이 없어
광기에 몰두하는 것은 그를 계속 광기에 집착하게 하지
그건 끝없는 고통이고 지옥이야!
자네들은 도대체 정신분열증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
그건 자네들과 세상 사이에 유리벽이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해
그럼 자네들은 세상과의 접촉을,자네들의 일부이지만
자네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인들에게 맡겨버리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보조자인 경멸적인
정치적 기회주의자에게 맡겨버리고 말지.
하지만 자네들은 점점 더 깊이 자신의 내면으로 물러나는데,
그곳에선 자네들과 유일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는 존재나
자네들의 유일한 사회는 단지 자신들이란 말일세.
그건 완전한 고독이자,삶에서 벗어난 죽음이야.

자네들의 바깥에선 자네들의 자아가 아우성치는 것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도 듣지만,
그 모든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그들은 모두 기계적인 인형일
뿐이야. 그것들이 지껄여대는 것은 때론 물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때론 중얼거리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

자네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는 물론,
자신의 삶과의 접촉도 상실한거야.
아니, 자네들은 그런 접촉을 결코 갖지 못했어.
자네들은 스스로를 전혀 가치가 없다고 느껴
존재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아.
사실 자네들은 존재의 권리를 가지지도 못햇어.
만약 자네들이 현실에 대한 권리를 제기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자네들을 물화(物化) 했거나 죽였을 거야
그래서 자네들이 선수를 쳤지.
모방과 은폐를 통해 자네들은 스스로를 물화시켰던 거야.
자네들은 자신들을 보이지 않게 하고,가면을 씌우고 주변과
융합하여 익명으로 살아가며 자신이 죽었다고 알리지.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독살의 눈길이 두려워 자네들은 환상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생명력을 빼앗았지.
그래서 타인들의 개성을 박탈시켜 로봇으로 만들거나
사물로 만드는 거야.

하지만 자네들의 존재는 타인들이 봐주는데 달려있어.
누군가의 시선에 존재하지 않고는 자네들의 생명력은 꺼져버리니까
또한 타인들의 시선이 자네들을 죽이려고 하기 때문에
자네들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바로 자의식이야.
자네들은 항상스스로를 관찰하지. 이런 자기 관찰은 모든
자발성을 죽여버리고 말아. 결국 자네들 자신도 죽여버리고 말거야.
자네들은 굳어지고 화석화되어 스스로가 무덤이 되는거야.

-'연극' '고도박사 또는 여섯인물이 18번째 낙타를 찾는다'에서 베케트의 대사.


6.
교양은 유연하게 훈련된 정신의 상태이며
모든 것을 한번 알았다가 다시 잊었을 때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어저께 무엇을 먹었는지 잊어버리듯이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를 곧 잊어버린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이 정신과 내 육체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리히덴베르크)

-'교양인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사용하는 규칙들' 중 교양이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답변 중..


7.
..
반면에 박물관에서는 이 방법이 안통한다.
예술에는 덜 중요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똑같은 중요성을 갖는다.
따라서 우선순위가 없다. 모든 것이 대번에 보이게 된다.
동공이 확장되고 미술품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우리는 눈의 초점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며
이리하여 현기증이 나기 시작한다.
어디 앉을 곳 없나 찾게되지만 온통 미술품 뿐이다.
의자들이 머릿속에서 어른 어른 할 뿐이다.
렘브란트의 '야경'이 시야에서 가물거리다가 어슴프레 사라져간다.
머릿속에는 커피숍의 의자 생각 뿐이다.
그러다가 넋나간 사람처럼 옆의 친구에게 말하게 된다.
"우리 커피나 한잔 하러 갈까?"
그러면 그 친구는
"벌써? 들어온 지 6분밖에 안됐잖아"
라고 대답한다.

...(중략)..

현대적인 화랑에서
폐품더미라든가 비계기름을 문질러놓은 낙서앞에서
넋나간 듯이 경건하게 서 있는 사람은
전통예술 관람의 태도를 현대예술 관람에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의미심장한 표정은 그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부 '능력' 편 중 '예술'에서..


8.
언어가 제한된 사람은 사회적 불구자다.

-2부 '능력'편 중 '언어의 집'에서..


9.
반면에 언어를 비방하고 진정한 경험과 표현될 수 없는
내면성을 언어보다 중시하는 사람은 자기가
지배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비웃는 사람이란 혐의를 받게 된다.

-'성철적 지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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