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저는 꼭 죽게 됐는게라.
이렇게 얼굴까지 퉁퉁 부었는기라우.
어젯밤 꿈을 꾸닝게
제가 누런 굵은 베로 지은 제복을 입고
굴건을 쓰고 종로로 돌아 다니는 꿈을 꾸었지라오.
이제 죽을 꿈이 아닝기오?"
하는 그 목소리는 눈물겹도록 부드러웠다.

그 이튿날이라고 생각한다.
또 나와 정이 운동을 하러 나가 있을 때에
전날과 같이 윤은 창으로 내다보며,
"당숙한테서 돈이 왔는디 달걀을 먹을 겡기오?
우유를 먹을 겡기오?
아무걸 먹어도 도무지 내리지를 않는디"
하고 말하였다.

또 며칠 후에는
"오늘 의사의 말이 절더러 집안에
부어서 죽은 사람이 없었느냐고 묻는데요.
선친이 꼭 나 모양으로 부어서 돌아가셨는데"
이런 말을 하고 아주 절망하는 듯이 한숨을 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나서 정에게는 들리지 않기를 원하는 듯이
정이 저쪽 편으로 가는 때를 타서,

"염불을 모시려면 나무아미타불이라고만 하면 되는기오?"
하고 물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합장하고 약간 고개를 숙이고
나무아미타불 하고 한번 불러보였다.
윤은 내가 하는 모양으로 합장을 하다가
정이 앞에 오는 것을 보고 얼른 두 팔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정이 먼 곳으로 간 때를 타서,
"진상!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죽어서 분명히
지옥으로 안가고 극락세계로 가능기오?"
하고 그 가는 눈을 할 수 있는대로 크게 떠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생전에 이렇게 중대한,
이렇게 책임 무거운 질문을 받아 본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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