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12월 6일
오늘은 도서관의 내 자리 곁에
스트라스부르의 부르조아지임에 분명한 노신사가 앉았다.
나는 그가 처음에 대학의 노신사가 아닐까 생각하였으나,
그는 앉자마자 가방에서 '프랑스 스와르'를 꺼내서 표제도 읽지 않고
크로스 워드로 곧장 달려갔다. 그것이 이상하게도 나를 실소케했다.

이 부르조아지의 머리속에는 지금 무엇이 들어있을까?
가로, 세로의 빈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그는 접속사에서부터 천문학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인간의 지식을
단어로 집약시키고 있을 것이다.
단어로 집약시킨다. 그 단어 속에 들어있는 인간의 노력을
완전히 무화시키면서 말이다.
그 부르조아지야말로 모차르트나 바하의 음악을 들으면서
태연히 인간을 학살할 수 있는 개같은 자식들의 후예인 것이다.
나는 그가 사르트르의 '구토'속에서 갑자기 나를 놀라게 하기위해서,
아니 즐겁게 하기 위해서 튀어나온 희극배우같이 느껴졌다.
도서관에 점잖게 앉아,
몇 시간이고 퀴즈풀이에 전념하는 스트라스부르의 부르조아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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