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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평점 :
제목 정말 끝장.
고등학교때 언어영역을 참 좋아했는데 거기 나오는 지문들을 '문제'로 안보고 재밌게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듯.
그 지문들 중에 맘에 드는 글 있으면 옮겨적기도 하고 그 책을 사기도 하고...
지금 읽어도 정말 진보적인 생각들. 맘에 드는 사람. |
아마 고등학교 때라고 생각되는데, 언어영역 문제의 지문으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 나왔다. 물론 전문(全文)이 아닌 부분이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고, 그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그 책 제목을 기억해두고 있다가 서점에 가서 책을 샀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걸 보니 어지간히 기뻤나보다. 그 후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인간과 그 밖의 것들] 등을 읽었고, 그 외의 방법으로 그에 대한 정보들을 흡수하면서 그가 정말 요즘말로 쿨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구사하는 정확한 언어 구사력이나 시니컬하면서도 따스함을 잃지 않은 문체, 행동하는 지성으로서의 모습은 내가 닮고 싶은 것들이다.[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도 느껴지듯, 그가 주장하는 것들은 요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중에 갈라서긴 했지만 한때 그의 제자였던 비트겐슈타인은 스승이 이런 성격의(교양있는 대중을 위해 쓰여진 에세이들) 글을 쓰는 것을 상당히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성격의 글이 좋다. 한참 후에 러셀이 우생학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을 알고 약간 실망했지만, 그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며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두권인데다가 무지하게 두꺼워서 읽어볼 엄두를 못내고 있는 러셀의 자서전 표지에는 이런 말이 써있다. "거짓과 더불어 제 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