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오로 질식할 것만 같았다.

2.
전에 그는 키제에테르의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논법의 일례인
가이우스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어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이우스도 죽어야 하는 것이다.
라는 삼단논법의 예도, 그에게 있어서는
오늘까지 항상 가이우스에 대해서만 정당한 것이었지 자기자신에게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처럼 생각되어 왔던 것이다.
왜냐하면,가이우스는 인간-즉,일반적 추상적 인간-이기 때문에
이 논법은 아주 정당했었지만
그러나 그는 가이우스도 아닐 뿐 아니라 일반적 인간도 아니며,
항상,그야말로 항상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였다.
즉,마마,파파,미짜,블라자,장난감,마부,유모, 그리고 카젠카,
거기다 또 유년,소년,청년시절의 모든 환희,비애,감격
-이런 종류의 것들과 함께 있는 바냐에 틀림이 없었다.

바냐가 가장 좋아하던 무늬있는 가죽공의 그 냄새를,
과연 가이우스따위가 알 수 있을까?
과연 가이우스는 그런 식으로 어머니의 손에 키스를 했을까?
또 가이우스의 귀에도 과연 어머니의 옷 스치는 소리가 그렇게 들렸을까?
과연 그는 법률학교에서 고기만두 때문에 소동을 일으켰을까?
과연 가이우스는 그런식으로 연애를 했을까?
과연 가이우스는 그런식으로 재판을 할 수가 있었을까?

가이우스란 것은 마땅히 죽어야 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죽는다는 것이 온당한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바냐,즉 무수한 감정과 사상을 가진 이반 일리치에게는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 내가 죽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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