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에 대한 선망'에 대해 말하자면, 그런 동경보다도, 저는 오히려 그런 거대한 것의 비극성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거대한 육체가 덧없이 스러지고, 고래가 해체되어가고, 아까 제가 여학생 얘기도 했지만 거대한 육체 안에 깃든 비극성에 저는 더 이끌렸던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생명체가 크다는 것은 굉장히 비극적인 거죠. <원령공주>라는 일본 만화영화에 보면 무시무시하게 큰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그건 매우 아름답지만 그래서 더 비극적이기도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상상력도 실은 매우 좁아지면서 세밀해지고 있는데 전 그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걸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현대사회의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질서 속에서 거대한 정신과 그 아름다움이 스러져가는 데에 대한 애절함, 이 속엔 그런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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