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문명의 철학적 개념과 도덕적 규범을 재고할 수밖에 없는 현기증 나는 어지러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건강한 정신과 광기, 비도덕과 도덕성, 불합리와 합리성, 법과 윤리규범을 구분할 수 없다. 가상공간의 법은 현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가상 세계의 존재 이유는 바로 현실 세계에서 금지된 것을 허락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2.

개인주의는 시민의 손에서 권력을 앗아가 순간적인 욕망의 이기적인 만족만을 권리로 내세우는 소비자 손에 쥐어줄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경제, 정치, 감정적인 선택을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는 권리도 요구할 것이다. 다시 말해 변덕스러운 독재 혹은 무책임한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

 

3.

정보는 본질상 희소성이 없는 자산이다. 자신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위적으로 희귀하게 만들지 않는 이상 정보가 시장에서 유통되기는 힘들다.…(중략)…시장원리의 지배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정보의 희소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 결과 상표와 암호화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들이 없으면 물건에 가격을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4.

앞으로는 ‘광고’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오락, 교육과 한데 뒤섞이고자 할 것이다. 광고가 없는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광고는 모든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을 내보이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를 각인시키려고 할 것이다.

광고의 역할은 우선 사람들로 하여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광고)

 

5.

사람들은 위험의 심각성을 깨달아야만 이러한 기구를 창설하거나 기존의 기구를 강화할 것이다. 바로 그렇게 해서 유럽도 탄생했다. 외계로부터 화성인의 위협이 없는 이상 순진하게 강자의 지혜를 믿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실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강자가 실패했을 경우 일부 사람의 패닉과 또 다른 자들의 반란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국제기구)

 

6.

아직까지 효율적인 면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갈수록 정당성을 잃어 가는 기관이다. 미래에는 세계정부의 모태가 될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는 일부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미래에는 나서지는 않으면서 이익만 챙기고자 하는 강대국의 방패막이로 전락할 것이다. 현재 유엔의 대표성에 의구심을 표명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사실 안전보장이사회는 인류의 절반(머지않아 3분의 2)을 제외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서방이 현재 상임이사 5석 가운데 3 내지 4석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연합)

 

7.

미래에는 시장이 꿈을 조작하거나 새로운 여행, 몽환적 유목, 불면의 방황, 마약 같은 알약 형태의 꿈을 제공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어느 무엇도 이러한 자유가 정신착란으로 귀결되지 않으리라고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 정신의 또렷함이 광기로 이어지는 바로 전단계였던 셰익스피어처럼. (꿈)

 

8.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기 위해 조직은 우선 계층 체계를 줄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늘려야 한다. 어떤 기관은 다른 기관보다 준비가 덜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장이 본질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라고 한다면 민주주의는 계층 체계에 더 가깝다.

민주주의가 더 이상 권한의 위임이 아닐 때, 다른 모든 네트워크에서처럼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지 않고 또 군중의 중심에 서지 않을 때에만 민주주의도 네트워크 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9.

그렇기 때문에 이들 두 생활방식, 미래의 두 계층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년층은 더 이상 자기만의 복지를 위해 소수의 젊은 층에 당장 큰 부담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부담은 한 국가의 생산적 경제를 파괴할 것이다. 부유한 국가에서는 노년층의 특권을 줄이고자 소수의 젊은이가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중략)…세대간 갈등이 지역적이지 않은 곳에서 젊은이는 지나치다고 생각되는 사회 보장비를 부담하느니 차라리 그 나라를 떠나는 쪽을 택할 것이다.

나이가 사회적인 무용성과 더 이상 동일시되지 않는 때가 오면 진정한 변혁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아이들의 교육, 지식과 지혜의 전수에 기여하는 바를 귀중한 자산 또는 젊은이를 위한 혜택으로 간주하게 될 때가 바로 그때다. (노화)

 

10.

새로운 것을 반가운 소식으로 받아들이고 불안한 것을 하나의 가치로 받아들이며 불안정한 것을 안락함으로 받아들이는 것, 혼합을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독특한 연대감을 지닌 새로운 유목민 부족의 창조자인 레고 문명을 끊임없이 쇄신시킬 것이다. (레고 문명)

 

11.

앞으로는 모성의 권리에 애정, 교육, 보살핌, 전수의 의무를 결합해야 할 것이다. 이토록 원해서 가진 아이에 대한 모성은 한결 더 깊고 정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를 낳는 것이 쉬워지고 막연해진다면 아이를 단순한 소비 대상 혹은 금방 싫증을 느끼고 바캉스를 떠나기 전에 동물보호소나 길거리에 버리고 가는 애완동물쯤으로 간주하기 쉬울 것이다. (모성母性)

 

12.

지문도 개인의 신분을 나타내는 고유의 미로다. 뇌는 뉴런으로 이루어진 미로다. (미로)

 

13.

시장은 경제주체 사이에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많은 이의 정치권 행사를 방해할 것이다. 시장은 이타적인 시민을 변덕이 심하고 이기적인 소비자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수가 내린 결정에 더 이상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 결정이 소수 부유층의 세금을 통해 중산층 다수의 복지를 도모하자는 것일 때 더 그러하다. 가장 부유한 계층은 떠나가고 가장 빈곤한 계층은 인내하며 나머지는 오락에서 도피처를 찾으려 할 것이다.

…(중략)…

정당은 민주주의에 끼어들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전체주의는 민주적으로 권력을 잡고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민주주의)

 

14.

인간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영원성 추구에 대한 해답을 더 이상 내놓지 못하는 시점에서 복제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다.

…(중략)…

따라서 부모 없는 아기의 출생이 그다지 심각한 충격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들은 한 인간과 그의 복제 이간이 두 쌍둥이보다도 서로 더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복제 인간은 원형 인간과 같은 세포질 환경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을 유전적인 차원으로만 축소시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복제를 금지시킬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나라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고 시장과 과학의 압력이 너무 강력해 이에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생아에게 그랬던 것처럼 오랫동안 복제를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복제)

 

15.

꿈을 꾸기 위해서는 우선 멈춰야 한다. (부동不動)

 

16.

자연이 어머니를 만든다면 사회는 아버지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순적으로 사회는 갈수록 아버지를 없애고 있다. (부성父性)

 

17.

문맥 혹은 출전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는 선과 악의 차이나 가치의 순위를 아직 배우지 못한 갓난아기와 같다. 그 결과 타협이나 작은 차이라는 것을 모른 채 아무것도 아닌 일로 폭력만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분류)

 

18.

인간은 어떤 가치를 놓고 분배할 때마다 그 가치를 둘러싸고 다투게 될 것이다. (분쟁)

 

19.

불평등은 미래에 개인의 기회주의를 심화시킬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혼자만 진보하기를 꿈꾼다. 개인주의는 더욱 정당화되고 불평등은 한층 악화된다.

…(중략)…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불평등의 한계가 존재하는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작은 불평등은 반란보다는 단순히 부러움만을 유발하고, 거대한 불평등은 일반인들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평등)

 

20.

가장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대화의 주제이자 가장 나중에 소비하는 대상. 인간의 으뜸가는 정열이자 인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사랑)

 

21.

지불 능력이 있는 소비자에게 세계는 변덕스런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슈퍼마켓이 될 것이다. (소비자)

 

22.

소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죽음을 피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가 책이나 음반을 사고 여러 작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이것을 다 훑어보지 않고 죽을 수는 없다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걸작품보다 먼저 사라질 수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기 위해서다. (소유)

 

23.

21세기 초까지는 이 불멸의 신에게 승리가 보장될 것이다.

…(중략)…

오늘날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거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분야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 보건, 사법, 경찰, 시민권, 신분, 공기, 물, 피, 이식 가능한 장기에 가격이 매겨지게 될 것이다. 시민, 환자, 어머니, 아버지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금전적인 능력만 있다면 함께 나눌 수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의식해 자기 욕구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시장은 모든 것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재판관의 판결은 바로 가격이다. 가격은 추상적인 정보로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를 고대 그리스 시대에 존재하던 여성 예언자의 횡설수설쯤으로 간주할 것이다.

시장은 사람들에게 그가 필요한 것이나 그가 받을 만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서비스에 해당하는 알 수 없는 등가의 것을 줄 것이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수익성이 바뀌는 즉시 결정을 번복할 것이다. 이로 인해 상황은 폭력적인 패닉 상태를 일으키기 직전까지 치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팔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어느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완전무결할 것 같은 모습에다 시장 신봉자들의 무수한 약속되는 달리 시장은 정의나 평등,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교육이나 식량은 물론이고 만인의 편안함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완전고용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시장은 사람들을 소비자로서만 필요로 할 뿐 그들의 과거나 미래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이나 생각에도 관심이 없다. 물론 이러한 것을 팔아야 할 때만은 예외다. (시장)

 

24.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항해하는지 터득하는 최상의 방법. (실패)

 

25.

나와 의견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도,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때 야만성은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야만성)

 

26.

미래의 어머니에게 읽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여러 세대를 가르치는 것과도 같다. (어머니)

 

27.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장 큰 승리자는 태연하게 양측에 무기를 제공하는 국가다. 사실 살상무기 상인에게 적은 없다. 오로지 경쟁자만 있을 뿐이다. (전쟁)

 

28.

법적 측면에서 책임감은 갈수록 집단적인 성격이 약해진다. 행정부, 병원, 기업의 책임으로 돌려진 실수에 대해 해당 조직에서는 그 실수를 범한 사람을 찾아내고자 할 것이다. (책임감)

 

29.

패닉은 자기 혼자만 소외될까 두려워 옆 사람이 누구든 그 행동을 따라 하는 군중의 맹목적인 모방 행위다. 이는 서구 문명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서구 문명의 본질 그 자체다. 그리고 패닉은 갈수록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바로 패닉 때문에 소외될까 두려워 근로자가 저임금의 노동도 감내한다.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모방과 전체 합의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비자는 유행하는 물건을 사고자 달려드는 것이다. 또 ‘좋은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예금주는 자신에게 추천하는 금융상품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다. (패닉)

 

30.

잘못된 예측의 위험 부담 없이 미래를 가리킬 때 사용되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두 단어의 합성어. (포스트모더니즘)

 

31.

영원히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 (현대성)

 

32.

범죄에 대한 형벌체계는 아마도 바뀌게 될 것이다. 적어도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금융 범죄와 부패사건에 대해서는 무거운 형벌을 내리고 극빈자가 일으킨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조정할 것이다. 세기말에 전세계적으로 사형이 철폐된다면 이는 부인할 수 없는 문명 발전의 증거가 될 것이다. (형벌)

 

33.

경고성 내용에는 객관적 수치 데이터가 제시되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낙관주의적인 글은 더 주관적인데?

- 비관주의에는 단정이, 낙관주의에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공상과학을 최대한 멋지게 이끌려고 노력하지만 그러면서 하나의 악몽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는다. 각종 수치를 보고 있자면 그 연속선상의 미래는 끔찍한 것이다. 인류의 자살밖에 남는 것이 없다. 공기는 숨 쉴 수조차 없게 될 것이고 매년 수백만 명이 굶어죽을 것이다.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대응을 위한 조치가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상상력과 정치가 나서야 한다.

 

34.

미래에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정치가 정치인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머무른다면 미래의 정치는 희망이 없다.…(중략)…미래 정치의 위대함이란 새로운 꿈을 만든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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