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를 들어, 내 감정이 아주 흥분되어 있는 밤에는 내 자신이 신처럼 연주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사실, 그런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다른 날 밤에는 내 자신이 그저 단순히 콘서트의 마지막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런 상태를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어쨌든 피아노를 치고 있을 때는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 붓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지네에게 그 많은 관절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묻는다면, 지네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2.
D.B: 당신이 천재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언제 그렇게 느꼈습니까?
G.G(글렌 굴드):…(중략)…당연히 나에게도 이 단어로 수식될만한 가치는 없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실제로 이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표현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3.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음악과 만나는 것이지,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4.
그래서 주최측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여기서 연주할 수 없습니다. 협주곡을 교향곡으로 대신해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더 이상 순회공연을 계속할 수 없게 됩니다." 오케스트라는 협주곡 대신에 교향곡을 연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옷을 두껍게 입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사회자가 무대에 나와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코트를 껴입고 목에 머플러를 두르고는, 웃음소리로 가득한 연주회장에 등장했습니다. 모자를 썼던 기억은 없지만,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잇는 하프 미트(half mitt)를 끼었던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했습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그 후 온갖 신문 잡지에서 내가 모든 콘서트에 이런 복장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퍼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세상에 퍼지기 시작하면 거의 대부분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제멋대로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5.
나는 항상 연주가에게는 두 가지 카테고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악기를 잘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전자에는, 역사책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믿는다면, 리스트나 파가니니와 같은 전설적인 사람들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이전의, 악마에 홀렸다고 자칭하는 상당수의 명인들도요. 이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들과 악기 사이에 어떤 관계가 존재하는지를 듣는 사람에게 인식시키려고 애스는 음악가들입니다. 그들은 이 관계가 우리의 관심 대상이 되도록 행동합니다. 두 번째 카테고리에 속한 음악가들은 반대입니다. 그들은 연주의 메커니즘이라는 문제를 생략하고, 자기 자신과 주어진 스코어 사이에 직접 관련이 있는 환상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 결과, 듣는 사람들이 연주보다 음악 자체에 관련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을 도와줍니다.
…(중략)…
나는 그와 같은 장르에 속하는 연주가가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환상'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어떤 음악가도 자신의 악기의 기계적인 변천을 전체적으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략)…
연주가가 베토벤에게서 베토벤 그 자체를, 모차르트에게서 모차르트 그 자체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도 이것은 '환상'입니다.

6.
나에게는 악마적인 명인의 신화 같은 것은 흩어지게 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명인은 몇 개의 소나타 전체를 단번에 이해하죠. 모든 것을 한꺼번에 연주해 버립니다. 사후의 조작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선택은 거부하죠.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훌륭하고 성실하며 속임수가 없는 행동을 했다고 평가받습니다. 또, 약간의 미스터치가 남은 경우에도 그의 인간적인 약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사람들은 항상 어떤 작품을 처음 음에서 마지막 음까지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또는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음악적인 완전함과 혼동하는데,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화가나는 사고방식입니다.

7.
레코딩은 분명히 독재적인 것입니다. 그 최종 결과가 스튜디어에서 나올 때,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다뤄지고 구성되며 그때의 내 기분에 따라서 방향이 정해진다는 의미에서는 말이죠. 반드시 다음 주에도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죠. 레코딩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것에는 완전히 나에 의한 착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민주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세상에 나온 후는 그것이 절대로 내가 들었던 것과 동일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8.
내가 통감하는 것은 모차르트가 항상 아이인 채로, 아이처럼 음악에 반응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철저한 노출증 환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이처럼 무엇보다 먼저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했습니다.
…(중략)…
그런데 내가 보기에 모차르트는 어른이 갖고 있는 놀라움의 감각을 갖고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그가 색다른 것을 할 지수는 아주 낮습니다. 베토벤과는 반대로 그는 허를 찔러서 사람을 놀라게 하지는 않습니다. 베토벤이 의외의 조바꿈을 하는 것은 사람을 놀라게 해서, 작품에 혁신적인 내용이나 특성, 그리고 개성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모차르트의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그것은 '싫어, 오늘밤은 침대에서 밥 먹을 거야'라고 외치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은 것입니다. 그가 놀라게 하는 방법은 그런 종류의 것입니다.
D.K: 그렇다면 그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G.G: 그것은 아마도 그가 아주 접근하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마음 편히 상공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작곡가입니다. 그의 음악은 다른 일을 하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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